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굴곡진 여성의 삶, ‘인비져블 라이프’

여성신장(女權伸張)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은 주체가 아닌 타자로 그리고 객체로 존재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 정해진 삶을 살아야했다. 특히 가부장적 구조 속에서 여성은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가부장제는 시대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성격을 달리 했지만 여성의 삶을 속박해 왔다.
마샤 바타라의 소설을 영화화한 ‘인비저블 라이프(Invisible Life)’는 1950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가부장적 남성들에 의해 굴곡진 삶을 살아야만 했던 여성들의 안타까운 세월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1950년 구스망 집안의 두 딸, 누구보다 우애가 깊은 귀다(줄리아 스토클러 분)와 에우리디스(캐롤 두아르테 분)는 젊은 시절 포르투갈에서 이주해 브라질에 정착한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다. 엄격한 아버지에 지친 귀다는 잘생긴 항해사와 사랑에 빠져 가족 몰래 그리스로 달아나고 피아니스트가 꿈인 동생 에우리디스는 아버지가 정해준 부유한 집안의 안테노를 만나 결혼한다. 1년 뒤, 귀다는 요르고스가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임신한 몸으로 집에 돌아오지만 가족의 명예가 중요한 아버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로 인해 두 자매는 같은 브라질에 살면서도 서로의 행방을 모른 채 67년의 세월을 살게 된다.
영화는 여성의 서사가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인비저블 라이프’는 1950년대 브라질 여성의 삶이기도 하며 그 시대를 살아온 모든 여성들의 삶이기도 하다. 영화는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자매를 통해 힘겹게 살아왔던 수많은 여성들의 잊혀진 삶을 다룬다. 가족에게 외면당한 귀다는 많은 이웃 여성들의 도움으로 홀로 아이를 키운다. 혼자보다 함께일 때 연대는 강해진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는 여성들의 사랑과 연대를 서사에 잘 녹여냈다.
가부장제 속에서 타자화 된 여성의 모습을 담는다. 여성은 남성의 존재에 의해 위치가 규정됐고 이는 인간 간의 권력관계 속에서 형성된 패배의 결과로 여성은 타자로 객체로 존재했다. 에우리디스를 통해 여성은 결혼이라는 제도로 가부장적 사회에 편입되고 주체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부장제 속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희생과 복종을 강요받았다.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철저히 외면당하며 오히려 가족보다는 음악원 입학을 준비하는 모습에 이기적이라며 비난받는다. 영화는 결혼과 원치 않는 임신으로 자신의 꿈은 포기한 채, 평범한 가정주부로 삶을 살아야만 했던 그 시대의 여성을 잘 그려냈다.
‘인비저블 라이프’는 여성영화에 걸맞게 아름답고도 감각적인 영상미를 선보인다. 특히 강력한 색채, 감각적인 영상과 잔잔한 피아노 선율까지. 영화는 두 자매의 삶을 번갈아가며 이야기하지만 고통스러운 삶을 설명하는 대신 상징적인 모습을 통해 그 시대의 여성 이야기를 그려낸다. 자칫 신파로 가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감각적이면서 여운 짙은 작품으로 연출한 카림 아니노즈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제7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던 에우리디스와 귀다 자매의 ‘보이지 않는 삶’에는 1950년대 억압받는 많은 여성들이 삶이 함축되어 있다. 영화 ‘인비저블 라이프’는 그 시대 그들의 삶을 통해, 자신들의 원하는 삶, 보이는 삶(visible life)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 여성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양경미/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칼럼

비건의 메시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지 말기를

지난 7월 1일 우리 대통령은 미북정상회담을 다시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6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새로운 북핵 협상안을 마련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국방담당국장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한국담당국장으로 명함을 바꾸고 전문가 행세를 하는 미국익연구소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라는 사람은 백악관과 의회에서도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권정근 미국국장은 미국 사람들과는 만나지 않겠다며 우리 정부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티븐 비건(Stephen Biegun) 미국무부 부장관이 코로나19를 뚫고 한국에 왔다.장면 #1 : 트럼프 대통령, 도움이 되면 만날 것이다?현지 시간 7일 오후 7시(한국시간 8일 오전 8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레이TV에 출연해, “그들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우리도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레타 반 서스테렌 앵커는 김정은 위원장과 또 한 번 정상회담을 할 것이냐고 확인 질문을 하자, “만약 그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만날 수 있다”고 대답한다. 이런 만남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 하냐고 앵커가 묻자, 그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동문서답을 한다.장면 #2 : 비건 부장관과 평화교섭본부장의 짧은 만남8일(수) 오전 9시부터 스티븐 비건은 강경화 장관(30분), 조세영 1차관(90분), 그리고 이도훈 평화교섭본부장(40분)과 차례로 회담을 했다. 그리고 외교부 청사 로비에서 3분정도 원고 없이 짧게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서 스티븐 비건은 북한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며, 동맹국인 한국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선희 제1부상과 존 볼턴 전 NSC보좌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두 사람이 과거의 방식에 갇혀있고, 불가능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 것이다(이 부분은 대사관 보도자료에만 포함되어 있다).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도 현실은 달라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해석할까? 늘 그랬듯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이라는 대전제는 생략하고 ‘만날 수 있다’를 부각시키며 3차 미북정상회담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지 않을까? 그리고 ‘남북 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스티븐 비건의 말을 강조할 듯하다. 그런데 북한 김여정이 그렇게 못마땅하게 여겼던 워킹그룹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는 두 사람 모두 노코멘트 한 것으로 봐서, 대북지원에 첫 장애물도 넘지 못했던 듯하다.미국의 메시지는 미북정상회담이 아니라 북핵실무회담에 나서라는 것그간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입장을 종합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븐 비건의 말은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의 로드맵이 그려지면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도움이 되면’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즉 정상회담 보다 실무회담이 먼저라는 말이다.
둘째, 스티븐 비건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와 북핵 제거에 관해 협상할 권한을 가진 상대가 나서면 언제든지 대화할 것이다. 그러나 최선희는 자신의 협상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즉 최선희가 아닌, 협상 권한을 가진 다른 인물을 내세우라고 북한에게 요구한 것이다.
셋째,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는 없으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흔들림 없이 함께 가야한다는 말을 ‘동맹국인 한국을 만나러 왔다’고 표현한 것이다.
아전인수 격으로 미국의 입장을 해석하는 것은 북한 비핵화 전략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남북대화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이는 디딤돌 위에 비누를 놓는 격이 될 수 있다. 미끄러지면 한 사람만 다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다친다. 그래서 냉정한 현실 인식을 촉구하는 것이다.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칼럼

