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기고] 금융감독 부실이 투자자 피해 불러

대형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1조 6000억원대의 라임자산운용펀드부터, 파생결합펀드(DLF), 디스커버리펀드, 옵티머스펀드 등 굵직한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금융감독원이 현재 각 금융사의 상품가격, 수수료율부터 경영 전반까지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연이어 사고가 터지자 금융감독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차적으로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는 금감원의 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금융당국은 2015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시장을 활성화 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제대로 된 규칙을 제공하지 않은 탓에 전문성 낮은 운용사들이 고위험 상품에 뛰어드는 부작용을 낳았고, 이는 곧 금융사고의 원인이 되었다. 시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이를 감독할 책무를 방기한 금감원이 자신들의 책임은 쏙 빼고 금융사에게만 사고의 책임을 떠넘겼다.
금융사고에 대한 금감원의 후속 대책도 논란이다.
금융감독원은 2019년 터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은행과 보험사가 사모펀드와 신탁상품을 팔지 못하게 했다. 소비자에게 투자 위험을 정확히 알리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이는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다. 금감원이 진정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기를 원한다면 판매 금지 조치가 아니라 불완전 판매를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민원거리를 원천 차단하는 관료주의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방식은 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
금감원의 인기영합적 결정도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최근 라임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은 피해자들에게 전액을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원금 100% 배상은 역대 최고의 배상 비율이다. 라임사태가 정치권 인사들과 연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책임 소재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정치적 해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영역이 민간 금융 시장에 개입하는 이른바, 관치금융은 우리 금융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정치적 의사결정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익은 물론, 그에 따른 위험과 손실을 모두 책임지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다. 투자금을 부실하게 운영한 운용사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판매사에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 원금 손실의 위험이 큰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 투자의 기본을 무시한 정치적 판결은 운영사와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할 것이며, 그만큼 금융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손실이다. 금융사는 과도한 규제 때문에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지 못할 것이며, 이는 잠재적으로 투자자에게도 손해다.
부실한 금융상품이 시장을 교란시키다 보니 우리 금융시장 전반의 경쟁력도 낮다. 아시아 금융 허브였던 홍콩이 정치적 문제로 위상이 크게 흔들리면서, 해외 금융기업들이 다른 국가로 이동을 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을 택한 기업은 하나도 없다. 금융당국의 통제가 너무 강해 기업의 자율성이 낮고, 금융시장이 정치적 영향력 하에 있기 때문에 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진 탓이다. 금융시장의 발전이 더딘 것은 금융감독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금융경쟁력을 높이는 제도마련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우수한 금융상품이 경쟁하는 시장일수록 소비자의 선택권이 잘 보호되고 사회적 편익도 상승할 수 있다. 금융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사고를 근절하겠다며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금융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상품의 안정성과 수익성도 상승할 수 있다. 시장의 기능을 고려한 규칙 하에서 금융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경쟁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곧 소비자를 보호하는 최선의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글/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경제칼럼

[기고] ‘하나의 바다, 하나의 아시아(One Ocean, One Asia)’

바다를 통한 협력, 아세안 국가들과의 MOU 성과에 부쳐
‘하나의 바다, 하나의 아시아(One Ocean, One Asia)’는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해양수산부가 내세운 슬로건이다.

바다를 통해 국가 간에 교역이 일어나고 문명이 서로 연결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세 번의 정상회의가 모두 해양도시인 제주와 부산에서 개최됐고, 바다를 통한 협력은 말 안 해도 당연한 것 아니냐는 각국의 분위기를 이번 정상회의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아세안 10개국은 우리나라와 교역규모가 1600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제2의 교역 대상이며, 상호 방문객만 해도 지난해 1100만 명에 이르는 신남방정책의 전략적 파트너이다. 해양수산 분야에서도 아세안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산물 수출 시장이요, 수산물 수입 또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나라 항만 수출입 물동량의 12%는 아세안에서 창출된다.

해양수산부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 발맞춰 세계경제의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과 그동안 해양수산 전 분야에 걸쳐 총 32건의 외교협정과 MOU를 체결했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에는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등 4개국과 선원교육, 항만운영, 수산양식 분야에서 협력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베트남과는 2018년 3월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 때 쩐 다이 꽝(Tran Dai Quang) 주석의 요청에 따라 한국해양대학교의 실습선 한나라호를 내년에 공여하기로 했고, 선원 교육훈련 분야의 협력을 위한 ’선원교육 MOU‘도 체결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응우옌 쑤언 푹(Nguyen Xuan Phuc) 총리를 부산항에 초청해 실습선을 보여주고, 베트남 신항만 개발에 우리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유일한 내륙국가인 라오스와도 손을 잡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부터 지원하고 있는 메콩강을 이용한 내륙수로 운송기본계획에 더해 항만운영 정보화 시스템(Port-MIS) 구축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IT 기술을 제공하고, 라오스로부터는 내륙수운 시스템을 학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서로 나누게 됐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번에 수산물 양식 세계 9위의 미얀마, 10위의 필리핀과 ‘수산양식 협력 MOU’를 체결하고, 필리핀의 농업부 장관을 부산의 국립수산과학원으로 초청했다. 미얀마와는 지난 9월 체결한 항만개발 협력 MOU에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수산 협력 MOU를 체결해 속도감 있게 협력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에 해양수산부가 이룬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꼽자면 해양수산 전 분야를 아우르는 ‘고위급 해양수산 공동위원회’ 출범을 제안하고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부산항을 방문한 베트남과 라오스의 총리는 해양수산 공동위 출범을 가능한 한 조속히 하자고 하였으며, 미얀마와 필리핀의 장관도 우리의 제안을 환영하고 정상에게 건의하겠다고 했다.

나는 외교관계나 인간관계 모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행, 평화와 번영’라는 정상회의 슬로건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수사가 아닌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외교적 프로토콜은 그 다음이다.

부산항을 둘러보는 안내선 안에서 나의 공동위 출범 제안에 베트남과 라오스 두 총리가 내 손을 잡으며 화답해 주었을 때, 나는 진정성이 통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바다, 하나의 아시아’를 이뤄가는 가장 소중한 동반자인 아세안 국가들과의 약속을 신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정이 담긴 ‘따뜻한’ 후속조치를 바로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기로 마음을 다졌다.

글/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경제칼럼

"와이솔, 악재 보다 다양한 호재성 이벤트 집중"-SK증권

SK증권은 18일 와이솔에 대해 악재 보다는 다양한 호재성 이번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만9000원을 각각 유지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와이솔의 지난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한 1385억원, 영업이익은 35.1% 감소한 14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예상치를 상회했다.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31억원, 91억원으로 전망돼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무선주파수(RF) 재고 관련 매각 매출과 부품 모듈 비중 증가에 따라 이익률 개선이 반영됐다"며 "다만, 4분기는 전방 재고 조정에 따른 외형 감소가 불가피함에 따라 실적 눈높이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 연구원은 악재보다는 다양한 호재성 이벤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TC-SAW를 통한 평균판매단가(ASP) 상승효과가 내년부터 예상되고 2021년부터는 BAW 필터를 통한 본격적인 실적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해외 RF 부품 업체 주가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분기 실적 가이던스 도 상향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 실적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나 올해 4분기를 마지막으로 점진적인 실적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주가를 견인할 재료가 풍부한 가운데 악재보다는 향후 반영될 다양한 호재 이벤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제칼럼

[기고] 갯벌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 디테일에 달려있다

겨울의 한가운데 한파가 매섭다. 세상 만물이 다 움츠러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바로 우리 갯벌이다. 오히려 겨울을 맞아 김 양식을 위해 지주대를 고쳐 세우고, 제철을 맞은 굴을 따는 어업인들의 손길이 더욱 분주하다. 우리 바다가 전 세계 어느 바다보다 생산성이 높고, 많은 생물이 사는 이유 중 하나는 넓고 건강한 갯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갯벌에 사는 생물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북유럽의 와덴해(Wadden Sea)보다 2.5배나 많은 6천여 종에 달한다.

