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당대표 출마, 사실상 '대권행보' 시동

    [데일리안] 입력 2020.07.08 00:30
    수정 2020.07.08 05:09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7일 국회 소통관서 공식 출마선언

대선 방불케하는 굵직한 아젠다 제시

설훈·오영훈·최인호 등 현역 지원사격

대세론 형성…'어대낙' 조어 생겨날 정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8·29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8·29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낙연 전 총리가 오는 8.29 민주당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국난극복의 역사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출마이유를 밝혔다. 대권주자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에는 '책임정치'를 명분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전 총리는 출마선언문 첫 단락에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너는 어디에서 무엇을 했느냐?'는 훗날의 질문에 제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를 표현했다. '책임'이라는 단어는 7차례나 등장한다. "그동안 당 안팎의 여러 의견을 들으며 깊은 고뇌를 거듭했다"며 고심이 적지 않았음을 밝히기도 했다.


현역 다선의원들이 가세하는 등 캠프 진용도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친노'으로 통하는 최인호 의원은 공보를 담당하고, 오영훈 의원이 비서실장 역할을, 5선 설훈 의원은 총괄을 하는 식이다. 이들은 이 전 총리의 국회 소통관 출마선언에 함께했다. 이개호 의원과 박광온 최고위원도 공개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혔던 인사들이다. 이밖에도 선거가 본격화되면 현역의원들의 추가 합류가 예상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총리의 승리를 점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맞상대인 김부겸 전 행안부장관 측에서도 열세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 심지어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응용한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일각에서는 이해찬 대표가 당대표-최고위원 임기를 분리하는 당헌개정을 통해 대선출마를 위한 중도사퇴 부담을 덜어주는 등 이 의원을 대놓고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 측에서도 조심스럽지만 낙승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이개호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세론에 변화는 없다고 보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해 지켜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앞으로 7개월이 골든타임이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 전 총리가 책임과 소명을 다 하겠다는 게 아니냐. 당원들은 이 전 총리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오히려 당대표 보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심판대에 올랐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다. 이낙연계 핵심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당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가능성과 역량을 당원들로부터 확인 받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설 의원은 앞서 "대세는 이미 정해져 있다"며 "쉽게 우리가 재집권하도록 가자는 것이 일반 당원들의 전체적 의견"이라고 했었다.


"코로나 극복 우선"이라지만 은연중 대선출마 시사
미래권력으로서 현재권력과 관계형성 관전포인트


이 전 총리의 출마선언문에 담긴 메시지는 대선을 방불케 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경제입법 △양극화 개선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사회입법 △정치혁신과 권력기관 쇄신을 촉진할 개혁입법 △한반도 평화 지원 △국민통합과 일하는 국회 등 굵직굵직한 아젠다를 내놨다. 당대표 출마선언에 으레 등장하는 '정권재창출'이나 '공정한 경선 관리' 등의 메시지는 전혀 없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전 총리는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은연중 비췄다. '당권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 때문에 대선에 출마하고 싶은 사람은 1년 전 사퇴하도록 돼 있다"며 "질문의 취지는 알겠는데, 그런 고민이 있는 것은 당연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국가적 위기가 있는데 외면하는 게 옳으냐는 문제에 대해 당원동지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관전포인트는 현재권력에서 미래권력으로의 자연스러운 '권력이동'이 이뤄지느냐 여부다. 미래권력은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줘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현재권력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서게 된다. 여야 고금을 막론하고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사이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심해질 경우 권력누수 현상이 나타났던 이유다.


친문으로 통하는 홍영표 의원이나 당내 개혁성향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 등이 "대권주자들의 당권도전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일부 친문 인사들이 이 전 총리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지만 조직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으며, 다수는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감안한 듯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첫 총리로서 대통령님을 보필하며 국정의 많은 부분을 관리했다"며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와 전례 없는 국난극복위원장의 경험을 살려 당면한 위기의 극복에 최선으로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임을 강조한 대목이다. '겸손한 정당을 강조했는데 그동안 겸손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느냐'는 질의에는 "잘못됐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며 몸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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