‘열대(熱帶)의 트럼프(Trump)’

‘열대의 트럼프(Tropical Trump)’, 누구일까? 삼바(Samba) 축제로 유명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65)을 말한다. 보우소나루는 육사(陸士)를 졸업했지만 군부통치(1964~1985)가 끝난 브라질은 군인에 대한 대우가 별로였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소신(所信) 발언 때문에 군(軍)내에서의 입지가 어려워지자, 대위(大尉)로 전역한 뒤, 리우 시(市)의원과 연방 의회 의원 20여년을 지낸 보우소나루는 지난 2018년 10월 대통령 선거에서 55%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보우소나루는 좌파 정권(2003~2016)의 부패와 무능력에 질려버린 브라질 국민들에게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마약과 조직범죄에 대해 군대식 방법을 동원해 단숨에 해결하겠다”고 호소하면서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 유권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2019년 1월 1일의 취임식에서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은 사회주의와 좌파(左派) 포퓰리즘으로부터 해방의 날을 맞았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도 “미국은 당신과 함께 할 것”이라고 즉각 지지 트위터를 날렸다. ‘열대(熱帶)의 트럼프’ 브라질(Brazil)의 트럼프는 이렇게 출발했다.
한때 세계 9위의 경제 규모와 2억명이 넘는 인구,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잘 나가던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75, 2003~2010 재임)의 좌파 정권 이후 점점 어려워져 최근 수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헤알(Real)화 가치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2017년 세계 살인율 1위의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교 노선도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국 등과 교류를 중시하는 ‘남남(南南) 외교’를 추구하며 미국과도 긴장관계를 형성해 왔다.
보우소나루는 ‘친미(親美) 친서방(親西方)’주의자이다. 취임하자 말자 미국을 방문해, ‘존경하는 선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외교의 방향을 틀고, 앞으로 10년간 8000억 헤알(2020년 기준 178조원)을 절약할 것으로 추산되는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승인하고 남미공동시장(MERCOSUR)을 통한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도 체결했다. 또 살인과 강도 등 중대범죄의 발생을 20% 이상 낮추고 새로운 일자리 76만개를 창출하는 등 취임 1년 동안 상당한 실적을 쌓았다.
그런데 집권 2년째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보가 꼬이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도 비판을 받고 있지만, 보우소나우도 미국식의 개방적 방역을 채택해, 자국내 공산당과 노동당 등 반대세력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코로나19를 ‘작은 독감’에 비유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대하는 SNS를 올리고(3월24일), “어차피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사회적 격리를 종료하고 일터로 복귀해야 한다”며“브라질은 멈출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베네수엘라로 변할 것”이라면서 경제 회생을 강조하며 외출을 장려했다(3월29일). 또 자국의 희생자가 1만명을 넘는 날 수도 브라질리아의 한 호수에서 수상 스키를 타는 기행도 연출했다(5월9일).
참다못한 국민들이 대통령을 고발했다. 브라질 연방법원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공공(公共) 장소에 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명령하고, 이 명령이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실 참모와 각료들에게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를 어길 경우 2000헤알(약 45만원)의 벌금 부과도 선고했다(6월23일).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국민들이 교회, 상점, 공장, 사적 모임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길거리와 공공교통 이용 시에는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했다(7월3일). 이튿날 브라질리아에서 있은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도 보우소나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동행한 각료 4명, 비서실 보좌관 2명, 브라질 주재 미국 대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미국대사관측은 “사적(私的)인 모임”이었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가 동아시아와 유럽 쪽에서는 한풀 꺾인 듯 하지만 이제 겨울로 접어 든 남미(南美)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월드오미터(worldometers)의 집계를 보면, 7월 8일 현재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1200만명, 사망자는 5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미국의 반(半)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확진자로 판정받았다(7월8일). 지난 4일 미국대사관에서의 “사적으로 가진” 독립기념일 파티 이후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동석했던 외교장관, 국방장관, 미국 대사 등도 검진을 받았다.
보우소나루는 7일 브라질리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확진 사실을 전하면서 “공포에 떨 이유가 없다. 그게 인생이다. 삶은 계속된다. 브라질이라는 이 위대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주어진 임무와 내 인생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사뭇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이때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국가 지도자로서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56)에 이어 두 번째 확진자이다.
6만70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브라질을 비롯해 페루,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많은 중남미 국가에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브라질에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확진자와 사망자도 상당하고 검사 건수가 극히 적고 진단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들이 많은데다 병상 부족과 함께 공공의료 체계의 부실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특히 하루 벌이가 6600원에 미달하는 빈곤층이 많이 있어 빈부격차가 심한 브라질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서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격리를 실천할 수 없는 사람들, 극단적으로는 보건 당국이 아무리 손씻기를 강조해도 손 씻을 수돗물에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가 전체 20%가 넘는 4500만명 가까이 존재하는 현실도 걱정된다.
2021년 초(2월 말~3월 초) 그 화려한 치장과 현란한 몸짓의 ‘리우 카니발’을 편한 마음으로 보려면 우선 보우소나루 대통령부터 완치가 돼야 할 텐데, 어떨지 은근히 걱정된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칼럼