그 동안 정부는 연안과 해양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하여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있는 갯벌을 「습지보전법」에 따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해 왔다. 2001년 무안 갯벌이 최초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갯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높아지면서 보호지역 면적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서울 면적의 2배에 달하는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보성벌교 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확대 지정되었다.

갯벌과 내륙습지는 생명자원의 보고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이용 형태와 성격에는 큰 차이가 있다. 동식물의 포획·채취가 금지되어 이용이 제한적인 내륙습지와 달리, 갯벌은 전체 면적의 40%가 어장으로 지정되어 우리에게 건강한 수산물을 사시사철 제공하는 ‘바다의 밭‘이다. 우리가 지켜가야 할 자연자원인 동시에 수산물 생산의 보고라는 점에서 갯벌은 특별하다. 그래서 갯벌을 개발․이용이냐 보전이냐는 양자택일적인 대립의 틀로만 바라볼 수 없고, 갯벌을 보는 관점과 관리방향에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갯벌을 어떻게 관리할지 정하기 위해서는 갯벌의 특성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수산물의 생산 측면에서는 청정한 갯벌을 지정하고 기준에 맞게 관리해 국민이 갯벌에서 나는 수산물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과도한 어획으로 생산력이 떨어진 갯벌은 이른바 ‘갯벌 휴식제’를 통해 조업행위를 중지하여 갯벌 생물이 다시 살아날 시간을 두되, 이 때문에 생계가 곤란해지는 어업인에게는 정부의 세심한 지원도 필요하다. 주말이면 갯벌에 들어가 조개를 캐며 갯벌 체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매년 수십 명이 갯벌에 빠져 다치거나 때로는 목숨까지 잃는 현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체험 관광은 육성하되 위험한 곳은 미리 관리하여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갯벌의 특성을 반영한 “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이 이달 15일 제정․공포 되었다. 지금까지 습지보전법을 통해 여러 갯벌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어업권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다양한 특성이 혼재하는 갯벌을 그 특성에 맞게 관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에 제정된 갯벌법에 따라 갯벌을 용도와 특성에 맞게 보전구역, 휴식구역, 생산구역, 체험구역, 안전관리구역으로 나누어 관리․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청정갯벌은 생산구역으로 지정해 어업생산을 지원하고, 휴식구역에는 휴식년제와 같은 이용 제한을 통해 갯벌의 생명력을 높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갯벌 지역 주민들이 갯벌생태마을 지정, 갯벌생태관광 인증 시행 등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게 갯벌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동안에는 법적 근거가 미흡해 갯벌복원사업의 사업 주체나 사후 관리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번 갯벌법 제정을 계기로 훼손된 갯벌생태계를 되살리는 갯벌복원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갯벌의 지속가능한 관리란 보전과 이용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 갯벌을 향유할 수 있도록 생명력을 지속시켜 나가야 한다. 갯벌법을 발판 삼아 우리의 소중한 갯벌을 균형 있게 보전·이용하고, 후손들에게 건강하게 물려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경제칼럼

[데스크칼럼] '괴물'이 된 가상화폐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비트코인 외국보다 40% 고평가, 하루 수십조원 등락 역대급 후유증 우려
보편 가치, 신기술 맹신은 위험…정부 순차적인 엑시트 겨냥한 대책 내놔야
요즘 가상화폐가 연일 매스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광풍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신드롬이다.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이 일 년 만에 2000만원 이상 폭등하고 ‘oo코인’ 등 새로운 가상화폐에 돈이 몰리자 투자를 권유하는 다단계 사기조직까지 등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전 세계도 한국에서의 가상화폐 열기를 근심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사려면 40%나 더 비싼 값을 치러야할 판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갈수록 치솟자 미국의 대표적인 가상화폐 정보회사인 코인마켓 캡은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을 데이터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으름장마저 통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가 총대를 메고 ‘거래소 폐지’를 거론했다가 가상화폐 매수자들의 청원에 ‘놀란(?)’ 청와대가 진화에 나서는 촌극이 벌어져서일까. 오히려 그 기세가 등등해지는 모습까지 느껴진다.

실제로 지난 12일 1740만원 까지 하락했던 1비트코인 가격은 “정부 규제가 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입소문 속에 주말 가뿐하게 2100만원 대를 회복했다. 하루사이 총 가치총액 수십조원이 예사로 왔다갔다 하다보니 실제 돈 가치에 대한 둔감도가 커지는 형국이다.

비트코인을 위시로 한 가상화폐의 실제 미래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사회 병리현상’이 심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명확한 실체-이 부분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있지만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화폐를 익명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특징에 기반한 것임을 말해 둔다-가 없기 때문에 미래 가치 측정에 펀더멘털보다는 기대심리에 의한 센티멘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서다.

센티멘털 투자라는 것이 무엇인가. 어떤 강한 믿음에 매몰돼 한정된 자원에 수요가 몰리면서 벌어지는 가격 왜곡에 편승한 투자다. 투기에 다름없다.

물론 비트코인 채굴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고 소수점 여덟짜리까지 분할이 가능해 향후 글로벌 통화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영원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역사 속에서 신앙처럼 여겨졌던 화폐질서에 대한 믿음이 깨진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까운 사례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밀고 있는 금본위제를 들 수 있다. 모든 나라의 통화를 금 가치와 연동시켰던 19세기식 금본위제는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미국 달러화만 금 가치와 고정시키는- 출범으로 대지진이 일어났다. 새로운 질서도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달러화 공급량 확대에 따른 부작용으로 1971년 금 교환 금지 선언되며 사라졌다. 세계 경제는 한동안 이른바 ‘닉슨 쇼크’에 시달려야 했다.

새로운 기술이 갖는 가치를 예단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낳는 것인지도 우리는 쓰라린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IMF외환위기 충격 직후 불어닥친 ‘벤처 열풍’은 코스닥 투자 지상주의를 만들어냈다. 그 중심에는 인터넷 네트워크에 기반한 전화서비스(VOIP)라는 획기적 기술을 앞세운 새롬기술도 자리했다.

기존 전화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는 논리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1999년 코스닥에 입성한 새롬기술은 상장 1년 만에 시초가 130배까지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차익실현 등에 초래한 수급 꼬임 속에 급락했고 지금은 회사 이름조차 기억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다.

새롬기술의 경쟁력은 애플 페이스타임을 비롯해 스카이프, 카카오톡 등 왠만한 플랫폼으로 공짜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현재 의미 있는 기업가치 부여조차 어렵다. VOIP가 20여년이 지나 비트코인 거래망인 블록체인이라는 용어로 대체돼 우리를 열광시키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좀 더 정교해지고 대중화 되면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1코인당 수천만원이 여전히 저평가된 수준이라며 사들이는 심리 만큼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고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자금 왜곡에 따른 경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교하게 메스를 대야 할 것이다. 거래소 폐쇄 특별법 등 수급을 단숨에 악화시킬 수 있는 자극적인 장치는 해결책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가상화폐 거래계좌 실명제 도입 등 투기 세력 차단을 통한 ‘순차적인 거품 제거’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자칫하면 20~30대가 절반에 이르는 가상화폐 매수자들의 경제적 및 심리적 상실감이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이들이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역대 최악의 취업률 등 숨 막히는 경제구조와 무관치 않다.

정부가 부채의식을 가지고 수습에 나서야하는 이유다.

경제칼럼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쟁점 총정리해보니...

