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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 우먼 파이터', 벌써 시작된 엠넷표 악마의 편집[류지윤의 배드토크]


입력 2021.08.08 09:03 수정 2021.08.12 05:4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강다니엘 MC…24일 첫 방송

이채연 무시·아이키 눈물·비속어 남발 등 갈등 요소로 덮힌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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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K-POP)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그 중심에는 케이팝 댄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케이팝 안무를 만들고 이끌고 있는 댄스 크루들을 글로벌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이끄는 권영찬 CP가 밝힌 기획의도다. 하지만 지난 5일 공개된 예고편은 기싸움에 중심을 둔 자극적인 요소들로 점철돼 있어 기획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예고편에 등장한 댄서들의 옷에는 '노 리스펙'(NO respect)이란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이 스티커를 가장 많이 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은 이채연이다. 한 댄서는 "춤을 연습하는 의도 자체부터 다르다"라며 이채원을 무시했고, 이채연은 담담하게 "아이돌도 잘할 수 있는데"라고 말했지만 결국 눈물을 터뜨리며 "이제 춤 못 추겠다"라고 선언해버린다.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아이돌 그룹 멤버는 단골손님이다. 엠넷은 아이돌 멤버를 데려와놓고 다른 인물로부터 견제나 무시를 당하는 역할을 부여한다. 이후 실력을 통해 반전을 선사하는 플롯을 즐겨왔다. '쇼미더머니'의 아이콘 바비와 위너 송민호, '언프리티랩스타' AOA 출신 지민, 피에스타 출신 예지, '고등래퍼' NCT 마크, SF9 휘영 등이 그랬고 이제는 그 역할이 이채연에게 돌아갔다. 화력이 강한 아이돌 팬들의 결집력과 극적 효과는 아이돌이 무시를 당할 수록 살아난다.


또 댄서 모니카는 심사위원 보아의 말을 끊으며 기싸움을 이어간다. 앞뒤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채 보아의 말을 끊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하는 모니카의 모습은 방송 시작도 전,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외에도 유명 댄서 아이키는 압박감에 실수하고 눈물을 흘리며 부담감을 털어놓는다.


제보에 따르면 제작진은 갈등이 있는 댄서들의 섭외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예고편에 원트의 로잘린이 프라우드먼 립제이를 이길 수 있는 댄서로 호명하며 "언니가 키운 호랑이 새끼"라고 말한 장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개인적인 갈등이나 관계가 있는 댄서를 섭외했다. 홀리뱅의 허니제이와 코카N버터의 리헤이 역시 같은 팀이었지만 불화로 현재 다른 팀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의 관계가 실제로 현재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중요하지 않지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자극적으로 연출하고 이슈를 만들기에 좋은 요소임은 확실하다. 케이팝 댄스를 대표할 대한민국 최고의 여자 댄스 크루 자리를 놓고 댄서들의 춤 싸움이 아닌 기싸움으로 둔갑한 것은 아닌지 자연스레 물음표가 붙는다.


엠넷은 국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선두주자이지만 공정성 논란과 악마의 편집은 그들을 대표하는 또 다른 얼굴이다. '슈퍼스타 K', '언프리티 랩스타', '프로듀스 101' 등의 제작진은 참가자들끼리 싸움을 붙이거나, 갈등을 조장해 화제를 일으키곤 했다.


누군가는 케이팝 댄스를 알리고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관심을 끄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면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땀과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하지만 주특기 '악마의 편집'의 부정적인 영향을 학습한 대중은 더 이상 신선해하거나 흥밋거리로 즐기는 걸 불편해 한다. 잠시 화제가 될 순 있지만 자극적인 편집으로 굳어진 이미지는 출연자가 감당해야 할 몫임을 여러 차례 확인해 왔다. 경연에만 집중해 걸그룹들의 재발견을 이끌어내 호평을 받은 '퀸덤' 같은 서바이벌은 기대하기 힘든 것일까. 첫 방송이 되기 전인 만큼 기우이길 바란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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