[슬기로운 국회생활] 집값 폭등에 '너도 나쁜 놈'이라는 민주당, 뭔가 이상하다

"지난해 12·16대책과 최근의 6·17대책은 물론 곧 내놓을 정부의 추가 대책까지 포함해 국회에서 신속히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부동산 규제가)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집값 폭등과 부동산 대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회 탓, 야당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현재 여권의 '위기 극복 능력'을 보면 가끔 감탄스러울 때가 있다. 정책 실패나 내로남불에 대해 비판을 받기 시작하면 전 정권 탓 또는 야당 탓을 하며 남 탓으로 책임을 돌리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가끔 남 탓조차 여의치 않은 순간이 오면 그 다음 대응도 물론 준비돼 있다. '우리만 나쁘냐, 너희도 그랬잖아'라며 '우리 모두의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이 문제가 되자 "의원 자녀들 입시를 전수조사 하자"고 하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막말이 문제가 되자 시효가 지나도 한참 야당 의원의 말을 상기해 싸잡아 비판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어느새 비판의 대상은 사라지고 '정치인이 다 그렇지 뭐' 하는 식으로 물타기가 끝난다.
민주당 인사들이 미래통합당 의원들을 향해 '다주택자는 집을 팔아라', '왜 시세차익을 얻었냐'며 몰아세우는 최근의 상황도 딱 그렇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일 뜬금없이 통합당 의원들을 향해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이 터진 직후다. 노 실장은 서울 반포동 아파트 대신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매도하기로 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곽상도 통합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2억3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점을 지적하자 "곽 의원은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로 얼마 수익을 보셨냐"며 화살을 돌렸다. 곽 의원은 "팔 생각도 없이 조용히 몇 년째 살고 있는 제 아파트 가격을 대체 누가 올렸나. 실패한 부동산 정책으로 남의 아파트 가격을 올려놓고 당신 집값 올랐으니 책임을 지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기가 찬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영민 실장이나 대통령의 가족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그들이 다주택자를 잠재적 범죄자인 것처럼 대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청와대는 참모진에게 "수도권에 집을 2채 이상 보유했다면 6개월 내에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권고했고, 민주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출마자에 '1주택 이외 전부 매각' 서약을 받았었다.
국민들은 집값 폭등에 한 번, 여권 관계자들의 내로남불에 두 번 분노하고 있다. 이번 '물타기'기만큼은 쉽게 성공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칼럼

[이은정의 핀셋] ‘보톡스 균주전쟁’,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 6일(현지시간) 메디톡스가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예비판결을 통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수출명 주보)를 10년간 미국에 수입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오는 11월 6일 최종판결까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소송에서 ITC 예비결정이 최종에서 뒤집힌 사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최종판결 이후 60일 이내에 CAFC(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는 기회도 남아있어 보톡스 전쟁의 끝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균주 전쟁에서 누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느냐를 되짚어 보면 결국 모두 잃은 것이 더 많아 보인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4분기에만 약 163억원을 소송 비용으로 썼고, 대웅제약도 100억원 이상 비용을 들였다.
그뿐인가. 이번 ITC 소송으로 대웅제약은 1년 동안 잘 수출해 온 자사 보톨리눔톡신 제제 주보를 10년간 미국에 팔 수 없게 될 상황에 처했다. 아울러 대웅제약은 소송 상대방인 메디톡스와 앨러간으로부터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끼리 해외에서 싸우다가 미국 기업에 좋은 일만 했다는 자조적인 얘기도 나온다. 원래 ITC는 미국에 수출된 외국상품이 미국 관련업계에 피해를 주었는지 제소를 심사,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독립행정기관이다. 자국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웅제약의 주보가 10년간 수출 금지되면 미국 기업 엘러간이 가장 이득을 보는 건 자명한 일이다.
현재 미국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엘러간의 보톡스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엘러간 눈치를 봐야 하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제치고 곧바로 미국시장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메디톡스는 2013년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제제 ‘이노톡스’의 한국 제외 세계 판권을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에 넘겼다. 그러나 기술을 이전받고도 5년 동안은 앨러간이 임상을 진행하지 않아 이대로 기술이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었다. 현재 엘러간 주도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허가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렇다 보니 미국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앨러간이 한국 제품의 진출을 막기 위해 이노톡스 판권을 사들이고, 대웅제약을 ITC에 제소한 것이라는 일부 주장이 아주 허무맹랑한 얘기 같지는 않다.
이제 와서 "우리가 남 좋은 일만 했다"며 허심탄회하게 두 회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업계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사실상 한국 두 기업이 패자로, 엘러간이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은 아닌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들은 자국 산업보호라는 명목으로 각종 규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갈등 상황을 미국 기업이 교묘하게 이용해 중간에서 이득을 봤다는 세간의 평가를 흘려듣기 어려운 이유다.
기업 간 경쟁을 흔히 전쟁에 비유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국가도 이념도 초월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부지리 상황은 지양해야 한다. “우리 기업끼리 피 터지게 싸워 타국 기업 좋은 일 시켰다”는 지적을 듣는 일 만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칼럼