<칼럼> 공모만으로 단순뇌물죄? 부정한 청탁?... '일반인'도 이해돼야
결론 정해놓고 끼워 맞추는 판결 아니라 정확한 사실인정 후 결론을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삼성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이 4개월여간 17차에 걸친 치열한 법리공방 끝에 이 부회장의 '최후진술'을 끝으로 선고만 앞두고 있다.

“이 사건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준 정경유착의 전형입니다. 재벌의 위법한 경영권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재벌 총수와 정치권력 간의 검은 거래를 단죄해야 합니다.”

특검 '논고'의 핵심이다.

“저는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제 실력과 노력으로 더 단단하고 강하고 가치 있게 삼성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제 자신에게 달려있는 일입니다. 제가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 부회장 '최후진술'의 핵심이다.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수많은 법률적·사실적 쟁점들이 다투어졌고, 특검은 네 차례나 공소장을 변경했다.

먼저 법리적인 면에서 특검은 당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제3자 뇌물죄'로 기소했지만, 1심에서 무죄가 되자 항소심에서 '단순 뇌물죄'를 추가했다. 반면 '단순 뇌물죄'로만 기소했던 정유라의 승마 지원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석명에 따라 '제3자 뇌물죄'를 추가했다.

다음으로 사실적인 면에서 특검은 안봉근 전 비서관의 증언 등을 근거로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단독면담을 가졌다는 이른바 '0차 독대'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안가에서 안 전 비서관을 만난 적이 없고,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다"며 "내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면 적절치 못한 표현이지만 치매다"라고 특검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상의 공소장 변경 중 필자가 보기에 특검이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에 '단순 뇌물죄'를 추가한 것은 '부정한 청탁'의 입증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큰 의미가 없다. 또한 2014년 9월 12일 소위 '0차 독대'도 팩트 자체에 다툼이 있고, 무엇보다 위 면담에서 어떤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결정적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

◆항소심 핵심 쟁점 두 가지는?

결국 필자가 보기에 항소심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다음의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유라 승마 지원과 관련하여 1심과 마찬가지로 '단순 뇌물죄'를 적용할 것이냐, 아니면 공소장에 예비적 범죄사실로 추가된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것인가?

둘째, 만약 정유라 승마 지원을 '제3자 뇌물죄'로 의율한다면, 제3자 뇌물죄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을 과연 인정할 것인가?

먼저 첫 번째 쟁점에 대해 살펴보자.

예측컨대 정유라 승마 지원의 경우 1심과 달리 '단순 뇌물죄'가 아니라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공모한 이상 뇌물 전체가 비공무원에게 귀속된 경우에도 '경제적 공동체' 여부와 무관하게 '단순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형법상 뇌물죄의 체계와 판례에 반하기 때문이다.

형법은 뇌물의 '귀속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공무원'이 뇌물을 수수한 단순 뇌물죄와,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제3자 뇌물죄로 구별한다. 아울러 제3자 뇌물죄의 경우 공무원이 직접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벌성(可罰性)'이 약하기 때문에 단순 뇌물죄보다 강화된 요건으로 '부정한 청탁'을 요한다.

다만 위와 같이 두 죄를 엄격히 구별할 경우 공무원과 제3자가 소위 '경제적 공동체'에 가까울 정도로 특수한 관계에 있음에도 단지 '부정한 청탁'이 없어 처벌할 수 없는 '법의 흠결'이 나타날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관계 명확한 사실판단없이 단순 뇌물죄?...명백한 죄형법주의 위배

예컨대, 공무원이 제3자의 생활비 등을 부담하거나, 채무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제3자가 뇌물을 받으면 공무원은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데 이때에도 부정한 청탁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못한다면 정의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이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이나, 제3자가 공무원의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 등은 실질적으로 공무원이 받은 경우와 차이가 없으므로 '부정한 청탁'의 유무와 관계없이 '단순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형법 규정과 판례에 의할 때 원심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에 대해 소위 '경제적 공동체'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고 단지 '공모'만으로 '단순 뇌물죄'를 인정한 것은 큰 문제가 있다.

먼저 법리적으로 원심의 판단처럼 뇌물의 귀속주체와 무관하게 단지 공모만으로 단순 뇌물죄가 성립한다면 제3자 뇌물죄는 공모가 없을 때에만 성립하는데, 이는 제3자 뇌물죄에 있어 ''제3자가 그 정을 알았는가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판례에 명백히 반한다.

또한 사실적으로 최소한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갚아야 할 부채가 있다거나, 생활비를 부담해야 할 특수한 사정이 있어야 사회통념상 '최순실이 받은 돈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유탈하였다.

특검은 '경제적 공동체'나 '공동 지갑론' 등을 주장한 적이 전혀 없다고 하지만, 최순실의 의상비나 의료비 대납, 삼성동 주택구입 자금 지원 등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임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수사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원심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사실판단'도 없이 '단순 뇌물죄'의 성립을 근거 없이 확장했고,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명백히 위배된다.

이와 같은 법리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정유라 승마 지원과 관련하여 특검에 '제3자 뇌물죄'를 추가할 지에 대한 석명권을 행사했고, 특검이 예비적으로 공소장을 변경한 이상 원심과 달리 제3자 뇌물죄로 의율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음으로 두 번째 쟁점에 대해 살펴보자.

만약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이 '제3자 뇌물죄'로 의율된다면 결국 항소심의 유일한 쟁점은 과연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하여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하여 명시적, 개별적,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정한 청탁도 없었지만, 승계구도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하여 묵시적으로 청탁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특검의 공소장과 원심 판결문을 보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자체를 도와달라고 한 것인지, 아니면 미리 치밀하게 계획된 '승계작업 구도'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막연히 도와달라고 했는지 분명치가 않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특검이 '경영권 승계'와 '승계작업'을 혼용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며, 청탁의 내용을 명확히 하라고 석명권을 행사했다.

◆ 경영권 분쟁 전혀 없는 상황에서 굳이 뇌물까지 제공하며 청탁?

즉, 재판부는 "특검이 공소장에서 '승계작업'이라는 문구를 쓰면서 그 정의를 내려놨는데, 항소이유서나 의견서 등에 보면 승계작업 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라는 용어도 사용하고 있다며 과연 경영권 승계 자체도 청탁대상에 포함되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의 판단으로는 부정한 청탁의 내용 중 '경영권 승계'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에 대한 분쟁이 전혀 없는 현 상황에서 이미 충분한 지분과 의결권을 확보한 이 부회장이 굳이 뇌물까지 제공하며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청탁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의 주식이 한주도 없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결정할 능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항소심의 최대 쟁점은 '삼성의 승계작업' 자체가 존재하였는지 여부와, 가사 존재했다 하더라도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제공하였는지 여부로 좁혀진다.

이와 관련하여 특검은 '승계작업'이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이나 지분 확보 등 각종 인위적인 활동을 의미하는데,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중간 지주회사 설립, 순환출자 해소 등에 있어 청탁을 하고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이 급박했고,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승계 작업 자체가 '실체가 없는 가공의 프레임'일 뿐이고 어떠한 부정한 청탁도, 뇌물 제공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부친의 회장직을 이어받는 승계는 앞으로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고, 대통령의 은밀한 도움이 필요한 인위적인 '승계작업'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 부회장의 주장은 한마디로 위의 최후진술에서 보듯이 그룹의 승계는 이 부회장 스스로 그룹의 미래와 비전에 어떠한 능력을 보여주는지 여하에 달려있는 것이며,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항소심에서는 어떤 판결이 내려질까?

명시적, 개별적, 구체적 청탁이 없었지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으므로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원심의 판단이 유지될 것인가? 아니면 승계작업 자체가 전혀 '실체가 없는 가공의 프레임'일 뿐이고, 어떠한 부정한 청탁도, 뇌물 제공도 없었다는 이 부회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인가?

