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뼈저린 가난을 체험한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근로자의 날’ 훈`포장 수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난 밝은 전등불 밑에 있으면 마음이 졸인다”면서 “(전등불을) 끄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근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됐음을 지적하며,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절약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
실제 청와대는 최근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각 수석 및 비서관실에 대해 ‘점심 시간엔 실내 전등과 컴퓨터를 모두 끄고, 창문으로 햇볕이 들어올 땐 가급적 등을 켜지 말라’는 내용 등을 담은 에너지 절약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지난달 전기 사용료 내역을 받아본 이 대통령이 액수가 너무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아울러 소수 근무자만 출근하는 일요일엔 회의를 오후에 열기로 한 것이나, 지방 방문 땐 급한 일정이 아닌 한 전용 헬기 대신 KTX를 이용하는 것, 또 최근 출입기자들의 상주 공간인 춘추관 내부를 리모델링하면서 공식 브리핑이 있는 날 외엔 기자회견장을 사용치 않기로 한 것 역시 그 같은 에너지 절약 방침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춘추관 관계자에 따르면, 종전처럼 춘추관 기자회견장을 상시 개방할 경우 내부 조명 시설 등 때문에 전기료가 하루 50만원 이상 나온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앞서 취임 초 각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 때도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절약 마인드가 너무 없는 것 같다”면서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할 수 있는 구조적`제도적 방안 마련을 당부했으며, 특히 법무부 업무보고 당시 “다른 부처는 모두 보고서를 컬러로 (인쇄)했는데 법무부는 흑백으로 돼 있어서 좋다. 이런 업무보고가 실용적이다”고 칭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경내 운행용으로 ‘하이브리드카’를 2대 구입한데 이어 추가 교체할 대형 차량 등 13대도 에너지 절감 등의 차원에서 모두 하이브리드카로 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정부 조직 개편 뒤 해양수산부가 사무실 이전 과정에서 남겨둔 집기류를 보건복지가족부 측이 청사 마당에 방치해 물의를 빚었을 땐 “국민 보기에 부끄럽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절약 마인드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재정 집행 면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는데, 당시 그는 시(市)의 낭비성 예산을 줄이는 등 경영 합리화를 추진, 지하철 건설 부채를 2조7000억원 가량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대선 후보 시절 “정부 예산을 20조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울러 최근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대통령은 “예산을 늘려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예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쓸 것이냐 하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는 ‘무조건 아끼자. 아껴야 잘 산다’는 식의 주장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정부 출범 초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 논란에 이어 최근 청와대 수석들의 재산 형성 과정을 둘러싼 파문 등으로 인해 민심이 어수선 가운데, 일방적인 절약 강조는 국민들에게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이 대통령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듯, 정부의 ‘실내 냉·난방 온도 제한 및 과태료 부과’ 방침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 NGO(비정부기구) 단체가 국민 캠페인을 하는 방안을 연구하면 좋겠다”고 민간 주도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으며, 지난 29일 7대 종단 대표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선 “에너지 절약 운동은 종교단체나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해 줘야 성공할 수 있지,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맞지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정부가 열심히 노력해 모범을 보일 테니, 민간에서 이를 적극 도와달라”고 얘기한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거듭된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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