'정보광' 국정원장 박지원, 고양이한테 생선 맡기나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겠다.”
국정원(국가정보원, 안기부 후신) 원장 내정자 박지원의 청와대 지명 발표 후 일성(一聲)이다. 국정원장의 제1임무가 대통령에게 중요 정보를 보고하고 조언하는 일이므로 이 말 자체는 옳다. 그래야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아니고 박지원이 ‘충성’을 말할 때는 긴장하고 들어야 한다.
그의 충성심은 전설적이고 전투적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동아일보 기자 출신 민주당 의원 양기대가, 긍정적인 취지로 했겠지만, 그 무서운 충성심을 겪은 일화를 SNS에 소개했다. 김대중 정부 초기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던 그가 보수 언론으로 DJ 측과 불편한 관계였던 이 신문사 정치부원들과의 술자리를 마친 뒤 ‘DJ를 잘 봐 달라’며 정치부장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사람이다. 대변인으로 당 총재 김대중을 모시던 그가 새벽까지 기자들과 술을 마시고도 졸리는 몸을 이끌고 몇 시간 뒤 동교동 자택으로 가 ‘선생님’을 알현, 전날의 일들을 보고하고 조언함으로써 신임을 얻어 동교동 가신들을 제치고 최측근 위치를 점한 그의 성공 스토리를 모르는 정치인이나 기자들은 없다.
박지원은 70년 단국대 상대를 나와 럭키금성(현 LG) 상사 등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피혁, 가방 수출 사업으로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미(渡美)한 지 불과 몇 년 후인 80년대 초 뉴욕 한인회장이 됐다. 필자가 해외 대도시에서 20년 산 경험으로 볼 때, 몇 년만에 뉴욕과 그 교민사회를 알 리 만무한데, 그 자리를 탐한 정치 지향성이 놀랍다. 그 시절 해외 한인회는 회장 자리를 놓고 편이 갈려 서로 날마다 싸우는 게 일이었다. 일반 교민들하고는 유리된, 정치지망생 또는 이권 추구자들의 그들만의 리그였다.
전남 진도 출신인 박지원은 이 한인회장을 할 때 5공 당시 미국으로 반(半) 망명 온 김대중을 극진히 모신 이후 부름을 받아 92년 민주당 소속으로 전국구 의원이 됐다. 그러고 보니 김대중에 의해 발탁된 인물들이 요즘 한국 정치를 움직이고 있다. 이낙연, 이해찬, 추미애 등이 다 언론계, 운동권, 법조계에서 뽑혀진 ‘DJ 키드’들이다.
이상한 것은, 그가 마치 얼마 전까지 대통령 문재인을 혹독하게 비판했던 사람인 것처럼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방송에 매일 아침 나와 그를 까내려 ‘문모닝’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는 것인데, 필자는 이 시기에 한국 정치 뉴스를 잘 보지 않았고, 봤더라도 박지원이 문재인을 향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아마 기억에 없는 것 같다.
다만, 그가 조국 사태를 전후에 문 정부쪽에 듣기 좋은 말을 할 때부터는 눈여겨봤다. 무슨 계산이 있어서 저러나 하고 말이다. 그는 민생당인지 대안신당인지, 4.15 총선 후 소멸한 당 소속, 이른바 범여권 의원으로 조국 측을 응원했다. 매우 자연스러워 보이는 선택이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검찰총장 윤석열에게 조국 부인 정경심을 옹호하며 다그쳤다가 한방을 맞는 일도 있었다. 그가 “정경심 교수는 소환도 안하고, 조사도 안하고 기소를 했다”라고 하자 윤석열이 “국정감사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느 특정인을 여론상으로 보호하시는 듯한 말씀을 자꾸 하시는데......”라며 맞받은 것이다.
그가 대통령 문재인에게 집권 초기에 안 좋은 말을 한 것은 그 2년 전인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당대표 선거에서 맞붙었던 앙금에서 비롯된 연장선으로 보인다. 그 때만 해도 ‘정보통’이라는 박지원의 컴퓨터 머리는 ‘문재인=미래 대통령’ 등식을 연산 처리하지 못해낸 듯하다. 대통령 노무현의 영원한 비서실장 정도로 여겼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문재인이 대통령에 취임, 몇 달 후부터 지지율이 80%에 육박하고 남북정상회담도 성사시키자 “역시 문대통령은 나보다 낫다”며 방향을 180도 바꿨다. ‘문모닝’은 잠시 뭘 모르고 그를 여전히 정적으로 상대했을 때의 별명이었을 뿐이다.
이렇게 표변(豹變)한 그에게 ‘기회주의자’라고 말해도 그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는 국무총리 이낙연에게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구애(求愛)하는, “겸손하면서도 할 말을 다해 의원들을 꼼짝 못하게 한다”는 식으로 칭찬인지 아첨인지 모를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자기 의견이나 해법은 없이 중요 사안마다 ‘엄중히 보고 있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이낙연에게는, 대선 주자 선호도 1위 주자에게 보험을 드는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 되는, 좀 과한 점수가 아닌가?
박지원은 정보를 좋아하고 그래서 정보가 많은 사람이며 그 정보를 공개하고 활용해 정치를 해 온 사람이다. 정보광(狂)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정보 등을 활용해 민주당에 줄곧 우호적 입장을 취했으나 ‘보답’을 얻지 못하고 결국 내키지 않은 민생당 후보로 4.15 총선에 출전, 목포에서 떨어진 그는 모교 단국대로부터 석좌교수라는 영광스러운 지위를 얻었다.
그러나 그에게 교수라는 직함은 전혀 영광스러운 것이 되지 못했다. 3개월도 못돼 헌신짝처럼 그것을 내던지고 나랏님(나라님의 비표준어)이 내려주신, 그가 25년 전에 이미 지냈던 장관급 벼슬을 받는 모습에서 그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는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김대중-김정일 회담 추진 밀사 역할을 하며 북한에 4억5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뒷돈을 건넨 ‘불법 대북송금’ 사건의 주역이다. 이는 5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의 국제 뇌물이다. 북한은 이 돈으로 당시 극심했던 기아(飢餓) 해결과 핵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다. 박지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1년 5개월의 징역을 살았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후반에 경색된 남북관계 돌파구를 위해 박지원에게 또 이런 밀사 역할을 맡기려고 하는가?
박지원은 정보광이면서 그 정보를 알리길 즐기는 사람이었다. 방송은 그런 그를 이용해 라디오, TV 등에 단골 출연시켜 ‘정치 9단’으로,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를, 승단(昇段)을 공인했다. 그는 지난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인사 청문회에서 조국 딸이 허위로 받은 동양대 표창장 컬러 원본 사진이 자기한테도 들어와 있다며 “이게 문제다”라고 휴대폰을 흔들어댔다. 그는 검찰이 자신에게 흘린 것처럼 암시했으나 검찰이 압수수색한 표창장은 사본이었다. 컬러 원본은 조국 아내이자 동양대 교수 정경심 측이 위조한 것이었으므로 그 쪽에서 박지원에게 보낸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이처럼 신뢰도와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요구되는 진실성(Integrity)과는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비판과 아첨, 그리고 충성이 오락가락하는 기회주의자의 당적이 다르다고, 구원(舊怨)이 있는 인물을 등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탕평(蕩平) 인사는 아니다. 오히려 그 ‘용도’가 더 의심스럽고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정보기관은 ‘음지(陰地)에서 일하고 양지(陽地)를 지향한다’는, JP(김종필)가 초대 중앙정보부장으로 남긴 표어대로 오직 국가 안보를 위해서만 일해야 하는데, 그의 특기를 보고 발탁했다면 잘못 골랐다. 대북 밀사는 국정원장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정권의 국내 정치 공작을 기획하고 감독하는 PD 역할을 문재인 정부가 기대하거나 박지원 자신이 자임한다면, 문재인과 박지원, 그리고 국민을 위해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국가정보라는 건 자산이자 흉기이다. 정치인, 더구나 노회(老獪)한 정치인이 맡아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국정원 전신인 중정(중앙정보부)의 모델이었던 미국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CIA)의 국장(Director)은 주로 현역 장군이나 군 출신 민간인이 맡는다. 최초의 여성 CIA 수장인 지나 해스펄(Gina Haspel) 현 국장은 직업 정보관으로 공군 가정 출신이며 전임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국무장관은 육군 대위 출신이다.
78세 박지원은 편안한 여생과 자랑스러운 일대(一代)를 위해 국정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깊이 공부해야 한다. 충성만 말고 말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 (ksjung7245@naver.com)