◆큰 그림으로 대충?...범죄의 구성요건 꼼꼼히 따져봐야

이에 대해 필자가 섣부른 예단을 할 수는 없지만 다음의 두 가지는 꼭 지적하고 싶다.

첫째, "언어적 의미를 명확히 해야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내릴 때 그 부분을 포함해서 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재판부의 지적처럼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평균적 일반인'이 볼 때도 그 의미가 명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명시적, 개별적, 구체적 청탁이 없었지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원심의 판단은 한마디로 부분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승계작업'이라는 큰 그림을 보면 뇌물이 성립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형사법에서 가벌성의 요건과 관련한 모든 문언과 판단은 평균적인 상식을 가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큰 그림으로 대충 유무죄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개별·구체적으로 범죄의 구성요건과 이에 대한 해당성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필자는 개별적, 구체적으로 아무런 청탁이 없었지만, 포괄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원심의 판단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개별적 청탁'들이 모여서 최종적으로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청탁'이 되는 것인데, 특검이 기소한 11개의 개별적 청탁은 모두 부정되고 어떻게 포괄적 청탁이 될 수 있는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중간 지주회사 설립, 순환출자 해소 등 개별적인 청탁들이 최소한 하나라도 인정되어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청탁이 될 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뇌물죄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의 경우 그 청탁의 내용은 반드시 '육하원칙(六何原則)'에 따라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왜, 어떠한 내용의 청탁을 하였는지가 명확히 특정되어야만 비로소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개별적, 구체적 청탁이 없음에도 포괄적 청탁이 있었다는 원심의 판단은 나무가 없는데도 숲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모순을 범하고 있다 할 것이다. 또한 필자는 명시적으로 아무런 청탁이 없었지만, 묵시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이심전심으로 부정한 청탁을 하고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원심의 판단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아무리 판례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다 해도 이는 뇌물을 주고 받는 양 당사자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공통의 인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존재 자체도 불분명할 뿐 아니라 이 부회장 자신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승계작업'이라는 미래의 큰 그림을 어떻게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이심전심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가?

무엇보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라는 엄청난 이권에 대한 청탁의 대가로 고작 ''삼성 소유의 말을 자기 말처럼 타라(정유라 증언)''는 비교적 사소한 대가를 지급하고 그나마도 지원 규모를 줄여 보려고 협상을 계속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만일 원심처럼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을 무한정 인정하면 대통령의 정책에 협조한 어느 기업이 과연 뇌물죄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결국 원심은 묵시적 청탁에 대해 '어떠한 증거'나 '논리적 추론'도 없이 자의적으로 사실인정을 하였는 바, 유무죄와 무관하게 이와 같은 잘못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팩트에 입각해 판단 내려야

둘째, 사족일수도 있지만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은 이 부회장에게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이 없는 확신'이 들 정도의 고도의 증명력을 요한다.

특히 본 재판처럼 직접증거는 전혀 없고 간접증거(정황증거)에 의하여 유죄 인정을 할 때에는, 그러한 사실인정이 유일한 합리적 결론이어야 한다(the only reasonable conclusion의 법칙).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要證事實)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이 제기되면 당연히 무죄가 될 수밖에 없다.

법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한 이상 위와 같은 법원칙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재벌이라고 특혜가 있어도 안 되지만, 일부의 반(反) 재벌 정서에 따른 역차별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유전무죄(有錢無罪)'도 안 되지만, '유전유죄(有錢有罪)'도 안 된다는 의미다.

항소심은 특검과 이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권력과 여론에 일체 좌고우면 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팩트에 입각하여 명쾌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한 치의 자의도 발붙일 틈이 없는 정교한 논증으로 평균적 일반인이 누구나 흔쾌히 수긍할 수 있는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자유심증주의에 있어서 자유가 '자의(恣意)'를 의미할 수는 없으며, 사실인정이 '법관의 전단(專斷)'이 되어서도 안 된다. 합리성과 객관성을 결여한 증거가치의 판단은 위법하고(대판 84도554), 논리칙과 경험칙에 반하는 증거취사나 사실인정은 허용될 수 없다(대판 91도1956).

항소심 재판부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끼워맞추는 판결이 아니라, 치밀한 법리 해석과 정확한 사실인정 후 비로소 결론을 내려야 한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이 부회장에 대한 이 재판이 훗날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정치 재판, 여론 재판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오점을 남겨서는 결코 안 된다.

이 재판은 오로지 죄형법정주의, 증거재판주의, 무죄추정 원칙 등 형사재판의 대원칙들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진정한 법치의 재판이 되어야 한다. '법'과 '원칙'이 '여론'과 '권력'의 우위에 서는 진정한 법치 회복의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경제칼럼

[데스크칼럼] 임대시장, 지키려는 자와 내놓으라는 자

15년전 쯤, 이름도 생소해 아카보도인지 아보도카인지 헷갈렸던 아보카도(Avocado)란 고가의 과일이 백화점 식품코너에 등장하기 시작할 무렵.
결혼 준비에 여념이 없던 우리 부부는 부모님들께 정식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하는데 저 정도 과일쯤으로 구색은 맞춰줘야 생색이 나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과일들과 함께 이름도 어려운 아보카도로 화룡정점을 찍은 과일 바구니를 장만했다.
바구니를 받아든 가족들은 역시나 아보카도에 관심을 보였고, 사온 사람의 정성도 있고 하니 같이 맛이나 보자며 금세 깎아 내 왔다. 하지만 과일인 듯, 채소인 듯 속살을 한 조각씩 맛본 가족들의 알 수 없는 표정.
잘 익지 않아서였던지, 기대했던 맛이 아닌 것이 생소했었던지, 아무튼 우리에겐 별 맛이 없는데다 비싸기까지 한 과일이라 다음부턴 사먹지 않는 걸로 결론을 냈었다.
그렇게 내 기억엔 그저 그랬던 아보카도가 요즘 ‘핫’하다. 고급식당 요리사들이 자주 쓰는 식재료에, 셀럽들이 사랑하는 과일로 알려지며 열풍을 타고 있다. 서양에서는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에 들기도 했다. 국내 수입량도 매년 늘어 2012년 534t(224만 달러)에서 2016년 2915t(1189만 달러)으로 5년 사이 4배정도 급증했다.
우리나라는 FTA 체결국가인 미국과 뉴질랜드에서 주로 들여오지만, 사실 아보카도 생산 1위 국가는 전 세계 생산량의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다.
여러 국가에서 엄청난 양을 생산하고, 농장도 늘려가고 있지만 최근 중국인 수요가 폭증한데다, 일부 농장 노동자들이 농장주의 착취에 반발해 파업을 종종 하는 탓에 수요물량을 맞추기가 더 어려워 졌다. 그런 이유로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으니, 오죽하면 멕시코에서는 아보카도를 '그린골드'(Green gold)라고 부를 정도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돈이 되는 아보카도 농사에 너도나도 뛰어들며 숲이 파괴되고 살충제 과다 사용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도 발생했다. 멕시코 갱들이 농장주를 납치 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거나, 보호 명목으로 상납금을 내라며 위협 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자 농민들은 자경단을 꾸려 군사훈련을 받고, 자동소총과 방탄조끼 등으로 중무장 하는 등 무력 대응에 나섰다.
이것이 우리가 우아하게 즐기는 과일, 아보카도의 씁쓸한 이면이다. 이룬 것을 강제로 내놓으라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 그 사이의 결과물.
뜬금없는 비교지만, 우리 주택임대 시장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젠 좀 내놓으라는 정부와 지키고 싶은 다주택자와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뭐 정부가 갱단, 욕심 많은 일부 다주택자들이 아보카도 농장주와 똑같다는 건 아니지만…
지난 정부는 만성 전월세 난을 해결할 묘안으로 ‘다주택자 양산’을 선택했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상태로 막대한 분양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중의 돈을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집이 두 채 있는 사람은 갭투자를 해서라도 한 채 더 사라고 권했다. 금리가 낮을 때 어서 빨리 빚을 내 집을 사라고 했다. 여력이 되는 사람이 집을 여러 채 사 세를 내면 집 없는 서민들이 살 반전세나 월세집이 시장에 공급돼 임대주택 공급난이 해소된다는 논리였다.
다양한 혜택을 등에 업은 다주택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크고작은 신도시급 단지들이 들어서며 집값도 껑충 뛴다. 자연스럽게 투기세력도 득세하기 시작하니, 집값의 상승 속도는 누구도 막지 못할 폭주로 변했다. 강남발 재건축 열기까지 더해 시장은 터질 듯 뜨거워졌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 이런 폭주에 급제동을 건다. 집값 급등의 원인을 투기에 두고, 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취임 첫해 여섯 번의 고강도 대책을 발표한다. 6년여 만에 투기과열지구를 부활시키고, 대출강화와 거래규제를 단행한다.
이 과정에서 '그린골드'를 손에 넣은 다주택자들이 투기세력으로 지목된다. 1인 1주택을 기본으로 나머지 집은 매매시장에 내 놓거나 임대업자로 공식 등록해 보장된 기간 동안 세를 주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조세와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게 그나마 당근이다.
만약 복지부동 한다면 세금 부담을 안기고, 임대업등록을 의무화하고,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다는 건 엄포다. 거기에 부동산 보유세 인상까지 예고하며 밀어 붙이고 있다.
투기세력이 시장을 주도해 주택가격이 오르는 사이 무주택 서민들과 청년들이 갈 곳을 잃은 건 심각한 문제다. 이는 현 정부의 임기 내 100만호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응원하는 이유다.
그러나 다주택자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권이 바뀌자 손바닥 뒤집듯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바뀐 것일 테니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 정권의 기조를 타 집을 산 사람 모두를 ‘투기 적폐’로 모는 분위기, 따라오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일방적 위협이 다분히 공격적이다. 그러니 버티기에 들어가며 내 것을 지키기 위한 강한 본능을 발동 할 수밖에.
투기는 부동산 시장에서 반드시 몰아내야 할 적폐다. 허나 모든 다주택자들이 정부와 서민들이 적대시해야 할 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책이 안착해 국민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알맞은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번 사안처럼 어느 한쪽의 양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해도 정책 실행의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
다주택자들을 양질의 임대사업자로 끌어드리는데 있어 그 이면에 대립 조장과 강제가 아닌 우아한 논의와 설득이 있어야 한다. 무장을 해제할 수 있도록 감싸 안아야 하지 않겠는가.

