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스케일 키우고, 재미 더하고…다큐멘터리에 분 변화의 바람


입력 2021.06.20 13:36 수정 2021.06.20 15:5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다큐플렉스-전원일기 편'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

"'재미' 중요하지만 본질 생각할 필요도"

ⓒMBC ⓒMBC

트렌디한 주제부터 신기술 경험, 방대한 스케일까지. 다큐멘터리의 변신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다큐 맛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다큐멘터리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주제의 다양성은 물론, 방대한 스케일로 이목을 끌거나 '막장 드라마' 뺨치는 흥미진진한 전개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이한 문어 관찰기를 다룬 '나의 문어 선생님'을 비롯해 고양잇과 맹수 사육사 조 이그조틱과 동물보호론자 캐럴 배스킨의 이야기를 다룬 '타이거 킹: 무법지대'으로 다큐도 막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외에도 해양 쓰레기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을 파헤치는 '쓰시피라시'는 논쟁적인 주제로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방송가의 새로운 시도들도 다큐멘터리 장르에 대한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지난 18일 '전원일기 2021' 편으로 시청자들을 만난 MBC '다큐플렉스'가 그 예다. 이날 방송에서는 '전원일기'의 최불암과 김혜자, 김용건, 고두심, 유인촌 등 작품의 주역들이 대거 출연했다. 김수미와 박은수, 박순천을 비롯해 '전원일기'를 최초로 기획한 이연헌 전 PD, 약 12년간 530여 편의 에피소드를 집필한 김정수 작가, 김한영 전 PD 등도 함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전원일기'를 비롯해 '야인시대' 등 옛날 드라마 다시보기 열풍이 불었고, '다큐플렉스' 또한 이 흐름에 빠르게 발을 맞추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날 시청률은 5.8%로, 이는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에 해당한다.


'다큐플렉스'는 그동안 주제의 폭을 넓히며 보는 이들이 좀 더 가깝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선보였다. 방송인 역할은 물론, 제작사 대표까지 소화 중인 송은이의 이야기를 다룬 것은 물론, '빈집 살래' 프로젝트를 통해 '집포 세대'를 겨냥하기도 했다. '청춘다큐 다시스물'을 통해서는 추억의 드라마 '커피프린스' 주역들을 소환해 추억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다큐멘터리와 플렉스의 합성어 '다큐플렉스'를 프로그램 제목으로 내세운 만큼, 특유의 유연한 주제 선정으로 젊은층의 관심까지 유도 중이다.


ⓒMBC ⓒMBC

새로운 전달 방식으로 다큐멘터리 장르로는 이례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올해 초 방송된 MBC '너를 만났다'는 VR(가상현실) 휴먼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누군가의 기억 속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VR로 구현해, 따뜻한 기억의 순간을 다시 불러오는 '너를 만났다'는 사랑하는 아내, 엄마와 가족들 간의 만남을 뭉클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었다. 시즌2에서는 산업재해 사망자 김용균 씨의 휴대전화 자료를 초대로 작업장 내부와 사고 당시의 상황을 구현했다.


다큐멘터리가 그동안 선보여 온 이야기에 VR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이야기 전달의 효과를 높였고, 이것이 화제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죽은 딸을 다시 만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회차는 비드라마 화제성 통합 2위를 차지했고, MBCdomentary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방송 클립들은 총 조회수가 1000만을 넘어섰었다.


이 외에도 KBS는 지난해 연말 푸드 인문 다큐 '삼겹살 랩소디'를 통해 우리나라 삼겹살 역사를 파헤쳤다. 백종원이 직접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를 선보이며 디테일한 설명과 '먹방 쇼'를 펼쳤다.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며 호평을 받았다. SBS는 올해 초 한국 대중음악사를 무대와 영상, 토크로 기록한 SBS 다큐 음악쇼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졌다.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장점 때문에 선호 시청층은 존재했으나, 지루하다는 편견도 있어 다양한 시청층을 아우르지는 못했던 다큐멘터리다. 화제성과는 거리가 먼 장르기도 했었지만, 최근 보여준 변화들로 이 같은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너를 만났다'를 연출한 김종우 PD는 "사실 다큐멘터리는 들이는 노력에 비해 아웃풋이 부족한 장르다. 의미만 가지고는 힘든 부분들이 있는 가운데, 시청자들이 흥미 있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들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내 차례가 오면 당연하게 방송을 했다면, 지금은 바뀐 것 같다. 의미만 있다고 봐주시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다양한 시도들 속에서도 다큐의 본질만은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김 PD는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하면 상업적, 혹은 엔터테인먼트적인 것까지 결합을 시키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본질적으로 이야기가 있고, 스타일적으로는 재미가 있는 것이 이상적인 다큐인 것 같다. 반대로 형식만 있고 내용이 지나치게 엔터테인먼트적이면 그것을 다큐멘터리로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재미'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