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개씩 문 닫은 은행 지점…금융당국 '점포 감축 제동' 경고 먹힐까

    [데일리안] 입력 2020.08.04 05:00
    수정 2020.08.03 17:4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온라인뱅킹 일상화 속 5년 새 오프라인 점포 584개 감소

코로나發 수익성 악화에 폐쇄 가속…금감원 브레이크 왜

국내 은행 오프라인 영업점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국내 은행 오프라인 영업점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운영하는 지점들이 최근 5년여 동안에만 600개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00개가 넘는 은행 현장 점포들이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뱅킹이 이제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가속화하는 가운데, 갑작스레 금융당국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은행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국내 19개 은행들의 영업점 수는 총 6853개로 2014년 말(7437개)보다 7.9%(584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은행들의 지점 감축 속도는 연평균 111개에 달했다.


4대 시중은행들의 추이를 살펴보면 우선 하나은행의 점포가 같은 기간 991개에서 736개로 25.7%(255개)나 줄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우리은행 역시 1016개에서 891개로, KB국민은행은 1168개에서 1029개로 각각 12.3%(125개)와 11.9%(139개)씩 지점이 줄었다. 신한은행도 영업점이 921개에서 902개로 다소(2.1%·19개) 감소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현장 점포를 정리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서비스 확대가 꼽힌다. 최근에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웬만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영업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어서다. 은행들로서는 지금보다 굳이 지점을 늘릴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아울러 은행들의 실적이 악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영업점 감축에는 한층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지점을 줄여서라도 새 나가는 비용을 막아보겠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고객들의 수요도 예전보다 적어진 만큼, 점포 축소에 따른 은행의 부담도 적어진 모양새다.


특히 올해 들어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은행들의 보폭을 더욱 빠르게 하는 배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던 와중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충격으로 유래 없는 제로금리 시대가 열리면서다. 이자 마진 위축에 따른 추가 실적 압박이 불가피해지면서, 은행들로서는 영업점 정리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올해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가 단행되면서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런데 이처럼 은행권의 오프라인 조직 감축이 대세로 자리 잡는 와중 금융당국이 브레이크를 걸고 나서면서 변수가 되는 분위기다. 은행 점포 축소가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의 금융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열린 임원회의에서 "최근 코로나19 영향과 순이자마진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노력 등으로 은행들의 점포 폐쇄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를 이유로 은행들이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원장은 "은행 스스로 소비자의 금융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금감원 간부들에게 "점포 폐쇄와 관련해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의 감독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직접적인 행동에도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은행연합회와 함께 마련한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 등을 은행들이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 규정은 은행 지점을 닫을 때 사전 영향평가를 거치고, 현금자동입출금기와 같은 대체 수단을 확보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은행들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아니더라도, 영업점 정리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평이다. 다만 금융사에 대한 제재 권한을 가진 금융당국이 직접 목소리를 낸 만큼,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불만만 커지는 형국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갈수록 경영 효율성을 해치는 점포들을 마냥 방치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라며 "오프라인 영업점이 은행권과 금융당국 사이의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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