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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리 중이라더니 빛의 속도로 가동?…예방정비 또 '도마 위'


입력 2021.07.21 07:00 수정 2021.07.21 12:04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고무줄처럼 늘고 줄어드는 정비기간

멈춰세운 8기 진짜 정비 중 맞나

탈원전 수단 악용되고 있단 주장↑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경상북도 울진군 신한울 원전 1호기를 완공 15개월 만에 최종 운영 허가를 내렸다.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경상북도 울진군 신한울 원전 1호기를 완공 15개월 만에 최종 운영 허가를 내렸다. ⓒ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전력수급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3기를 정비 일정까지 앞당겨 투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원전 24기 중 무려 8기가 계획예방정비를 명목으로 가동이 중단됐는데 언제든지 재가동 가능한 상태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원전 정비 기간이 정부 마음 먹기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여졌다 줄여졌다 하고 있다.


원전 설비를 점검하고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해야 하는 계획예방정비가 정부의 입맛에 맞게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권 초중반 탈원전을 위해 정비를 명목으로 세워놓은 원전을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부랴부랴 투입하는 있는 모양새다. 전력생산 효율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원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국민이 안게 됐다는 평가다.


원전 3기 '정비 기간' 줄여 긴급 투입

산업통상자원부가 계획예방정비로 정지 중이었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를 이달 순차적으로 재가동한다. 불가마 폭염과 산업활동 증가로 전력예비율이 뚝 떨어진데 따른 후속조치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7월 넷째주엔 2150㎿의 전력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월성 1호기(1000㎿급)는 지난 4월 27일 정비에 들어가며 가동이 중단됐다. 당초 6월 23일 가동이 재개될 예정이었지만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비 종료 일정을 오는 8월 말로 연기했다. 그러나 이번에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정부는 연기된 정비 일정을 1개월 이상 단축시키고 이달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정비 기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이를 두고 정비 기간 연장이 불가피했다기보다는 정부가 임의대로 행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이 원전은 2014년 1월 이후 1408일 동안 고장 정지 없이 전기를 생산해 안전성을 입증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수차례 예방정비를 목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 5월 29일 화재 발생으로 가동을 멈춘 신고리 4호기도 원래 계획대로면 7월 25일까지 고장정비를 받을 계획이었다. 당시 산업부는 "정비 후 원안위 재승인 일정까지 고려하면 재가동은 빨라도 7월 말 때쯤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폭염으로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정부는 일정을 앞당겨 지난 15일 원안위 사건 조사를 마치고 재가동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산업부는 신고리 4호기가 승인을 받으면 오는 21일부터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설명했다.


월성 3호기도 이달 중 원안위 재가동 승인을 받고 오는 23일부터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원전도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무려 229일간 계획예방정비를 받았는데 올해 6월 또다시 계획예방정비를 위해 발전이 중단된 바 있다. 산업부는 "장마 이후 본격적인 폭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 공급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정비 기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고무줄처럼 원칙 없는 원전 예방정비가 결국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에 방해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국 원전 이용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전력 및 한수원의 실적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등 국민에게도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016년 경주 지진 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로 원전 가동이 멈춰선 데다 이듬해 대선에서 탈원전을 내세운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계획예방정비를 명목으로 발전이 완전히 멈춰섰다"며 "결국 당시 원전 가동률은 40%까지 추락했고 전기 판매량이 적어지니까 생산원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한울 1호는 발목 잡더니…'정비 중' 원전 냉큼 허가한 원안위

원안위의 일관성 없는 행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당초 원안위 위원들은 비행기 충돌 위험,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신한울 1호기 허가를 1년 넘게 내주지 않다가 이달 9일에야 허가를 내줬다. 신한울 1호기는 최신 한국형 원전(APR1400)이 적용된 데다 발전용량이 1400㎿로 가동되면 경북 지역의 연간 전력 23%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신월성 1호기는 심지어 정기 검사 도중인데도 냉큼 재가동 허가를 내려줬다. 산업부도 당초 내달 말쯤 신월성 1호기 재가동 허용 여부가 결정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원안위가 한 달 가량 앞서 재가동을 허용한 것이다. 원전업계는 전력수급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신고리 4호기와 월성 3호기도 원안위 허가를 쉽게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5개 원전도 원안위 허가가 관건이다. 한울 3호기와 한빛 4호기는 내달 5일과 16일까지 각각 정비 일정이 잡혀 있어 여름철 전력난 구원 투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원안위 재승인을 받지 못하면 복귀 일정은 미뤄진다. 특히 격납 건물에서 공극이 발견된 한빛 4호기는 2017년 5월부터 4년 넘게, 원자로 헤드 관통관 용접재를 잘못 쓴 한빛 5호기는 지난해 4월부터 1년 넘게 보수를 하고 있다.


계획예방정비 : 발전기의 성능유지와 각종기기의 고장을 예방하고 설비의 신뢰도 및 성능을 향상시키고자 시행하는 정기적인 점검 및 정비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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