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분노하는 청년들 앞에서 ‘공정’ 자랑한 문 대통령

    [데일리안] 입력 2020.09.21 09:02
    수정 2020.09.21 10:59
    데스크 (desk@dailian.co.kr)

‘평등 공정 정의’ 기억은 사라지고

추미애 파동에는 침묵으로 일관

현실인식 결여된 미사여구 성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유난히 ‘공정’을 강조했다. 일삼아 세어 봤던 모양으로 이날 연설에서 ‘공정’을 37번, ‘불공정’을 10번 언급한 것으로 언론들이 보도했다. 공정을 거듭거듭 강조한 것은 아마도 추미애 논란,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조국 논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강조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런 말도 했다.


‘평등 공정 정의’ 기억은 사라지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직전 정부와 그 전 정부, 그러니까 우파 정권 2대를 겨냥해서 한 말이었을 터이다. 그는 ‘징벌의 시대’를 예고하면서 미리 그 명분의 밑자락을 깔았다. “그 정권들은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를 외면했다. 그래서 ‘나라가 아닌 나라’로 만들어 놨다. 문재인은 다르다. ‘나라다운 나라’로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어 내겠다.” 그런 뜻 아니었던가.


그런데 문 대통령은 금방 그 서약을 잊어버리고 ‘패거리 정치’에 빠져들어갔다. 자기들 편의 이익이 되면 그게 곧 ‘평등 공정 정의’의 구현이라고 인식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는 건망증 혹은 의식적인 기억 회피증을 처음부터 보여줬다.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광화문 촛불집회를 ‘촛불혁명’으로 명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혁명론’ 시즌2 정도인가 했는데 이번에는 아주 본격적인 혁명화가 시도됐다. 보수정권 2대를 적폐로 몰아 징벌의 칼을 들었다. 징벌의 기준은 뚜렷하지 않았다. ‘우리의 칼끝이 가리키는 쪽이 적폐’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혁명에는 해명도 변명도 필요가 없어. 그 자체가 정의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의 추종자들은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다해”라고 응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절대 무오류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일을 하던 ‘정의’로 추인되고 치장될 것이었다. 그 무조건적인 지지와 충성과 환호 속에서 문 대통령이 아예 길을 잃어버린 것 아닌가.


추미애 파동에는 침묵으로 일관


추미애 파동을 직접 목격하면서도 지금까지 어떤 언급도 없었다. 이는 신임의 다른 표현이다. 추 장관 아들 ‘병가 의혹’이야 말로 대표적인 ‘공정논쟁’이고 ‘공정파동’일 텐데도 안 들리고 안 보이는 양한다. 그러면서 엉뚱하게 청년들을 청와대에 불러놓고 ‘공정’을 서른일곱번이나 강조했다.


어떻게 말하고 어떤 판단을 내리든 잘못이 안 된다는 ‘촛불혁명 대통령 무오류론’이 정권의 신조가 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극렬지지자들이 일제히 반격을 가해 적진을 초토화시킬 테니까 후유증을 전혀 걱정할 필요 없이 마음 가는대로 말하고 행동하라는 아랫사람들의 진언이라도 받은 것일까?


하긴 대통령 스스로 뭔가 심각히 생각하면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 같지가 않다. 청와대 내 외부 행사는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연출하는 과장된 연극 무대라는 인상을 준다.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 하나까지 이벤트화 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오송 질병관리청까지 가서 정은경 초대 청장에게 임명장을 줬다. 일각에서 ‘보여주기’라고 지적하자 대변인이 아니라 탁 비서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답했다.


“어떤 경우를 제외하고는 권위를 낮출수록, 형식을 버릴수록, 의례를 간소화 할수록 권위가 더해지고 형식이 공감을 얻으며 의례는 감동을 준다. 누군가를 돋보이게 하려고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잘 기획된 행사가 누군가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쇼’가 자신의 것이었다는 점을 그렇게 부각시켰다. 그러면 문 대통령은? 출연자였을 뿐이다. 탁 비서관은 청년의 날 행사에 방탄소년단(BTS)를 초대하고 그들에게 19년 후 청년들에게 뭔가 남겨달라고 부탁했던 일을 역시 페이스북에 올렸다. 방탄소년단이 그 주문에 따라 마련한 것을 한 박스에 넣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것은 19년 전 청년들이 2039년 청년들에게 주는 선물이지만 1회 청년의 날을 연출한 나의 선물이기도 하다. 어떤 기획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연출가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건 탁 씨 자신의 행사였고 문 대통령은 배우였을 뿐이라는 것을 강조해 보인 것인가? 어느새 그가 이렇게 커 버렸다.


현실인식 결여된 미사여구 성찬


행사 자체도 그렇지만 문 대통령의 언어도 자연스럽지 않다. 비서실에서 작성된 것을 그냥 읽기만 한다는 주장들에 마음이 상한 듯 문 대통령이 직접 얼마나 많이 수정하는지를 사진까지 곁들여 선전했는데 그건 해답이 못된다. (멋있게)하기 위한 연설이 아니라 진정성이 있는 연설이 중요하다. 그런데 대통령의 경우 멋 부림이 너무 심하다. 게다가 그 연설 속에는 대통령 자신 밖에 없다. 국민, 특히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고려나 배려는 전무하다고 할 정도다.


청년의 날 연설도 다를 바 없었다. ‘공정’에 대해 국민의 의심과 실망과 분노가 갈수록 더해 가는 와중인데, 그는 유난히 ‘공정’이란 말을 많이 했다. 추 장관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수사 검찰이나 추 장관에게 메시지를 주려한 것 같지는 않다. 자신이 얼마나 청년들을 위하고 청년 정책에 공을 들이는지를 강조하는 데에만 공을 들였다.


청년들의 분노를 감지해서 특히 ‘공정’이라는 말을 많이 썼겠지만 현실 인식은 배제됐다. 미사여구가 흘러넘치는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고 이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역설했다. 그렇지만 그 중요한 가치가 왜 이처럼 전도되고 왜곡되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거창하고 화려하게 ‘청춘 예찬’을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현실 인식을 분명한 어조로 말해 주는 게 중요하다. 청년들을 모욕 준 사람들, 그들 각자의 어머니에게 마땅히 해줘야 할 말을 해주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다. 문 대통령도 “하늘로 간 내 아들!!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해...”라는 글씨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인터넷 블로그에 그 어머니가 올린 글을 읽었거나 요약 보고를 받았을 수도 있다.


설령 모르고 지냈다고 하더라도 청년의 날 ‘공정’에 역점을 둔 연설에서 추 장관의 경우를 간과한 것은 말이 안 된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된 데 대한 국정책임자로서의 사과, 하다못해 유감표명이라도 하는 게 도리다. 백 마디 천 마디 화려한 말의 성찬보다 그 한 마디가 더 국민의 마음에 깊이 가 닿는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않는지 정말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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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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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자식!
    • 2020-09-21 오후 0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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