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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대학로①] “쌓여가는 적자”…억 소리 나는 임대료에 사라지는 소극장들


입력 2021.07.20 07:03 수정 2021.07.20 09:5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문화구 지정 이후 '탈 대학로' 현상 심각

코로나19로 소극장 위기, 극장들 연이어 폐관

ⓒ뉴시스 ⓒ뉴시스

대학로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연극의 산실이다. 하지만 연극의 메카로 큰 사랑을 받아온 대학로는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고 있다. 여전히 연극의 순수성과 예술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극인들이 존재하고, 수많은 공연이 무대에 오르면서도, 대학로는 이제 예전의 명성을 찾긴 힘든 것이 현실이다.


본질적 이유는 경제적 문제에서 시작됐다.1975년 서울대학교가 동숭동캠퍼스를 관악산캠퍼스로 이전하면서 그 자리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세워졌고, 이후 이를 중심으로 문예진흥원 미술관(현 아르코미술관), 동숭아트센터 등 각종 문화 예술 관련 건물이 자리 잡았다. 2004년엔 인사동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서울의 문화를 대표하는 거리로 거듭나게 됐다.


그런데 문화지구 지정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학로 소극장들의 연극인들을 오히려 위기로 몰아넣게 된다. 대기업들이 대학로에 진출하면서 상업적으로 변했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더구나 부동산에 대한 조세감면, 용적률 혜택, 융자지원 등 정부지원혜택은 건물주에게 유리하게 제공됐다.


이 시기 많은 소극장들이 대학로를 떠나거나 사라졌다. 소극장 비율은 문화지구 지정 이전 대비 31.6%에서 20%로 약 11%포인트 감소했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 대학로 땅값은 매년 10% 이상 상승했고 소극장 임대료는 10년 만에 126%가 증가했다. 문화지구 지정 이전의 상업화 움직임이 대기업 진출로 인해 더 가속화된 셈이다.


그 당시 나타난 현상이 바로 ‘오프 대학로’ ‘탈 대학로’ 현상이다. ‘오프 대학로’라는 말이 정확하게 언제부터 통용됐는지 알 수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2002년 ‘오프 대학로 페스티벌’이 시작됐던 것을 고려할 때 대략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통용된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당시 ‘오프 대학로 페스티벌’은 상업적으로 변한 대학로의 세태를 비판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연극을 하자’는 슬로건으로 출발한 연극 축제였다.


서울연극협회 김우진 사무처장은 “최근뿐만 아니라 10~20년간 소극장의 ‘탈 대학로’ 현상은 이어져오고 있다.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임대료가 상승함에 따라 대안 공간을 찾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는 한성대나 성북구 인근으로 많은 연습실들이 옮겨간 상태”라며 “현재 한성대 인근에 서울시가 200석 규모의 최초 연극전용극장 설립도 앞두고 있다. 2023년 4월경 건립이 되면 또 한 변 새로운 지형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프대학로 페스티벌' 포스터 ⓒ'오프대학로 페스티벌' 포스터

‘오프 대학로’는 소극장들이 이동한 혜화동 북쪽 문화지구 경계 밖, 한성대입구, 문래동, 성북동, 구로구 등을 일컫는다. 김 사무처장은 “대학로를 벗어난 극장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저렴한 임대료 때문”이라며 “현재 대학로의 경우 임대료가 적게는 250만원부터 대극장의 경우 많게는 2~3000만원까지 한다. ‘탈 대학로’의 경우는 이보다 30~60%가량 저렴하다. 그래서 비교적 대관료가 저렴한 선돌극장, 씨어터쿰 등을 극단들이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공연을 취소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고 막상 공연이 열리더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좌석 운용에 제한이 생기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커지고 있던 적자 폭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공연계 매출은 1월 37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2월 169억원, 3월 208억원, 4월 230억원, 5월 265억원, 6월 256억원 등 완만한 회복선을 보였다. 그러나 300석 미만의 소극장 매출액은 동기간 비슷하거나 더욱 악화됐다. 이에 대해 한 공연 관계자는 “대학로는 마니아들에 의해 시장이 지탱되는 구조였는데 코로나19 장기화로 마니아 관객이 줄면서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2003년 12월 약 150석 규모로 문을 연 소극장 ‘나무와 물’은 올해 2월부터 코로나19로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나마 조금씩 들어오던 수입마저 끊겼다.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자 결국 지난 4월 폐업을 선언했고, 공식적으로 5월 1일 폐관했다.


대학로 다른 극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나무와 물’에 이어 서울 종로5가의 50석 극장 종로예술극장도 6월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관객이 줄고 공연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임대료 등 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예슬극장 성천모 극장장은 당시 SNS에 안타까운 심정을 남겼다.


“6월 이후에는 종로5가역 6번 출구의 낡은 건물 4층에 존재했던 ‘이상한 종로예술극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프지만 저희 극단은 이 불행의 시대에 관객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와 방식을 조금이라도 빨리 고민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또 하나의 여행이라 여기게 됐다. 기쁜 마음으로 짧은 여행을 좀 다녀오겠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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