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HMM, 최대 컨테이너선 12척 확보…세계 8위 선사 '우뚝'

    [데일리안] 입력 2020.08.12 15:00
    수정 2020.08.12 15:57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내딜 11일 출항 앞둔 12호선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스크러버 설치로 환경규제 충족…원가절감·수익성 개선

HMM, 초대형선·운임 상승 효과로 하반기 흑자 '청신호'

유럽 노선에 투입될 12호선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HMM유럽 노선에 투입될 12호선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HMM

한 때 세계 5위권의 경쟁력을 자랑했던 한국 해운은 한진해운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후 HMM을 중심으로 부흥을 꾀하고 있다. 2018년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수립 이후 HMM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해 명실상부 해외 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고 있다.


11일 부산역에서 자동차로 1시간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장대비가 한창 쏟아지고 있는 조선소 내부는 낮 1시에도 어둑어둑했다.


사업장 곳곳 마다 '안전'을 강조한 슬로건이 보였다. 야드 한 켠엔 절단된 대형 블록들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형광색 우비를 입은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도로를 지나간다.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도 종종걸음으로 빗길 속 작업장으로 이동한다.


건조가 한창인 선박들을 지나 안벽 사이로 진입하니 마침내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바람으로 어둑어둑해진 날씨다 보니 선박 곳곳에 불이 켜져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2만4000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급 컨테이너선은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위용을 자랑한다. 길이 400m, 폭 61.5m으로 20피트(약 6m) 컨테이너박스 2만4000개를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다.


현재 9호선까지 운항을 시작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가장 마지막인 12번째 선박으로 내달 11일께 유럽으로 출항할 예정이다.


이 초대형 선박은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에서 7척, 삼성중공업에서 5척을 각각 건조했다. 초대형선을 확보하게 된 HMM은 세계 3대 얼라이언스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선교에서 바라본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스크러버가 보인다.ⓒHMM선교에서 바라본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스크러버가 보인다.ⓒHMM

이날 빗속을 뚫고 방선한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공정률 90%였음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를 운행하지 않아 10개층을 계단으로 걸어 올라야 했다.


한 층 한층 오를 때 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선실들을 발견했다. 작업자들은 객실 안 가구를 정리하거나 필요한 부속품을 설치했다. 도장과 청소까지 마치면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이달 19일 모든 작업을 완료하고 같은 달 23일부터 시운전을 시작하게 된다.


이재곤 삼성중공업 운반선PM(파트장)은 "원래는 대부분의 도장이 마무리돼야 했지만 최근 장마로 작업이 다소 더뎌졌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10층 높이인 약 40m 높이를 힘겹게 오르자 마침내 선교(브릿지, bridge)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공사가 한창이었다. 모니터 아래로 선박의 상태와 바람의 속도, 수심,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나타내는 장비들이 보였다.


이 파트장은 "배가 크다보니 모니터링을 위해 CCTV를 많이 설치했다"면서 "화재가 발생하면 집중 조명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선교 맞은편엔 카고홀더(cargo holder)가 촘촘하고도 넓게 펼쳐져 있다. 카고홀더는 컨테이너 화물을 지탱하고 고정하는 장치로 선수에 1~3호, 선미에 4~10호가 배치돼있다. 갑판 넓이는 육안으로 볼 때도 꽤 넓은 편으로, 축구장 4개를 합친 것 보다 크다.


선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카고홀더 사이에 위치한 스크러버가 보였다. 스크러버는 종류에 따라 배기가스를 씻어낸 세정수를 배 밖으로 배출하는 개방형과 배 안에 보관해 육상에 묻는 폐쇄형으로 나뉘며 이 둘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형도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스크러버는 하이브리드 타입으로 국내업체인 파나시아가 제조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스크러버ⓒHMM

메인 엔진과 스크러버가 장착된 기관실로 이동했다. 10개층을 다시 내려와 지하 1층에 위치한 엔진룸까지 또 한참을 걸었다. 긴 원형 형태의 스크러버는 길이 19.9m, 원둘레 6.45m로 초대형선에 걸맞는 존재감을 보였다. 선박에는 총 3개의 스크러버가 설치돼있으며 1번 스크러버는 메인엔진과, 2·3번은 발전기 및 보일러와 연결돼 배출되는 가스를 정화한다.


메인 엔진 크기 역시 상당했다. Man에서 제조한 이 엔진은 11기통에 5만9600kW(키로와트, 약 8000마력)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엔진 컨트롤룸'에 들어서니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확인하는 시운전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파트장은 "출항을 앞두고 선주 관계자 입회 하에 제대로 작동되는 지 확인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삼성중공업 플로팅도크에서 건조중이다. 삼성중공업은 메가 블록 공법 도입으로 생산성을 제고하고 있다. 메가 공법은 블록수를 줄이는 대신 크기를 늘려 건조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시키는 방법이다. 이 파트장은 "생산 효율화를 위해 플로팅도크에서 컨테이너선을 건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HMM은 유럽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 12척과 내년 미주 노선을 책임질 8척(1만6000TEU급)까지 인수를 마치면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게 된다. 선복량은 2021년 90만TEU, 2022년엔 110만TEU로 명실상부 글로벌 8위 선사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된다.


1만TEU급 이상 메가쉽(ship) 보유는 해운사들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HMM의 초대형선 비율은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4월 23일 출항한 1호선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7호선 함부르크호까지 연달아 만선을 기록중이며, 돌아오는 백홀 역시 3호선까지 만선 행진을 펼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메인엔진ⓒHMM

HMM은 이 같은 초대형선 경쟁력을 갖춰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387억원을 기록, 2015년 1분기 이후 21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항로합리화, 화물비용 축소 등 원가 구조가 개선된데다 운임상승까지 뒷받침되면서 전 사업부문이 흑자를 달성했다.


HMM은 "디얼라이언스 본격화에 따른 공동운항 등 비용구조 개선과 항로 다변화를 통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고객중심의 차별화된 해운 서비스 제공, IT 시스템 개선 등 경영혁신을 통한 내부역량 강화와 영업 체질개선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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