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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대학로③] ‘대학로 출신 배우’ 찾는 드라마·영화


입력 2021.07.20 07:03 수정 2021.07.20 10:1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흥행 드라마 '펜트하우스3' '슬의생2' 주역들도 대학로 출신

"신선한 마스크에 탄탄한 연기력 바탕"

ⓒtvN ⓒtvN

연예인의 장르 이동은 이미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면서도, 그 사이에서 스타들이 탄생하는 것도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최근엔 더 활발한 장르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흔히 ‘감초’라 불리는 연기자들의 공통점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대학로 출신’ 배우들이다.


한 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시상식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송강호를 비롯해 이선균,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 모두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대학로에서 든든한 뿌리를 내린 이들은 이후 영화나 드라마 산업을 지탱하는 주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최근 주목받은 드라마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얼굴은 낯설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담보하고 있는 배우들은 대부분 연극배우 출신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주연배우 조정석과 전미도, 김대명 등도 모두 대학로 출신 배우들이고, SBS ‘펜트하우스3’의 엄기준, 박은석, 박호산, 김도현 등도 모두 연극 무대를 통해 데뷔했다.


이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톱배우 대열에 오른 주현, 신구, 이순재를 필두로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 황정민, 곽도원, 배성우, 이희준, 송새벽, 박희순, 문성근, 진경 등 역시 대학로 출신 배우들이다. 이들은 연극 무대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고 영화나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힌 케이스다.


CJ ENM 캐스팅 디렉터로 활동했던 양성민 비사이즈픽쳐스 대표는 “드라마, 영화에서 대학로 배우를 캐스팅하는 이유는 딱 하나, ‘신선함’ 때문이다. 기존 배우들의 경우 잠깐 나오더라도 관객(혹은 시청자)들은 뒷이야기나 전사를 예상하거나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신선한 마스크를 가진 배우가 나오면 임팩트가 강하다. 거기에 대학로 무대를 통한 탄탄한 연기력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더 효과가 배가된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안DB ⓒ데일리안DB

양 대표는 “실제로 캐스팅 디렉터들은 대학로 내에서 연기력으로 어느 정도 얼굴을 알린 배우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대학로 공연을 직접 보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캐스팅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제작비가 낮아짐에 따라 유명한 배우들만 쓸 수 없기 때문에 연기력이 바탕이 되는 신선한 얼굴을 뽑는 추세다. 대학로 배우들의 캐스팅 사례는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례들을 바탕으로 연극계를 드라마, 영화 출연의 발판으로 여기는 시스템이 생길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연극계 내에서도 이를 대학로 이탈로 보진 않는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대학로 배우의 미디어 진출은) 충분히 가능하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소극장 무대에 서고, 개인적 역량 강화한 이후 브라운관이든, 스크린이든 배우가 다양하게 참여하고 대중성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우려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는 건 ‘오프 대학로’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극 자체가 연예계로 나아가는 준비 과정 정도로 인식이 되면서 연극의 순수성이 위협을 받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할 순 있다. 다만 대다수의 대학로 출신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무대에 대한 진정성, 무대 자체를 존중하고 그리워한다. 연극의 순수성, 진정성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인 것처럼 배우들도 그런 마음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영화 ‘베테랑’ ‘국제시장’ ‘교섭’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드라마 ‘허쉬’ 등으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황정민은 지난 2019년 연극 ‘오이디푸스’ 무대에 올랐을 당시 “젊은 시절 열심히 준비해도 관객이 없어서 공연을 못했던 날들이 많았다. 유명해지면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영화도 좋지만 연극이 더 좋다. 무대에서 1시간 반 동안 연기할 때 제일 자유롭다”라고 무대가 갖는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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