칼럼

[배근미의 모난돌] ‘네탓공방’ 속 사모펀드 전수조사, 실질 해결책 될까

라임에서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젠투펀드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자고 일어나면 들려오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소식에 놀라지 않을 정도가 됐다. 쉽사리 가늠 안되는 규모지만 조 단위 피해액도 새삼스럽지 않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만 22개, 그 판매규모만도 5조6000억원이다.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 생각했던 사모펀드 사태는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치도 못한 사기행각과 부실로 점철돼 있었다. 단순히 운용을 잘못해 발생한 부실이 아니라 깡통으로 변한 펀드를 버젓이 운용·판매하고 있었고 예적금보다 조금 더 높은 이자율을 기대했던 가입자를 절망에 몰아넣었다. 여기에 온갖 연루설과 음모론이 뒤얽혀 당장 실체를 파악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 됐다.
이처럼 눈덩이처럼 커진 사모펀드 사태는 투자자들의 불안감과 금융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되고 있지만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책임소재 찾기’에 더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부실한 대처를 발판삼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개념이겠지만 어디까지 확산될지 모를 사모펀드 사태의 유탄을 맞지 않기 위한 저마다의 ‘폭탄 돌리기’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1만여 사모펀드, 230여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방침을 둘러싸고도 두 당국 간 파열음은 커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심되는 부분을 들여다볼 계획이 있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금감원 현장검사가 미뤄진 것 같다”며 “10년이 걸리더라도 전수조사를 했으면 한다”며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금감원 사모펀드 실태조사 부실 가능성에 대한 뉘앙스를 은연 중에 풍겼다.
이에 금감원 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금융위가 언급한 ‘전수조사’ 여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다. 노조 측은 “금융위가 사모펀드를 운용할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수 있는 요건을 낮추고,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것이 주 요인”이라며 “이번 사태에 불을 지른 금융위가 책임을 회피하려 하느냐”며 맞받아쳤다. 논란이 확산되자 은 위원장은 "책임회피가 아닌 책임을 지려는 것"이라며 “전수조사를 통해 금융사 스스로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자정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전수조사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은 여전하다. 당장 서류조사에만 3년이 걸리는데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자산 관련 조사가 쉽지 않다는 점, 1만여 개가 넘는 사모펀드를 이해당사자인 판매사와 운용사 등이 전수조사하는 부분을 두고 과연 어느 선까지 신뢰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도 의문으로 제기된다. 아울러 이번 전수조사가 과연 사모펀드 부실사태 해결에 제 역할을 할 것인지, 혹은 '사건이 터지니 뭔가 하긴 했다'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할 지 여부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금융권 안팎에서는 시장의 선의만 믿고 무턱대고 규제 문턱을 낮춘 금융위 뿐 아니라 상황이 악화될 때까지 뒷짐만 지고 있던 금감원, 무리하게 상품을 판 판매사 모두 이번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 제공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 그 책임은 모두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 금융당국과 시장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책임회피 대신 적극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또 앞으로 3년이라는 전수조사 기간, 혹은 그 이후 이번 사태 봉합과 제대로 된 안전판 마련을 위한 중장기 방안도 함께 고심해야 한다. 당장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는 2023년까지 이를 진두지휘한 금융당국자, 혹은 현장관계자 교체와 함께 또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어떠한 이유로든 근본 해결책 마련을 위한 동력을 잃을 경우 이번 부실사태는 언제고 반복될 수밖에 없다.