경제칼럼

[데스크칼럼] ‘골든타임 5년’...한국 경제 생산적 내실이 먼저다

# 지난 1993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세계 경영을 선언하며 한국 기업사에 유례 없는 광폭 행보에 나섰다. 이후 5년간 눈부신 사세 확장으로 해외법인만 396개를 거느린 초국적기업으로 발돋움하지만 IMF외환위기와 함께 허망하게 무너졌다. 선진 금융기법에 대한 몰이해가 가져온 결과라는 지적도 있지만 무리한 차입경영이 초래한 예견된 참사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 같은 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명언과 함께 신경영을 주창했다. 혁신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위기를 넘을 수 없다며 혁명적 사고 전환 DNA를 각인시켜 나갔다. 이는 당시까지 추진됐던 '외형 경영'에서 '내실 경영'으로 완전 탈바꿈하는 계기가 됐고 전자 중심의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자양분이 됐다.

국내 굴지 대기업의 흥망성사 스토리를 다시금 거론하는 것은 2018년 한국 경제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 방향은 볼륨 확대에 기반한 장밋빛으로 가득하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에 초점을 맞춰 2018년을 ‘경제성장률 3%,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 원년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뉴딜’을 기폭제로 삼고, 미국발 경기호조가 확산되는 ‘골디락스’ 흐름을 타면 충분하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게 전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정책 효과는 내수 심리 회복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상승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가처분 소득 상승을 자신하는 것이 낙관에 가까워 보여서다.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 리스크에 취약하다. 금리 상승에 따른 소득 감가상각이 크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확장 정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크다.

글로벌 경제 환경도 언제든지 복병으로 돌변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장단기 국채간 금리 스프레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좁은 격차로 줄어들어 경기 후퇴의 신호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노인인구가 14%를 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오는 2023년까지가 ‘인구 절벽’을 극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마당이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더 시급한 것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노동시장 개혁에 있다는 생각이다.

국내 산업별 실업률과 고용률 지표 추이를 살펴봐도 성장과 고용의 상관 관계는 상당히 낮아져 인위적인 성장형 경제정책의 효용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노동개혁에 실패한 선진국의 퇴보는 남유럽 국가의 사례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외면한 채 재정정책을 펼친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가 3만 달러 시대를 신기루로 만들뻔 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위기는 언제 어디나 도사리고 있는 법이다. 드러난 이후에 대응은 늦다.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에도 구두선에 그쳤던 구조개혁을 달성하기 위해 바로 지금 머리를 맞대야 한다.

경제칼럼

[데스크칼럼] 2018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굴레' 벗어 던진다

대부분 시장참여자들의 새해 관심사는 2018년 무술년(戊戌年)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10년 그림자’를 완전히 떨쳐내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인가에 있다.
분위기는 매우 희망적이다. 경제성장,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세 가지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정상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최장기 경기 사이클 측정 기준인 30년 평균치를 넘어설 것이라는 진단 속에 경기 상승 국면이 미국, 유로존, 일본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우려스러운 예상이 나오고 있는 중국 경제도 안정 수준 선방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발 정상화 확산 기류…글로벌 경제성장률 4% 육박

세계 경제 우상향 곡선 전망을 뒷받침하는 논거로는 ▲주요 선진국 경기확장 국면 진입 ▲글로벌 디플레이션 압력 소멸 ▲신흥국 경제불안 가능성 종결 등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신흥국도 ‘낙수 효과’에 힘입어 동반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모두 3.7%로 제시한 상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초대형 투자은행(IB) 등 41개 기관의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도 3.7%다.

4% 이상을 점치는 낙관론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리전스 파이낸셜이 4.2%라는 가장 후한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도 올해 성장률이 4%를 찍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최강국 미국발 훈풍이 이 같은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용여건 호조, 세제개편으로 민간소비 투자 등 내수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갈 걸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혁안으로 성장세가 가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 중간값은 2.5%로, 올해(2.3%)보다 높았다.

올해 유로존 국가들도 잠재성장률을 넘어서는 2.1%의 견고한 경기확장세가 지속되면서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도달할 전망이다. 시장 여건 개선으로 설비투자 회복세가 가속화되고 소비자물가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허진욱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밖에 일본은 세계교역 개선세에 힘입어 수출, 투자 중심의 성장이 점쳐진다”며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도 원자재 가격 인상, 수출증가에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불확실성은 여전…중국 상대적 부진은 불안 요인

물론 경계해야할 요소는 여전히 적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은 성장률을 우하향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교역량이 양호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지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이 제약 요인으로 얼마든지 작용할 수 있다. 일단 IMF는 내년 세계교역량이 4.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 앙등도 불안감을 드리운다. 주요 산요국의 감산연장과 세계경기 회복세에 따른 수요 증가가 영향을 주면서 올해보다 높은 배럴당 55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중국 경제의 향방이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실제 중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6.8%에서 내년 6.4%로 낮아질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내년 전망치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의 성장률은 3%대를 기록했던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전망이다.

