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랜선 공연에 가려진 공연계 뒷골목 현실

    [데일리안] 입력 2020.05.24 07:00
    수정 2020.05.24 06:08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코로나19 확산 이후 랜선 공연 관심

대안 찾았다며 자화자찬? 일각선 쓴웃음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연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연계에서는 '랜선 공연'이 유행하고 있다. ⓒ 뉴시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하자 소극장은 문을 닫고 공연 제작사는 도산 위기다. 스태프와 배우들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서고 있다.


때문에 '랜선 공연' '언택트 공연' 등으로 예쁘게 포장된 위기 대처 방안에 관심이 쏠리면서 정작 공연장 뒷골목에 드리워진 악몽 같은 현실은 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다는 자화자찬만 늘어놓고 있는 건 아닌지 주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랜선 공연'은 코로나19 이후 공연을 접하기 어렵게 된 관객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달 18,19일 공개된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실황은 이틀간 조회수 5059만 건, 최대 동시접속자 224만 명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지난달 18일부터 48시간 공개돼 전 세계 1000만 명이 시청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전 세계 팬들에게 '랜선 공연'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문제는 온라인 생중계가 공연계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배우와 스태프, 소극장 등 공연예술의 뿌리를 담당해야 할 이들이 생계위협을 받으며 쓰러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에게 국공립 공연장 위주로 진행되는 '랜선 공연'은 남의 일일 뿐이다.


현장은 고독하고 적막하기만 한데, 정부와 국공립 공연장들은 랜선 공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클래식·무용·국악 등 순수공연예술 관계자들로 이뤄진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는 "전년 대비 1분기 매출액이 70~100%까지 하락하고, 지난 4개월 동안 수입이 0원인 종사자들이 무더기로 나오고 있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 있다. 공연계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이 적어 번번이 공론화에 실패했다.


벼랑 끝에 몰린 현장의 사람들의 목소리는 끝내 반영되지 않아 실망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공연예술의 뿌리가 흔들린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연계에 큰 손실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지금부터라도 공연장 뒷골목에 감춰져 있는 공연계의 현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리는 게 필요하다. 전염병과 같은 불가항력적 상황을 고려한 표준대관계약서와 행사보험 도입, 공연과 공연장 특성에 맞는 법과 제도 보완 등 공연계가 풀어야 할 문제가 수도 없이 많다.


일각에선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뼈저리게 반성하고 미래를 대비했다면 지금의 충격은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한다. 5년 후 10년 후 또다시 이런 말을 반복하지 말란 법도 없다. 스스로 위안하며 자화자찬하기보다는 뼈저린 반성과 미래를 대비하는 태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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