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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몰락이 돈 되는 세상…'프레이밍 브리트니', 한국에 경고하다


입력 2021.06.23 08:42 수정 2021.06.23 08:5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미국사회·황색 저널리즘·무분별한 비난 속 브리트니

저스틴 팀버레이크 18년 만에 전 연인으로서 사과

국내서도 자극적인 보도, 폭로 잇따라

ⓒ왓챠 ⓒ왓챠

지난 2월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자신의 SNS에 여성혐오를 용인하는 제도에서 자신이 수혜를 입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사과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교제한 후 헤어진 지 18년 만의 일이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헤어진 후 연인의 외도로 헤어진 아픔을 담은 '크라이 미 어 리버'(CRY ME A RIVER)를 발표했고, 뮤직비디오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연상시키는 금발의 여성을 캐스팅해 많은 추측을 양산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18년 전의 일을 사과하게 만든 건 뉴욕타임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브리트니 스피어스를 프레임에 가두다)다. 훌루를 통해 지난 2월 방영된 '프레이밍 브리트니'가 지난 16일 왓챠를 통해 국내에 공개됐다.


'프레이밍 브리트니'는 후견인 제도에 관한 논쟁과 함께 브리트니가 시달렸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다루며 시사점을 제공했다.


브리트니는 당시 보이밴드가 강세였던 미국시장에서 음악과 스타성을 겸비해 여성 아티스트로 우뚝 섰다. 하지만 성공적인 커리어 이면에는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성적 대상과 가십거리로 여겨져왔다. 인터뷰 때는 성차별적인 질문이 오갔으며, 수십 명의 파파라치가 브리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찍어댔다.


'프레이밍 브리트니'는 여성 연예인을 미국 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소비하는지 그리고 그의 고통과 몰락이 돈으로 직결되는 현상을 짚었다.


조롱과 가십의 대상이 된 브리트니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건, 국내에서도 연예인을 향한 도 넘은 폭로와 선정적인 보도가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은 황색 저널리즘에 꾸준히 고통을 호소해왔고 다음은 2019년 10월, 네이버는 지난해 3월 연예뉴스 기사의 댓글을 폐지했다.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 폐지 배경에는 악플에 시달리던 연예인들의 사망 사건이 있었다. 2019년 설리의 사망 사건 등 악플로 고통을 받던 연예인들의 사망 사건은 댓글 서비스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당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연예뉴스 댓글 폐지에 대해 "트래픽을 활용해 수익화을 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서 우려가 있었지만, 더 큰 사회적 소명에 부합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같은 의사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또 다른 형태로 연예인들을 향한 무분별한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 유튜브가 활성화되자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퍼다 나르는 일명 '사이버 렉카' 채널, 유튜버들의 무분별한 폭로, 파파라치가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유튜버 김용호가 한예슬의 남자친구를 비롯한 룸살롱 근무, 탈세, 마약 의혹 등을 제기하며 그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있다. 유튜버들이 언급한 연예인들이 소속사를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서거나 침묵했던 것과 달리 한예슬은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내고 있다. 한예슬은 "우리사회에서 이런 것들이 허용되는 충격적인 현실 앞에 침묵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면서 "한사람의 인생을 이리 당당하게 짓밟는 자격은 누구에게 부여받은 것이냐. 이 모든 정상적이지 않은 일들로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왔는데도 왜 이런 상황들이 허용이 되고 심지어 그들이 처벌보단 지지 받을 수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 논란에 관해 한 소속사 관계자는 "자신의 유명세를 위해 연예인을 너무 악용한다. '가세연'을 넘어 자기 개인 유튜브까지 끌어들여 얘기하는 것은 구독자나 광고수익을 위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보인다. 소문을 이용해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들을 망가뜨린다. 거짓 폭로나 팩트 전달이 아니라 본인의 유명세를 위해 자극적인 부분들만 꺼내 쓴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다른 기자 출신 유튜버가 소녀시대 태연과 라비이 열애 중이라며 파파라치 영상을 게재했다. 양측이 열애설을 부인하자 크리스마스 연휴인 25일부터 27일까지 태연의 자택 주차장에서 몰래 촬영한 영상을 추가 공개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은 물론, 자동차, 주차장 내부,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모습까지 담긴 영상을 본 대중은 과거와 달리 거부감을 드러냈다. 과거에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전시되는 모습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연예인 열애에 대한 인식 변화,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파파라치 취재 형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조회수를 높여 수익을 얻으려하는 사이버 렉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이슈가 터지면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을 만들어 게재한다. 하지만 막상 클릭해 보면 언론 보도의 인용, 당사자가 과거 방송에서 했던 발언들을 편집한 영상들이다.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조회수를 유도하기 위한 '사이버 렉카'의 영상들은 루머를 재생산하거나,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소속사들은 언론이 아닌 유튜버들의 폭로나 영상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걸 우선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유튜버들이 제기하는 이슈는 모르쇠로 넘어가려 한다. 공식입장을 내면 기사가 되고 몰랐던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게 된다. 반응을 하면 본인들이 영향력이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큰 문제가 아닌 이상 무시하려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속사 관계자는 "인터넷 개인방송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제재를 할 방법도 없다. 고소해봤자 처벌이 가볍다. 그 사실을 유튜버들도 알고 있다. 연예인들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을 두려워해 최대한 참고,시간이 지나길 기다린다. 피해자인 연예인이나 회사는 '빨리 이 일이 지나가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 피해자는 입을 닫고, 가해자가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파파라치를 표방한 매체가 나타나서 폭로를 주요 취재의 대상으로 삼는건 예전부터 문제였다. 더 나아가서는 유튜브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구잡이로 '폭로'라는 정의 하에 방송을 하고 있다. 폭로라면 실체가 있어야 하는데 진실인지 허위인지 분간이 안되는 상황이다. 그걸 언론들이 받아 쓰면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린다. 그러면서 이슈를 또 다시 재생산한다. 연예인 관련 보도 형태가 유튜브 플랫폼에서 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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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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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위 2021.06.23  10:44
    이거 진짜 보는 내내 답답함. 저때 당시 유명했다는 TV쇼 진행자들 질문수준도 지금보면 개미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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