생산능력 과잉과 위험 수준의 부채, 주택시장 공급 과잉이 성장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이 밖에 유로존에서도 브렉시트(Brexit) 관련 통상관계 협정 지체,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 독립요구 등이 불확실성 요소로 꼽히고 있다.

경제칼럼

[데스크칼럼] 고집스럽거나 혹은 무지하거나

'헛다리짚기'...오래전 이야기 이지만 2002년 월드컵 이영표 선수가 떠오르는 용어다. 양 다리를 번갈아 가며 공을 찰듯 말듯 속이는 페이크 동작으로 상대의 수비를 뚫고 나가는 이영표의 전매특허 기술이었다. 빠른 발재간에 현혹돼 좌우전후 어디로 튕겨 나갈지 판단이 안선 상대가 곧잘 속아 넘어가곤 했다.
또 다른 '헛다리짚기'...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을 그르쳐 성과를 내지 못하는 행위.
앞의 헛다리는 의도를 가지고 상대를 속이는 기술을, 뒤의 헛다리는 무지와 아둔함이 가져온 어이없는 실수를 말한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유통업계에 들이댄 메스가 그야말로 헛다리짚기인데, 그게 전자 기술적 측면의 헛다리인지 후자 무지가 가져온 헛다리인지 당최 판단할 수가 없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무엇이 어찌 됐던 두 헛다리 모두 제대로 잘못짚었다는 것이다.
여당 의원 11명이 지난달 29일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은 매달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상업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 점포가 들어설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다만 이번 정부 초부터 업계를 긴장시켰던 대형마트 월 4회 휴업과 백화점, 면세점의 월 2회 휴업은 이번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의 요구에 따라 즉각적으로 규제 카드를 꺼내드는 최근 정부 분위기를 봐서는 언제 다시 논의 될지 모를 일이다.
일련의 개정안 추진이 전통시장과 유통 대기업이 상생하는 길이라는 게 정부와 여당의 논리지만 시장에서는 억지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위정자들이 소비 패턴의 변화를 인지 못했거나, 포퓰리즘에 근거해 규제를 위한 규제로 밀어 붙인다는 것이다.
과거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재래시장의 경쟁력이 한순간 바닥을 친 건 사실이다. 힘없는 영새상인들의 설 곳이 공룡 유통기업의 마트라는 것이 등장하며 비좁아 졌다.
그러나 십 수 년이 지나면서 소비 패턴이 이미 크게 변화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시작한지 5년이 지났다. 그러나 이 기간 재래시장의 사정은 오히려 더 퍽퍽해 졌다. 재래시장의 어려움이 대형마트 때문에 시작됐다고 하지만 지금에 와서 유통업 규제를 확대한다고 해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오히려 소비자의 불편만 가중될 것이란 비판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미 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방식은 사양길에 접어들어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사한 지난 8월 기준 국내 주요 유통업체 매출조사를 보면 오프라인 업체들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0.4% 증가에 머물렀고, 백화점은 0.8%, 대형마트는 4.7%나 줄었다. 반면 온라인 업체 매출은 13.1% 증가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도 재래시장만큼 위기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오프라인이 절대적으로 강세였던 신선식품까지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면서 오프라인 업체들의 숨이 더 가빠졌다.
이런 현실에서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 등의 영업 규제로 재래시장을 살려보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법안으로 국내 유통 빅3의 연간 매출이 최악의 경우 2조4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이란 집계도 나오고 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이러다가 재래지장과 유통업체 모두 공멸할 수 있다.
대기업이니 고집스럽게 제치고 봐야 하는 기술의 헛다리 이건, 시장의 변화를 정확이 진단하지 못한 무지의 헛다리 이건 지금 시장 상황에선 모두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대내외 악재로 숨을 헐떡이는 오프라인 유통기업과 재래시장 모두를 살리는 것은 때아닌 규제가 아니다. 현 시장의 대세를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먼저다.

경제칼럼

[데스크칼럼] 엄습하는 ‘봄의 공포’ 더 두려운 이유

봄은 만물이 생기를 되찾아 대지에 흐드러지는 소생의 계절이다. 하지만 정유년 봄 우리나라 경제는 활력 넘치는 서사시로 메워질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비관적인 신호들은 이미 우리 마음 속에 실체가 되어 똬리를 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환율 조작국’에 한국을 포함할 가능성을 살짝 내비친 것만으로 원화값이 단숨에 10% 가까이 떨어졌다. ‘트럼프탠트럼’이 몰아쳤던 지난해 12월보다 변동 폭이 두 배에 이른다. 금융계와 재계에는 ‘4월 위기설’이 파다하다.


스트롱맨의 시대...위기 요인이 너무 많고 강력하다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은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질서에서 절대 강자 자리를 놓고 주요 국가 리더들이 벌이는 암투의 부산물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마음 놓고 평가절하할 수 없도록 환율 조작국 지정 가이드라인을 낮추면 관찰 대상에 올라있는 한국도 도매급으로 넘어간다. 설사 중국만 ‘조작국 멍에’를 쓰더라도 대륙에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으로서는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다음달도 중대 갈림길에 선다. 무역수지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이르면 오는 3월부터 재개될 수 있어서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내달이 한·미 FTA 발효 5주년이 되는 시점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협상 재개 명분으로 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내세워 압박에 나설 수 있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예상은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일 정상회담이 충분한 힌트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아베 일본 총리가 옆에 있음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시진핑과의 전화통화 내용이)아주 훈훈했다”고 상대를 자극했다.

양국간 FTA 협상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공을 들여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쓰레기통에 쳐박은 트럼프가 대체 경제규범을 놓고 중국을 지렛대로 삼았다는 것이다.

열강 리더, 이른바 스트롱맨들의 신경전이 가져올 불안 요인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오는 4월에는 프랑스 극우정당 대선후보 마리 르펜의 후폭풍이 유럽연합(EU) 전체를 집어삼킬 태세다. 마리 르펜이 5월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쟁취할 경우 지난해 브렉시트는 미풍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스 상황을 의식한 듯 “EU를 위협하는 극우세력의 준동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주변 강대국 뿐만 아니라 EU 균열이 초래할 금융시장 요동이 정유년 봄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가뜩이나 체질도 약한데 국정 공백만 더 커질 판

그럼에도 우리나라 경제 수장은 넉넉한 외환보유고를 되뇌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미FTA 재협상, 환율조작국 지정,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지, EU의 붕괴 등 도처에 지뢰밭이 널려 있는데도 말이다.

현실은 오는 4월 대우조선해양발 위기를 제대로 잠재울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오는 4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 원을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럴 경우 5조2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에도 불구 ‘독자 생존’은커녕 신용등급 추가 하락으로 채무 재조정 카드조차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

전대미문의 소용돌이 속에 한국의 정치적 상황은 한숨만 내쉬게 한다. 봄의 시작과 동시에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심판 선고를 내릴 것이 유력하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국론 분열의 생채기는 곪아 터질 것이 자명하다.

이미 지난 정월대보름 밤 서울 시청광장의 태극기 물결과 광화문광장의 촛불 물결은 ‘위험한 힘겨루기’의 현 주소를 보여줬다. 갈등을 절정으로 끌어올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가져올 파국은 가늠하기 어렵다.

어떤 식으로든 지금 수준 이상의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다. 장기간 지속된 경기침체에 경제활동인구의 가처분 소득은 IMF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떨어졌고, 사상 최고 수준의 청년실업률은 중장기 성장동력마저 담보할 수 없게 만들 만큼 체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황에서 말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열강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 ‘계산기 두드리기’에 들어간 지금, 나홀로 역주행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가 맞이할 봄이 소스라치게 두렵다.

