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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만든 개고기 다큐 '누렁이'…배달 앱 이어 다시 붙은 '개고기' 논쟁


입력 2021.06.15 10:06 수정 2021.06.15 13:1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케빈 브라이트 감독, '프렌즈' 제작자 및 다큐멘터리 연출자로 활동

한국 개 식용 문화 실태 담아

'누렁이'ⓒ유튜브 '누렁이'ⓒ유튜브


식용 개고기 문화는 한국에서 현재진행형인 논쟁거리지만, 그렇다고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공론화하진 않는다. 동물보호단체나 육견협회 등 관계자들을 제외하고, 대중이 관심을 갖는 시기는 주로 ‘복날’을 전후해서다. 그런데 최근 ‘개고기 문화’ 논쟁이 복날도 아닌데, 대중들 사이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4월 배달앱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는 식당이 입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동물자유연대는 보신탕을 비롯한 개고기는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축산물이 포함되지 않아 개를 식용 목적으로 하는 생산부터 유통, 조리, 판매까지 어떠한 법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건강 뒤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 주체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공론화된 후 의견은 엇갈렸다. 동물자유연대의 주장에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 돼지, 닭은 먹으면서 왜 보신탕은 먹지도, 배달해서도 안되느냐”고 반박하는 의견이 맞섰다.


개고기를 반대하거나 지지하는 이들의 전통적인 주장 내용이 배달로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결국 배달 앱 측은 보신탕이나 개고기 메뉴를 전부 삭제하고 단일품목으로 개고기만 취급하는 업체는 삭제 조치했다.


두 달 후인 6월 현재 개고기 식용문화에 대한 논쟁은 다큐멘터리 ‘누렁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누렁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다큐멘터리가 한국인이 아닌 미국 시트콤 ‘프렌즈’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연출을 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시선에서 개고기가 언급된 것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는 야만인”이라고 한국의 개고기 식용 습관을 비난했다. 타국에 음식문화에 대해 함부로 말한다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국내 찬반 대립을 더욱 격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2018년에는 CNN 여성 앵커인 랜디 케이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그늘에 가려진 잔인한 개고기 거래”란 글로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평창 올림픽 기간에는 네덜란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얀 블록하위선이 기자회견에서 “이 나라에서 개를 잘 대해달라”고 말했다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얀 블록하위선은 한국문화를 모독했다는 지적에 결국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누렁이’는 개고기에 대해 감정적으로 비난만 하는 이들과 달리, 개고기 산업 전반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다. 브라이트 감독은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현대문화에서 개고기 산업이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며 “영화를 통해 한국 개고기 산업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을 정도다.


한국의 개고기 소비문화를 조명한 이 다큐멘터리는 브라이트 감독이 미국과 한국을 약 4년간 직접 오가며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개 농장주와 식용견 판매업자부터, 육견협회 관계자, 대학 영양학과 교수, 국회의원, 수의사, 동물보호 운동가, 유기견 입양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인터뷰가 담겼다.


전문가나 소비, 판매하는 사람들의 양측 의견을 모두 담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누렁이’는 개 농장의 실태와 전기 도살장에서 개가 죽어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생명윤리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다큐멘터리 댓글창에는 오랜 시간 대립해온 찬, 반 의견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개가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양육되고 도살되는 모습에 생명윤리에 조금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인정하는 식품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식약처 기준에 맞지 않는 식품은 판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또한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도 개는 가축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다만 축산법에는 개가 가축으로 분류돼 있지만 이 법은 농가 소득 증대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식용가축에 관한 규정은 아니다. 개고기를 판매하는 건 엄연한 불법인 셈이다. 그러나 개고기를 판다고 엄격한 처벌이나 규제를 가하고 있진 않다. 식문화를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이에 대한육견협회와 동물보호단체는 오랜 시간 마찰을 빚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개나 고양이를 도살해 식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개·고양이 도살·처리 및 식용판매를 금지하고, 개식용 업자가 자가 폐업할 때 폐업 및 업종전환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필요한 지원 시책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개 식용에 관한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통과 전망과 시기는 미지수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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