칼럼

[정계성의 여정] 秋 아들의 휴가연장, 일반병사라면 가능했을까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복무 당시 휴가 미복귀 의혹으로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휴가 복귀도 전에 상부에서 연장지시가 내려왔다는 점에 주목해 직권남용이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관련 사건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추 장관은 "군복무를 성실히 한 아이"라며 울분을 토하듯 억울함을 호소한다. 다리 수술을 했기 때문에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됐지만, 공직자 부모 때문에 군대를 갔다는 것이다. 복무 중 의도치 않은 질병으로 휴가를 사용했을 뿐 '황제복무'와 같은 특혜는 없었다는 게 추 장관의 항변이다.
나아가 "검언유착으로 보호하고 싶은 아들의 신변까지도 낱낱이 밝히는데 감탄하고 있다. 경이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며 "무엇이 진실인지 빨리 수사해서 언론과 합세해 문제투성이를 만들어 국회에서 떠드는 일을 하지 않기 바란다"고 검찰과 언론, 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아들 감싸기 의혹이 일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따로 법사위 발언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질병을 치료하는데 장기간 휴가를 사용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이는 없다. 군복무 중 얻은 질병이라면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치료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
추 장관의 아들 서씨는 질병을 이유로 10일 간 휴가를 나왔고, 10일을 더 연장해 20일의 휴가를 보냈다. 휴가가 끝날 즈음 한 차례 더 연장을 신청했다. 추가신청이 불허되자 미복귀 후 무마가 된 것인지, 추 장관의 주장처럼 부대와 상의해 또 휴가를 얻은 것인지는 검찰에서 밝혀질 문제다.
하지만 범죄여부를 떠나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이라면 추 장관 아들 사례를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집권여당 대표의 아들이 아닌 일반병사였다면 질병을 이유로 20일 이상의 휴가가 받아들여졌을까. 적어도 의무대나 국군통합병원 진단 등 수많은 절차가 필요했을 것이고, 복귀를 하지 않고 외부에서 휴가를 두 차례나 연장하는 것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장병들은 웬만한 질병은 참거나 숨기면서 병영생활을 이어간다. 빠진 자리를 채워야할 전우들에 대한 미안함, 조직생활에 따른 주변 눈치 보기 등 수치화하기 어려운 많은 환경적 요인들이 작용해서다. 이것이 옳다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뇌수막염을 앓고 있는 훈련병의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그렇다면 추 장관이 '검언유착' 혹은 '악의적 프레임'을 주장하기 전에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혹여 제 아들 사례로 허탈감을 느끼는 병사나 가족이 있다면 유감이다. 어떤 병사라도 질병이 있다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정도의 입장은 내놨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이 한여름 불볕더위에 웬만한 고통쯤은 참아가며 자신의 자유를 희생해 국가를 지키고 있는 수십만 장병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칼럼

‘가치’없는 대한민국

고(故) 최숙현 선수가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인생을 마감했다. 명백히 죽음은 있는데 실체는 없고 공방만 난무한다. 선수출신으로 선택돼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은 이를 ‘진영간 정쟁’으로 호도해 문제의 본질을 훼손한다. 선수출신 차관은 허둥대고만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성적지상주의’ 때문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정신은 사라지고 메달에만 집착하다보니 로봇 같은 ‘스포츠 쟁이’만 남는다. 이런 시스템에서 그들에게 인권은 없다. 그러니 존중받을 수 없다. 비단 스포츠만의 문제는 아니다. 본질이 잘못됐는데 현상에서만 원인을 찾으니 처방에 실패하고 헛다리만 집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시절 “대한민국 국격(國格)이 높아졌다”란 말을 많이 했다.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입지가 탄탄해졌다는 자랑이었다. ‘금융위기 극복’은 세계의 모범이 됐고, G20 등 국제행사들도 많이 유치했다. 이런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유수한 세계정상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모습이 보도됐다. 우리 국민은 이제야 우리가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상당부분은 거품이었다. 찬찬히 안을 드려다 보면 우리나라 국격은 한계가 있었다. 급성장에는 부작용과 결핍이 있기 마련이다. 벼락치기 시험공부는 기초학력의 부족을 감추고 당사자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허상을 심어준다. ‘한강의 기적’이란 눈부신 경제발전과 IMF외환위기, 2007년 국제금융위기 극복은 국제사회에서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착시현상을 일으켰다. 벼락부자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보다는, ‘허영’과 ‘갑질’만 남는 것도 이런 이치다.
사람에 대한 존중은 ‘인권(人權)’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인권은 ‘인격(人格)’을 전제로 한다. 인격은 ‘사람의 품격(品格)’으로 정의된다. 품격은 ‘성품(性品)에 따른 지위(地位)’를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사람의 ‘성품’이 그 ‘인격’을 규정한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도 성품이 미치지 못하면 인격을 논하기 힘들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격’은 그 나라의 품격이 전제되어야 한다. 국가의 품격은 그 나라가 지향하고 가꾸는 문화적, 도덕적 가치의 통합이다. 단순한 경제력만으로는 국격을 논하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 출범 때 국민인사가 “부자되세요”였다. 필자는 이명박 후보 대선 선대위에 있으면서도 이 인사가 불편해 입 밖에 내기를 꺼렸다. ‘부자’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세계대표 부국인 북유럽국가들의 국민 중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계최고 부자나라인 미국에서도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모든 국민이 부자가 될 수 있겠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돈’만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이런 ‘물신주의’는 매우 천박하고 부끄러운 모습이다. 그런 나라에서는 허례허식(虛禮虛飾)과 갑질이 만연한다. 부(富)는 소비하고 군림하는 수단으로만 쓰인다. 그런 사회적 풍조가 ‘국격상승’을 허망한 말장난으로 들리게 했다. 부를 기반으로 더 근사한 가치를 지향해야 선진국이다.
‘가치(價値)’는 무엇인가? ‘경제적 가치’는 우리가 말하는 ‘사회적 가치’의 일부일 뿐이다. ‘가치 있는 인생’은 경제적 가치위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더 상위의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경제적 가치’는 살기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사회적 가치’는 인간이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보다 숭고한 그 무엇이다. ‘사랑’, ‘박애’, ‘신의’, ‘자유’ 등 종교, 이념적 이상이 그런 가치다. 이런 사회적 가치는 그 사회의 ‘정치담론 수준’에 의해 검증된다. 우리사회는 그런 가치가 없다. 먹고 살고, 부를 누리고 휘두르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가치로 착각한다. 이런 풍조는 ‘위선(僞善)’을 넘어 ‘위악(僞惡)’으로 발전한다. 가식(假飾)은 양반이다. 스스로 악인임을 자랑하며, 그것을 ‘세련되고 힙(hip)한 것’으로 포장한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학창시절, 정치의 정의를 ‘가치에 대한 권위적 배분’이라고 배웠다. 여기서 ‘가치’는 경제적 가치다. 보다 품격 있고 고상한 가치가 아니다. 그러니 정치가 일차원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또 정치의 본질이 ‘분배’라고 한다. 그러니 포퓰리즘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게다가 ‘권위적’이라니... 정치의 가장 말단이 정치의 본질인 것으로 오인된다. 우리가 정치실종을 겪고 있는 근본적 이유다. 정치는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의사결정의 과정’이다.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추구의 방법을 선택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그런데 우리는 ‘의사결정 과정은 블랙박스’에 맡겨놓은 채 ‘분배가 정치의 전부’인 듯 치부한다.
예를 들어보자 ‘평화’나 ‘행복’은 가치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평화’를 지고지순의 정치적 가치로 올려놓았다. 국민들은 속고 있다. ‘민족의 독립’과 ‘개인의 자유’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려가며 치열하게 싸웠던 기억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독립’과 ‘자유’라는 가치는 어디다 팽개치고 허상에 집착하는가?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데는 자기희생적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은 온통 비겁자들만 양산하고 있다. 결국 ‘노예의 길’로 국민을 이끄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때도 ‘행복’을 내세웠다. 행복은 가치를 이룬 결과다. 행복만 추구한다면 환각제가 답이다. 실현 불가능한 눈속임이고 말장난이다.
우리나라 정치는 여야나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태나 구호의 문제도 아니다. 가치에 대한 총체적 미숙아다. 추구해야 할 가치는 없고 진영결집의 구호만 난무하고, 그게 ‘진짜 정치’라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문제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똑똑하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진짜가치’와 ‘진짜정치’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짜를 보지 못했으니 낮은 속임수에 휘둘리는 것이다. 여행자율화 이전에 외국(인)에 대한 환상과 함께 무지와 오해가 넘쳐났던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 정치인들의 막말은 국민을 지치게 한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국민들 모두 다른 대안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선진국의 정치인들은 겉보기에는 우리보다 더욱 심하게 싸운다. 말꼬리 잡기, 야유와 냉소도 더 심했으면 심했지 못하지 않다. 그런데 본질적 차이가 있다. 공동체로서의 공통분모에 대한 흔들림 없는 공감이다. 그 공감 위에서 싸우면 형식과 행태가 어떻든 선을 넘을 수 없다. 그 공통분모가 그 사회의 궁극적 ‘가치’다. 더불어 ‘정치인의 자질’에도 많은 차이가 많다. 대화중에 논리가 딸리는 사람이 욕설과 막말을 내뱉는다. 과거에는 주먹이 먼저 나왔으니 그 정도로도 발전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가치와 자질이 부족한 정치는 ‘진흙탕 싸움’으로 귀결된다. 이는 그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 길을 잃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목소리가 거칠어도 사회공통의 가치로 무장한 자질 있는 정치인의 정쟁은 합심해 선을 이룬다. 공동체에 지향을 제시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한다. 우리정치권은 언제나 ‘가치’가 충만한 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까?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칼럼