경제칼럼

[데스크칼럼] 지금 대한민국에 절실한 것은 경제 리더다

이야기에 앞서 궁금한 것이 있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경제 분야만 놓고 점수를 매기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한참 생각해야 하는 번잡함을 덜어주기 위해 경제 마인드를 가장 잘 갖춘 대통령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대답이 쉬워질까.
이념 갈등 극복, 통일, 군부 타도, 지역주의 타파…. 이 나라를 살아가는 대통령 선거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유세 기간에도 선택의 순간에도 머릿속에 경제를 떠올릴 여지가 많지 않았던 이유들이 적지 않다.

역대 대통령들에게서 경제 전문가를 떠올리는 것이 극히 어려운 것은 이런저런 시대적 요구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그렇다해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군 고 박정희 대통령, 저유가 저물가 저금리 ‘3저 호황’에 힘입어 선진국 반열의 꿈을 갖게 한 전두환 대통령을 경제 리더로 특화시키는 이도 거의 없다.

IMF외환위기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비로소 경제가 정권 재창출 중요 요소로 각인되기 시작해서 일까. 허나 당시 사태 수습에 나선 고 김대중 대통령도 일 잘한다는 소리만 듣고 일면식도 없는 이규성씨를 초대 재경부장관에 임명할 만큼 경제 참모는 두텁지 못했다.

그 이후에 대한민국을 이끄는 리더가 경제에 대해 개안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런 점을 차치하더라도 경제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려하는 찰나 과거의 리더는 과거로 끝나야 한다. 착오에 대한 반성을 용인할 만큼 주변 환경이 녹록치 않아졌다.


너무나 빨리 추락하는 생산성…고려의 여지가 없다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이 대한민국 경제에 햇살을 비출 요인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의 맨얼굴이다.

저성장 시대가 고착화되면서 한국 경제 안정을 통한 생산성 복구 문제는 발등의 불이 됐다.

지난 1970년대 10%를 넘나들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대를 유지하기도 벅찬 상태가 됐다. 이렇게 급속도로 내리막을 걷는 경우는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극히 드물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GDP성장률은 7% 수준에서 2.5% 정도로 미끄러졌지만 대한민국은 평균치를 깎아 먹는 국가 중 하나일 뿐이다.

문제는 미래다. 세계 강대국 간 힘싸움에서 허덕거릴 처지에서 북한의 핵 리스크는 당장이라도 무력 충돌이 불거진다 해도 무리가 없을 수준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기운이 도처에 스멀거리지만 납득할만한 대비책은 없다.

몇 년 뒤 지금의 우리를 반추해보면 “그 때가 좋았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은 사회통합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제19대 대통령 대선 조사에서 설문 대상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경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응답했다는 사실을 가슴속에 새겨야 한다.


전문성보다 소통이 더 중요하다

경제 대통령과 경제 리더는 다른 의미다. 차기 대통령 후보를 포함해 지금껏 수 많은 대선 후보들이 경제 대통령을 강조했지만,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인물이 있는지 자문해보고 싶다.

현재 경제를 강조하는 대선 후보는 많다. 경제 학자 출신임을 강조하며 유일한 경제 마인드를 갖춘 후보임을 부각시키는가 하면, 이 와중에 신년 벽두 미국까지 날아가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는 ‘예비 대통령’이 본인 뿐이라는 메시지를 주기도 했다.

진정 중요한 것은 경제 지식 내지는 감각이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본인이 갈고 닦아 체화시킨 전문성 또는 가치관일 뿐이다. 리더는 본인의 능력을 모두와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

주제가 어땠든 붙통이 가져오는 불행한 결말은 현 정권을 끝으로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다가오는 새로운 경제 질서에 맞도록 산업구조를 가능한 한 빠르게 구조조정 하는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모든 것을 뒤집을 필요는 없다. 조상들이 되뇌인 ‘온고지신’의 마인드를 재해석하는 수준으로도 충분하다.

소득 양극화를 향한 속도를 줄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쟁에서 우리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능력을 갖춘 대통령을 우리가 뽑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대선의 그날까지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경제칼럼

[데스크칼럼] 트럼프시대, 우리가 알던 경제질서가 끝나고 있다

‘The beginning of the end.’
시장경제 참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예컨대 투자자들에게 주사위를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상하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자신있게 베팅할 수 있겠는가. 벌어질 일에 대한 적중 리스크가 크다면 시장 선순환을 위한 경제행위는 위축되고 그 후유증은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 불확실성은 부정적인 미래, 더 확장시켜 이야기하자면 한 시대를 풍미하며 모두에게 익숙했던 패러다임의 종말을 내포한다. 미래가 현재의 연장선상임과 동시에 긍정적인 결과까지 기대된다면 ‘청사진’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이다.

미국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 일성은 예상대로(?) 청사진과 거리가 멀었다.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메시지-미국민들에게는 영광 재현의 복음으로 들렸을 수도 있겠지만-로 가득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그는 16분 길이의 취임사에서 16차례에 걸쳐 ‘아메리칸’을 외쳤다.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민을 고용하라"는 대통령 품위와 거리를 둔 멘트는 유세 때부터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 더 두렵게 다가온다. 수 십 년 세계경제를 지탱했던 자유무역질서의 종말이 바야흐로 시작됐다.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기대?…환경이 다르다
혹자는 제4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레이건과 유사한 점을 꼽으며 ‘지나친 우려’라고 일갈한다. 레이거노믹스처럼 트럼프노믹스도 글로벌 경기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아웃사이더 출신인 것도 그렇고 보호무역주의, 감세정책을 큰 줄기로 삼고 있는 맥락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전부다.

레이건 취임 당시에는 경기침체와 물가폭등이 겹친 스테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화두였다. 양적완화의 여지가 있었다.

반면 트럼프는 장기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하는 처지다. 세수 확보가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그가 서민층 지지를 얻기 위해 감세를 언급하면서도 부자 증세라는 역설적 카드를 꺼낸 이유다. 훨씬 터프한 상황이다.

국제 정세는 두 대통령이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없게끔 할 것이다. 레이건은 당시 이념이 다른 소련만 견제하면 됐다. 두 강대국간 교역 규모는 보호무역주의 회귀로 인한 부작용을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당시보다 10배 가량 커진 수출입 규모,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이라는 새 변수와 마주하고 있다. 레이건 정부 비장의 카드였던 인위적인 약달러 조치에 또 나선다면 엄청난 갈등과 부작용이 동반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트럼프가 레이건과의 동일성에 집착할수록 세계 경제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한·미FTA 손질 불가피…미·중간 경제질서 변화 철저한 대비를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 우리나라 경제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은 한·미FTA 재협상이다. 최대 무역흑자 국가에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하자”며 테이블을 마련하자는 요구를 해올 것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취임식과 동시에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그동안 미국에 불리했던 교역 가이드라인에서의 탈퇴 가능성이 언급됐다.

물론 한·미FTA 재협상이 트럼프 집권 기간동안 이뤄질 만큼 간단한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 손질은 불가피해 보이며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 대상으로 삼으려는 미국이 ‘관찰대상국’인 한국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관세, 수입물량 제한 등 무역 보복에 취약해진다.

여기에 각종 비관세무역장벽을 동원해 우리나라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미FTA 절충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미리 강구해야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파생되는 신경제질서에도 적기 대응할 채비를 갖춰야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비판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에 반발하는 국가들을 포섭해 중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만드려는 포석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언짢은 반응을 조기에 구체화할 경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일은 순식간이 될 것이다.

