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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오승환·이대호·추신수 없는 대표팀이 반갑다


입력 2021.06.22 10:20 수정 2021.06.22 09:21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올림픽 결과 중요하지만 세대교체 더는 미뤄져선 안돼

젊은 선수들에게는 국제경험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류현진도 도하 때 아픔 겪은 뒤 국제대회 에이스로 도약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올린 김경문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올린 김경문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설 야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24명의 선수들 면면을 살펴보면 냉정하게 최상의 선택이라 할 수는 없다. 현 멤버들만으로 개최국 일본 등을 따돌리고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도쿄올림픽 대표팀 명단에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등 그간 국제대회에서 한국 마운드를 책임진 선발 투수들이 모두 합류하지 못했다.


기량과 경험을 두루 갖춘 에이스급 선발 투수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현재 야구대표팀의 실정이다.


물론 최상의 선택이라 할 수 없는 것은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이야기다. 한국 야구의 앞으로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번 대표팀은 최상은 아니어도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야구의 세대교체는 다소 더뎠다. 열악안 야구 인프라에 국제대회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더해지면서 소위 말해 쓰는 선수, 검증된 선수만 기용해왔다.


한국 야구 마운드는 언제까지 김광현과 양현종에게 의존할수만은 없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 야구 마운드는 언제까지 김광현과 양현종에게 의존할수만은 없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특히 성적에 대한 압박감은 한국야구의 세대교체가 더뎌지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21살의 나이로 2008 베이징올림픽에 나섰던 김광현은 11년 뒤에 열린 2019 프리미어12에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베이징올림픽 때 일본과 두 차례 경기서 호투를 펼친 김광현은 이후 국제대회서는 일본의 철저한 현미경 야구에 분석 당하며 난타를 당했고, 더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


13년 전 베이징 신화를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은 과감한 선택을 했다. 좌완 선발과 우타 거포 가뭄이라는 평가 속에 메이저리그 3인방은 물론 이대호, 박병호 등 파워와 경험을 두루 갖춘 우타 베테랑들이 모두 제외됐다. 대신 새로운 얼굴들이 무려 9명이나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다.


한국 야구는 이제 더는 세대교체를 미뤄서는 안 된다. 결과가 중시되는 올림픽 무대지만 축구처럼 정기적으로 A매치가 열리지 않는 야구의 특성상 이번이 아니면 오랜 숙원인 야구대표팀의 세대교체는 또 다시 미뤄질 수밖에 없다.


결과까지 훌륭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크게 실망하거나 비난할 필요는 없다.


오승환의 뒤를 이어 차기 대표팀 마무리투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고우석.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승환의 뒤를 이어 차기 대표팀 마무리투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고우석.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로 손꼽히는 류현진도 처음에는 아픔이 있었다.


신인시절이던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당당히 선발됐던 류현진은 2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9.95(6.1이닝 7실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다. 당시 류현진이 무너진 한국은 동메달 획득에 그치며 쓴맛을 봤다. 당시 결과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첫 국제대회서 쓴맛을 본 류현진은 이후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이끌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2006년 도하 참사는 결과적으로 2008년 베이징신화의 밑거름이 됐다.


언젠가 해야 될 세대교체라면 도쿄올림픽이 적기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국제무대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쓴맛을 보더라도 실패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새로운 이들이 한국야구의 10년을 책임져줘야 한다. 2022년 이후 WBC가 다시 열릴 수도 있다는데 그때도 류현진과 김광현이 마운드에 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야구 세대교체를 위해서 오승환(삼성), 이대호(삼성), 추신수(SSG)가 없는 대표팀은 허전하지만 반갑기 그지없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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