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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드 리플레이⑧] 눈부셨던 ‘경성스캔들’의 청춘들


입력 2021.07.21 14:15 수정 2021.07.21 14:27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쩐의 전쟁’과 맞대결

6% 내외의 아쉬운 시청률

<편집자 주> 유튜브부터 각종 OTT 서비스까지, 원한다면 언제든 손쉽게 드라마 재시청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또는 경쟁작이 너무 치열해서. 당시에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망드’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지금 다시 보면 더 좋을 숨은 명작들을 찾아드립니다.


ⓒKBS ⓒKBS

지난 2007년 방송된 KBS2 ‘경성스캔들’은 이선미 작가의 소설 ‘경성애사’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근대적인 윤리관 속에 서구 문물이 유입되던 1930년 경성을 배경으로, 독립운동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그린 퓨전 사극이다.


그러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배우 박신양의 열연과 사채업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SBS 드라마 ‘쩐의 전쟁’에 밀린 것이다. ‘쩐의 전쟁’ 종영 이후 시청률 반등에 성공, 최종회에서는 10%를 기록했지만 중반이 넘어가는 시점까지 6% 내외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었다.


◆ 의미 있는 메시지, ‘웰메이드’ 수식어 안 아까운 완성도


시대상을 반영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확실한 작품이다. ‘조마자(조선의 마지막 여자)’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독립투사를 꿈꿀 만큼 당차고 소신 있는 여경(한지민 분), 당대 최고의 바람둥이이자 모던보이인 선우완(강지환 분)을 만나는 재미가 ‘경성스캔들’의 초반 재미를 책임졌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쌓아가는 과정 역시도 흥미롭게 그려졌다.


그들의 로맨스 안에 메시지도 적절하게 녹아들었다. 여경과 우완 두 사람의 풋풋했던 사랑이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흔들릴 때면,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아픔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각종 명대사들의 향연도 마니아들을 열광케 하는 이유였다. “해방된 조국에서 신나게 연애나 해봤으면”, “조국은 왜놈에게 짓밟혀 신음을 해도 청춘남녀들은 사랑을 한답니다. 그게 인간이에요” 등 로맨틱해 보이지만, 시대적 배경을 떠올리면 씁쓸해지는 대사들이 여운을 배가시켰다.


서브 커플의 탄탄한 서사도 드라마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총독부 관료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독립 운동가였던 이수현(류진 분)과 마찬가지로 기생으로 위장한 채 독립운동에 매진했던 차송주(한고은 분) 등 이들의 비밀이 베일을 벗는 과정과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서사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메시지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경성스캔들’을 향한 마니아들의 지지는 대단했다. 팬들은 드라마 종방연 당시 작가와 연출자에게 감사패를 전하는가 하면, 꾸준한 요구 끝에 DVD 출시라는 결과까지 이끌어냈었다.


ⓒtvN, KBS ⓒtvN, KBS

◆ 일상적이라 더욱 아픈 비극, ‘미스터션샤인’ 이전에 ‘경성스캔들’


역사적 아픔을 장르의 틀 안에 녹여내는 시도들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서는 1980년 5월,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풋풋한 사랑을 나누던 청춘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만나면서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는 과정이 뭉클하게 그려져 호평을 받았다.


지난 2018년, 항일 투쟁을 유쾌하게 그려낸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역시도 로맨스 드라마의 틀을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조선을 떠나 미국 군인이 된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로, 그가 고애신(김태리 분)과 사랑을 나누고, 조선의 청춘들과 우정을 주고받으며 과거의 상처를 이겨내는 과정이 담겼다. 결국 조선에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외면했던 항일 투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되면서 새드 엔딩을 맞이했다.


평범한 청춘들의 이야기에 몰입했던 시청자들은 후반부 마주하게 된 비극적인 역사 앞에서 더욱 깊은 감동과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와 장르물의 만남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였다.


그런 의미에서 ‘경성스캔들’은 이들보다 먼저 새로운 시도를 한 셈이다.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시대를 다룬 드라마지만 마냥 비장하지는 않았던 것이 ‘경성스캔들’이 특별했던 이유다. 그 시절 청춘들의 로맨스라는 큰 틀 안에 꼭 전해야 할 메시지를 적절하게 녹여낸 것이 인기 요인이 됐다. 새로운 형식의 역사 드라마를 흥미롭게 본 시청자들이라면 ‘경성스캔들’의 매력에도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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