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맥못추는 '물총리' 홍남기…2차재난지원금 지급도 사실상 '백기'

    [데일리안] 입력 2020.09.02 15:59
    수정 2020.09.02 16:33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당정청 협의 후 지급하겠다" 입장 번복

'쓴소리' 김동연 전 부총리와 상이한 처신

2차지원금 지급, 재정건전성 악화 가속화

홍남기 부총리가 1일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한눈에 감시할 수 있는 정부 감독기구 홍남기 부총리가 1일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한눈에 감시할 수 있는 정부 감독기구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후 부동산 세수 확보를 원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사진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홍 부총리.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또다시 정치권에 '백기'를 들었다. 재정건전성을 명분으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반대하던 입장에서 압박이 거세지자 '지급'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나라 곳간을 책임져야 할 수장으로서 국가 재정 위기 때마다 정치권에 휘둘리는 모습이 거듭되면서 '물총리'라는 비난까지 사고 있다.


홍 부총리는 1일 KBS 9시뉴스에 출연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원할지 선별적으로 지원할지 논의 중이다. 이번 주 내 당정청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선별 지원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실직자, 저소득 취약계층에 맞춤형 재원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정치권에서 국가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홍 부총리 처신은 유사한 양상을 보여왔다. 초기엔 기획재정부 수장으로서 '재정건전성'을 명분으로 반대 논리를 펼치다가 정치권 입김이 거세지면 순응하고 끌려가는 식이다.


올해 3월 1차 재난지원금 논의에서도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처음엔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현금성 지원을 일정한 기준 없이 전 가구 혹은 전 국민에 지급하는 나라는 없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다가 여권에서 밀어붙이자 미련 없이 100% 지급 쪽으로 선회했다.


전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김 전 부총리는 2018년 퇴임 당시 이임사마저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을 국민에게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정책 출발점은 경제 상황과 문제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다"는 쓴소리를 남겼다.


홍 부총리가 국가 재정 위기 때마다 나라 곳간을 책임져야 할 수장으로서 발휘해야 할 강단이 상실된 모습을 보이면서 경재계 일각에선 '물총리'라는 비난 섞인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논의 역시 홍 부총리는 '선별 지급' 입장을 고수하며 이재명 경기지사 등과 충돌하고 있지만 전례를 감안하면 정치권 논의 흐름에 따라 또다시 태세를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후폭풍'이 예상되는 점이다. 상반기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 정부는 소득세 과세표준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 최고세율을 45%까지 올리고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은 6%까지 상향했다.


주택 취득과 보유, 처분의 모든 단계에서 '세금 폭탄'을 때려 보유할 수도, 팔 수도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당시 부동산 정책 시행을 두고 집값 안정 목적이 아니라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세수 부족을 채우려는 '세금 뜯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같은 전례를 감안하면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정부가 또다시 세수 부족분을 메꾸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할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벌써부터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21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가 총지출은 555조8000억으로 전년보다 43조원 이상 늘어난 데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7%로 전년 대비 6.9%p 증가했다. 불문율인 'GDP 대비 국가채무 40%'을 깬 위중한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지출을 감행하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이미 시장에서 실패로 증명된 사문화된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었다"며 "최근 그의 발언과 처신에 경제정책 콘트롤타워로서 진실성이 담겼는지 국민들은 냉철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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