최숙현 폭행 가해자만 처벌해선 안 된다

사람이 죽었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3명이 모두 국회에 나와 전혀 가혹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감독은 마치 아무 것도 모르는 제3자인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최 선수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단 녹취가 있다. 그리고 운동선수로서 지도자와 선배에 대해 여러 차례 신고했다는 점이 가볍지 않다. 그 세계에서 매장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이런 고발을 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그 고발이 거짓일 가능성은 낮다.
현재 경주시청 전현직 선수 중 폭행 피해를 증언한 이가 15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도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증언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이 모든 이들의 증언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과거에 경주시청 팀과 훈련을 함께 한 적이 있다는 전 철인3종 선수의 증언도 보도됐다. “감독이 (폭언·폭행을) 시작하면, 트레이너, 고참 선수 순으로 폭력이 이어졌다”며 “이때의 충격으로 운동을 그만뒀다”고 했다.
팀닥터 또는 트레이너라고 불리는 사람은 의사도 아닌 무자격자라고 한다. 경주시청에서 고용한 사람도 아니라고 한다. 그런 사람이 팀에서 팀닥터로 불리고 권력자로 군림했다는 건 팀내의 누군가가 그런 힘을 부여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식의 감독의 말을 믿기가 어려운 것이다.
당연히 엄정하게 조사하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과거엔 체육계 가해 지도자들이 일정 시간 후에 복귀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악습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젠 확실히 영구격리 시켜야 한다. 단지 체육계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을 넘어서 사회로부터도 확실하게 격리시켜야 한다.
여기까지는 기본이다. 이 기본조차 과거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기해자에 대한 진상조사와 처벌 요구가 비등한 것인데, 그 이상의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 바로 최 선수가 신고한 이후의 진행과정에 대한 조사다.
일단 경찰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소액의 벌금형 정도 나올 사안이라고 말했다는 주장도 있고, 어느 정도 폭력은 운동계에 있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했다는 주장도 보도됐다. 경찰 측은 부인한다. 이에 대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체육회, 관련 단체의 대응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최 선수는 2월에 경찰신고하고, 4월에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에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조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회유 시도까지 있었다는 주장이 보도됐다. 7월 6일에 국회에서 문체부 차관이 팀닥터의 신상정보를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 말은 그 전까지 최숙현 선수의 고발에 대해 아무런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만약 경찰, 체육회, 관련 단체, 어디에서건 제대로 조사를 했으면 팀닥터 신상을 파악했을 것이고 이번에 바로 문체부에 보고됐을 것이다.
어떻게 신고하고 몇 개월이 지나도록 핵심 가해자의 신상조차 모른단 말인가? 완전히 방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청팀에선 10여 년 전에도 한 선수가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어서 더욱 주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 최 선수가 새로 옮긴 부산시청 쪽에서는 고소취하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보도됐다.
최 선수가 신고한 이후에 벌어진 이 모든 대응의 내용과 주장에 대해서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 가해자만 문제 삼으니까 악습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신고를 무시해 직무를 유기하거나, 특히 회유 등을 시도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모든 관련자를 빠짐없이 적발해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관련법이 미비하면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폭 넓게 흔들어야 체육계가 바뀔 것이다.
글/하재근 시사평론가

