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 폭풍] 코로나로 위축된 기업 아랑곳...스튜어드십 코드 부메랑 되나

    [데일리안] 입력 2020.06.18 05:00
    수정 2020.06.18 06:16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글로벌 기업들 배당중단, 현금 확보 총력전, 국내 기업들도 배당컷

“친주주정책에 배당 크게 늘린 뒤 축소 어려워져...현금소진 대비해야”

지난 3월 18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 약 400여명의 주주와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삼성전자지난 3월 18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 약 400여명의 주주와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삼성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악화된 경영환경으로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외치면서도 정작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 개선은 외면하고 있으며 과도한 입법으로 오히려 기업들의 경영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다.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게 하는 정치와 경제의 난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로벌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배당을 축소·감축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분기 배당컷도 불가피해졌다. 다만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배당을 크게 늘려 투자자들을 모은 일부 기업들은 고배당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유동성 확보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기업들이 현금소진위험에 대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배당을 한 상장기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모두 18곳이다. 총 배당금은 2조6759억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배당 기업은 2곳이 줄었고 금액은 4.2%(1169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2분기 실적이 더 악화된 만큼 6월 배당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작년 6월 전체 배당의 64.7%(2조446억원)를 차지했던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기업들이 배당하지 않기로 하거나 하더라도 축소하고 있어서다.


작년 947억원(주당 1000원)을 6월에 배당한 현대모비스는 아예 올해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어 현대차도 올해 중간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현대차는 2630억원(주당 1000원)을 배당했다. 분기별 배당을 해온 두산도 1분기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만큼 이번 중간배당도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포스코의 경우 작년에 주당 2000원을 배당했지만 올해는 1500원씩 배당하기로 했고 한온시스템은 주당 배당금을 80원에서 68원으로 내렸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에 편입된 종목 중 2019년 2분기 배당을 실시한 종목을 기준으로, 2020년 2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16.2% 감소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전년 대비 감소폭이 34.2%로 더 커진다. 김동완 연구원은 “2분기뿐만 아니라 12개월 선행 당기 순이익 추정치 역시 급감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작년과 비슷한 배당성향을 유지할 경우 중간현금배당은 작년보다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배당을 축소하거나 감축하는 추세다. 글로벌 석유공룡인 로열더치셸은 지난달 30일 주주 배당을 66% 삭감하기로 했다. 코로나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타격을 입은 영향이다. 셸이 배당을 줄인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흐름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표 항공우주·방산업체인 보잉과 미국 1위 항공사 델타,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도 배당 중단을 선언했다.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과 메리어트, 글로벌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와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도 마찬가지다. 영국 역시 은행들에게 배당 자제 권고를 내리면서 HSBC, RBS, 로이즈를 포함한 영국의 주요 은행들이 배당과 보너스 지급을 포기했다.


다만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현금 확보에 나선 반면, 국내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진 게 큰 요인이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주주환원책을 크게 늘려왔고, 이게 자발적인 행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며 “결국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여놓은 상황에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주주 반발을 무릅쓰고 배당을 축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동학개미운동 사태로 부각된 ‘국민주’이자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공언한 삼성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9일 코로나19 사태에도 작년과 똑같은 수준의 1분기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현금 자산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2030년까지 투자 계획만 133조원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 또 2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충격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에 따라 기업의 현금흐름은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9년 결산내역을 토대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현금소진위험을 분석한 결과 3.22%의 기업이 단기적인 자금압박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수출감소ㆍ내수부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현금소진위험은 7.23%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외부 자본조달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매출 감소가 지속될 경우, 영업현금흐름 악화에 따른 현금소진위험을 대비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의 확산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는 매출의 점진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갑작스런 현금흐름 경색은 흑자도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0
0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좋아요순
  • 최신순
  • 반대순
데일리안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