경제칼럼

최순실 폭탄 맞은 기업들 이제 숨김없이 진실을 말하라

한국 경제가 다시 우뚝 설 것이라는 지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완전히 안개속이다. 될성부른 산업도 없고 업종도 없다. 완전히 침몰하지 않을까 국민 모두가 불안해하고 우울해 한다. 통일대박은 4년을 기다렸지만 아직 오지 않았다. 새로 태어나야만 한다. 그러려면 철저한 반성이 우선하여야 한다.
첫째, 국회가 정신 차려야 한다.

대통령과 당대표들이 모여 난국 타개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국회는 엉터리 법률제정을 중단하여야 한다. 기업을 잡을 8건이나 되는 상법개정안도 폐기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현재 내수를 강력히 억제하는 중이다.

예측했던 대로다. 이 법률의 가장 해악스러운 점은 꽃집, 골프장, 고깃집, 예술공연 등에 종사하는 국민들의 재산권, 나아가 생존권을 하루아침에 망가뜨린 것이다. 1년, 또는 2년의 예고기간도 없었다.

고깃집 주인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나? 운을 탓해야 하나? 이 법률의 각 규정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은 전형적인 한국 공무원의 수준과 지력을 보여준다.

둘째, 공무원들의 고립이 문제이다.

서울과 세종시 사이의 도로에 시간과 세금을 쏟아 붇는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업이 혈투로써 획득한 외화를 기름 사는데 쓰고, 그 피 같은 기름은 도로에 날린다. 세종시에 갇힌 공무원들은 국민의 애로를 들을 길이 없다. 만날 이유도 없고 소통도 없다. 당장의 해법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뿐이다.

셋째, 교육이 문제이다.

편향된 역사인식과 이념에 물든 교육으로 학생들은 수십 년 간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고 ‘민주’는 쟁취해야 하는 것으로 배우고 있다. 자유는 한국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을 포함한 유엔군이 피를 흘려 한국인에게 공짜로 준 선물인 줄 안다. 공짜라서 별로 고마워하는 것 같지도 않다.

매년 10월 24일 유엔의 날 행사는 초라해 대부분의 국민은 이 날이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 전쟁에서 5만4246명의 젊은 미국인들이 한국을 위해 죽었지만 이 사실조차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먼 옛날 일도 아니고 불과 65년 전의 일이다.

‘민주’는 이승만 대통령을 몰아내면서 쟁취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민주’라는 단어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편향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시장경제는 강자가 약자를 먹어치우는 체제로 이해한다.

경제민주화는 강자의 부를 뺏어 균등하게 분배하여야 하는 정책으로 오도하므로 경제민주화도 당연히 쟁취해야 하는 것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젊은 대선 주자들은 헌법의 가치인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적 경제’를 외쳐댄다. 반값등록금과 각종 달콤한 프로젝트 지원정책으로 대학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더 이상 상아탑도 아니고 지성의 산실도 아니다.

넷째, 인사혁신이 필요하다.

명예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장관이 되기 꺼린다. 차라리 논문 쓸 일도 없고 군대도 갈 필요 없고 주소이전도 필요없는 노처녀를 국방장관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라. 독일과 일본은 여성이 국방장관이다. 방산비리와 병영현대화를 둘러싼 비리를 노처녀인 여성 국방장관이 척결하라. 무능하고 무책임한 공무원은 과감히 퇴출해야 한다.

공기업인사를 제대로 하라. 부실공기업은 절대 죽지 않는 황금 알을 낳아주는 거위이다. 국민이 아닌 공무원에게 알을 낳아준다. 황금 알을 낳는 이 거위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부실공기업은 인정사정 없이 퇴출해야 한다.

다섯째, 귀족노조의 생떼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여섯째, 끝으로 기업에 당부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비리의혹에 대해 기업은 수사에 협조해 숨김없는 진실을 말하라.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뚜렷하지 않은 사건이다. 돈을 뜯긴 기업이 피해자여야 하는데 기업은 범죄자로서 수사를 받을 처지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 다음부터는 이번의 수사결과를 근거로 정치권의 압력에 떳떳이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약탈적 준조세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은 남 탓하지 말라. 정부를, 공무원을, 규제를 탓하지 말라. 가난한 부모를 탓하지 않듯이 그냥 가난하고 못돼먹은 아버지 아들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라. 아무리 공기와 환경이 나쁘더라도 주어진 조건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으면 상수(常數)로 계산하여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기업가정신이다. 혼돈의 시대, 각자도생이다.

글/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제칼럼

중국 눈치보다 놓친 TPP, 뒷차 타려니 일본 눈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는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41%·무역 25%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자 선진 경제 협상 회의이다. 현재 일본은 미국과 TPP를 이끌며 그 존재감을 확고히 하고 있다. 우리 또한 중국에 대한 지나친 눈치 보기보다 국익을 고려한 협상 참여 결정과 사후 대응책 마련을 통해 세계 자유 경제의 흐름에 조속히 합류해야 한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협상이 타결됐다. 메가 FTA라고도 불리는 이 협정은 10월 5일 미국, 일본, 캐나다를 비롯한 12개국이 참석한 협상 회의에서 6일간의 협상을 마무리하며 협상의 타결을 공식 선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앞으로 환태평양은 본 협상을 중심으로 무역을 활발하게 전개해나갈 것이다. 세계가 각종 무역 규제를 철폐하고 자유 시장으로의 개척을 시작했다는 데 상당한 의미를 가지는 협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가 초기 가입국 지위를 얻지 못하고 아시아 태평양 경제 통합 흐름에 불리한 상황에 놓인 데 있다. 반면 일본은 미국과 TPP의 중심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중국 정부의 시각을 과도하게 의식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TPP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표로 2005년에 체결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이 협정은 2015년까지 모든 무역 장벽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품 거래, 무역 구제조치 등에서 발생하는 기술, 서비스, 지재권, 정책 등 자유무역협정의 대다수의 사안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협정이다.

협정 창설 초기에는 큰 영향력을 가지지 못했으나, 2008년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 선언 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TPP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은 총 12개국이다. 이 국가들의 GDP 합은 전세계 41%, 전세계 무역규모의 25%에 육박하는 명실상부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을 자랑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 흐름에 미칠 파장이 지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은 이 메가 FTA를 성장 전략의 기둥으로 삼고 있다. FTA를 맺은 국가·지역과의 무역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20% 선이지만 2018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목표이다. 그 이전 미국이 한미 FTA 이후 다자간 FTA로 새로운 무역질서를 확대하고자 할 때 일본은 발 빠르게 TPP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점차 일본은 경제 대국으로서 그 위치를 공고히 해나갈 것이다. 이에따라 아세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우리 외교가 중국에 치우쳐 일본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을 우려할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계속해서 중국 정부와의 관계 유지를 명목으로 국가 성장 동력을 외면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계속해서 세계 정세의 변화에 미온하게 대처했을 때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도태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주변국들의 성장에 반해 한국은 지속적으로 후퇴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 시점에서 한국은 TPP 협상 참가 여부조차 일본의 움직임에 맞춰 가야 하는 실정이다. 일본을 제외한 11개국과의 사전협의를 끝냈지만, 일본의 승인 절차를 받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협상 참가를 대가로 일본이 기존 회원국으로서 자국에 유리한 추가 혜택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메가 FTA에 가입하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중국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 메가 FTA가 필수적이다.

TPP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것만으로 중국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조차 우리만의 기우일지도 모른다. 예상과는 달리 중국 또한 TPP 협상에 참여할 뜻을 비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우리가 먼저 참여하는 것에 대해 중국 정부를 의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환태평양지역 국가들이 함께 모여 형성한 무역공동체의 효율성과 파급력은 양국 간의 FTA에서 발생하는 효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늦은 TPP 협상 참여로 인해 당장에 눈에 띄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대응책을 마련해 전향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다면 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분명한 경제동맹 구축을 통해 선진 경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글/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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