칼럼

[김희정의 혜윰] “부동산 정책,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정부의 의도를 곡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21번에 걸쳐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것은 분명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해서였을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1번째가 아닌 4번의 대책을 내놓았다고 했지만, 사실 숫자는 중요치 않다. 핵심은 내놓은 모든 정책이 실패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고 외치고 있다. 정부가 움직일때마다 결과적으로 집값은 오르고 있다고, 집값을 잡기 위한 어떠한 정책도 펼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지경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일 실시한 조사에서 6·17 부동산 후속 조치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9.1%가 ‘효과 없을 것’이라 응답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6·17 대책 이후인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들어 월 최고 기록인 1만건 돌파를 앞두고 있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오르면 매매가도 상승한다.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미 한 차례 전쟁을 치른 서울 전세대란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대책이 더해질수록 신음하는 이들은 투기꾼이 아닌 정부가 그토록 보호하고 싶다는 실수요자들이다.
부작용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고, 서민들의 원성은 곳곳에서 들려온다. 6·17 대책으로 수도권 대출 규제가 갑자기 강화되자, 이미 계약한 아파트의 중도금이 나오지 않아 계약금을 날리거나 내집마련 기회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이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 모든 상황에도 김 장관은 “지금까지 (부동산)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길 바란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문제는 ‘규제’만 하는데 있다고 부동산 시장과 전문가, 실수요자들 모두가 외치고 있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서울 양질 주택 공급은 원천 차단하고, 각종 세금과 기상천외한 정책으로 수요만 규제를 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등 공급확대의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집값 잡기는 요원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한 상업용 시설을 주거용으로 용도전환하거나 용적률·층고제한 완화 등으로 규제를 풀어야 서울지역 공급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충고한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은 김 장관을 불러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이 역시 서울 핵심지역 공급에 대한 언급은 아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은 종합부동산세율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간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뿐이었다. 수요 억제 기조를 지속할 계획이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칼럼

이제는 대통령이 윤석열을 자를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문재인 정권의 윤석열 죽이기를 봐줄 수가 없을 지경이다. 현직 법무장관도 모자라 두 명의 전직 장관까지 나섰고 집권여당 국회의원들까지 벌떼처럼 나서 검찰총장 하나를 내쫓고자 총력투쟁에 나섰다. 연일 치솟는 부동산 문제보다, 수그러들기는커녕 재유행 조짐마저 보이는 코로나 사태보다 윤석열 죽이기가 문재인 정권의 최대 관심사다. 국민은 피곤하다 못해 화병에 걸려 죽을 지경이다. 언제까지 윤석열 죽이기 영화를 보아야 하는가?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이 벌이는 사투의 핵심은 딱 하나다. “영(令)을 따르라”는 것과 “영(令)이 틀렸다”는 싸움이다. 추미애는 법무장관이 정당하게 내린 영을 검찰총장이 부당하게 거부한다고 주장한다. 윤석열은 법무장관이 부당하게 내린 영을 검찰총장이 정당하게 거부한다고 주장한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마당에 둘 중에 하나는 물러나야 일이 끝나게 생겼다. 문제는 둘 다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정말 초유의 사태를 목격하게 생겼다. 누구 얘기가 옳은지 법원이 결정하는 사태 말이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이 지시를 번복하지 않는 한 장관 지시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태세다. 참으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이유는 모든 국민들이 다 안다. 윤 총장이 정권 말을 듣지 않아서이다. 정권에서는 법무장관과 집권여당을 통해 그의 손발을 다 잘랐다. 그러면 윤 총장이 말을 듣든지 제 발로 검찰 문을 걸어 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도 윤 총장은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손발이 잘린 총장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지만 정권의 심장부를 겨눈 사건들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인사 권한으로 검찰 전체를 순치(馴致)한 줄 알았는데 조직 전체가 윤 총장을 엄호하는 태세가 다시 갖춰졌다. 정권이, 극렬한 정권 지지자들이 검찰 이기주의라고 공격해도 검찰 조직은 오히려 ‘법대로’를 외치는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은 무엇인가? 이 또한 모든 국민들이 다 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마치 이 일은 대통령의 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일이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가 아니라고 누가 믿을 것이며 나라가 이렇게 난장판이 되어 돌아가는 데도 대통령이 가만히 있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검찰총장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으니 대통령이라고 함부로 나설 수 없다고? 그걸 누가 믿겠는가? 이미 문 대통령의 뜻은 “조국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라는 대통령의 말 속에 다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윤석열 총장에 대한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물론 “정권에 치명적일 수 있는 사건들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검찰총장을 더 이상 놔둘 수 없다”고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우리 정권의 철학과 국정의 방향이 다르니 이제 그만 물러나라”고 <정치 행위>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이 난장판을 끝내되, 모든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이 지면 되는 일이다. 도대체 지금의 난장판을 더 끌고 가는 것이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행위를 통해 지금의 난장판을 끝내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
항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그의 생전에는 그렇게 비판했던 사람들이 그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하는 사람들을 나는 많이 보게 된다. 그 평가의 핵심은 “다른 것은 몰라도 노무현은 최소한 정직하지는 않았냐?”고 말이다.
지금 국민들을 힘들고 화나게 하는 것은 부동산과 코로나만이 아니다. 뻔한 것을 두고서도 아닌 척 하는 ‘위선’이 이 여름에 더 큰 고통이다. 사후에 일이 어찌 되든 간에 이 고통에서 국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 아닌가.
글/ 김용태 전 국회의원


데일리안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