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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황승재 감독 "'썰'이 선정적? 영화의 본질 먼저 봐줬으면"


입력 2021.06.12 10:00 수정 2021.06.12 11:0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차기작 이미 촬영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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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재 감독의 '썰'은 한정된 공간에서 등장인물 단 7명이 끌어가는 외형적으로 단촐한 영화다. 저예산으로 제작됐기에 등장인물들의 대화로 영화를 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이는 황승재 감독 전작 '구직자들'에서도 사용된 기법이다. 황승재 감독은 이 연출법을 특화시켜 자신 만의 '버벌 장르'를 구축하고 싶은 바람이다.


'썰'은 꿀알바를 찾아 외진 저택으로 모인 이들이 믿을 수 없는 ‘썰’을 풀기 시작하면서 예측할 수 없게 일이 점점 커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강현, 강찬희, 김소라, 조재윤, 장광, 정진영이 출연한다. 등장인물들은 뉴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사건 사고를 경험담으로 털어놓는다. 영화의 재미는 이들의 '썰'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저는 스릴러나 액션에 능한 감독이 아닙니다. 다만 영화를 보고 상상하게끔 만드는게 제 몫인 것 같아요. 많은 예산을 쓸 수 없어서 최적의 연출방법을 찾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대사 만으로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어요."


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실제 사건 사고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황승재 감독은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위해 참고하긴 했지만 정확하게 어떤 사고를 왜 차용했는지 밝히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특정 뉴스라고 말하면 당사자들과 제가 부담스러워서 선을 지키는게 중요했어요. 해당 사건 사고에 피해자, 가해자들이 다 존재하잖아요. 피해자들에게는 그런 일을 연상시키는게 상처 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택한게 진실인지 사실인지 애매모호하게 처리했죠."


'썰'은 화려한 CG나 대단한 반전이 없다. 그렇기에 배우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황 감독은 '썰'이 무사히 완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들의 공이 컸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힘 없는 감독이라 누굴 캐스팅할 정도의 역량은 없어요. 배우들이 절 캐스팅 해주신거죠. 김강현 씨는 감정 표현과 화술이 좋아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였고 찬희 씨는 연기는 물론 스타성까지 겸비했기에 더할 나위 없었죠. 소라 씨 역시 눈여겨 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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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이빨(김강현 분)이 세나를 두고 '전설의 10초녀'라고 소개하는가하면 캐릭터 간 음담패설이 오가는 것을 두고 성인지감수성 부족과 선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황승재 감독의 변을 들어봤다.


"세나라는 여성이 정말 자기 주도권을 잃고 있느냐고 되묻고 싶어요. 자신의 생각과 의지가 분명한 캐릭터입니다. 오히려 남자 캐릭터들을 쥐락펴락하죠. 그런 면에서 여성을 비하하거나 희화화 시켰다고 판단하진 않아요. 음담패설로만 점철된 영화였다면 배우들이 이 영화에 나오셨을까요. 영화의 본질을 먼저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세나 다리를 카메라 워킹으로 잡았다고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 장면은 영화 '졸업'의 오마주였어요. 그런 의도로 촬영했는데 저속하다는 평을 했더라고요. 그 말은 상처였어요. 더스틴 호프만의 '졸업'도 저속한 영화가 되어버린 것 같았거든요."


'썰'은 SF9이자 배우인 강찬희의 발견이 큰 수확이었다. 어려서부터 연기를 시작해 선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강찬희의 색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강찬희는 흡연을 하는가 하면 욕설도 자연스럽게 내뱉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확장했다.


"찬희 씨 스스로 새로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하더라고요. 찬희 씨가 먼저 이 영화가 필요했다고 말해줘서 고마웠고, 저도 그렇게 받아들여줘 감사했어요. '썰'이 강찬희란 배우를 한 번 더 기억해줄 수 있는 영화가 되면 흐뭇할 것 같아요."


또한 강찬희의 몰입력을 엿볼 수 있는 현장 비하인드 스토리도 털어놨다. 황승재 감독은 '썰'을 통해 연기를 마주하는 강찬희의 열정과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 셋이서 욕망에 찬 발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잖아요. 촬영 끝나고 찬희 씨가 '감독님 저 피나요'라고 알리더라고요. 그 때 계단에 뾰족한 못이 있었는데 청소한다고 했는데 남아있었나봐요. 피나 난지도 모르고 촬영에 몰입했던 기억이 있네요.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프로페셔널하게 빈틈없이 몰입해줘서 고마웠어요."


황승재 감독은 마지막으로 '썰'을 통해 관객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차기작을 예고했다.


"우리는 흔히 뉴스에 오르내리는 끔찍한 사건들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사건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자각해야 해요. 극중 인물들이 자기 이야기였음을 깨달을 때, 농담같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무섭게 다가왔을까요. 관객들이 이걸 느낀다면 전 대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작품은 버벌 멜로입니다. 이미 촬영을 마쳤어요. 산행을 하며 지나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내용입니다. '썰'과는 다른 따뜻한 멜로니 기대해주세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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