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정책 이중고…북한은 '묵묵무답'‧세계는 '신냉전'

    [데일리안] 입력 2020.05.12 13:44
    수정 2020.05.12 14:27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정부, 남북 협력의사 거듭 피력…북한은 '묵묵무답'

중국‧러시아 등 전통 우방국과 접촉면 넓히는 북한

격화되는 미중 대결 구도…동맹국 줄 세우기로 이어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데일리안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데일리안

북한이 협력 의사를 거듭 밝힌 우리 정부를 외면하고 중국‧러시아와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경색된 미중 관계가 정부 대북 협력 구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군사‧보건 분야 등 전방위적 갈등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G2가 신냉전 구도를 통해 동맹국 줄 세우기에 나설 경우 정부의 '남북 독자공간' 확보 구상 역시 힘을 받기 어렵다는 평가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대북 협력 사업과 관련해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대화‧설득해 나갈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여 대변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년 만에 러시아에 축전을 보낸 데 대해선 "축전의 주된 내용은 2차 대전 전승기념일"이라며 "북한이 중국‧러시아 등 전통적 우방국가와 중요 계기 시 축전을 주고받아왔다. 이번 전승절 관련 축전은 5년 정도 주기로 발송하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일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하 전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정주년(5년‧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중시하는 문화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지만, 최근 가까워진 북러 관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4월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복원에 나선 상태다.


앞서 북한은 중국과 정상 간 친서를 주고받으며 코로나19 방역 협력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북한 매체는 친서 교환과 관련해 "코로나 재앙 속에서도 공동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뜻과 정으로 맺어진 조중(북중) 수뇌들의 유대는 계속 튼튼히 다져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와 3.1절 기념사에 이어 판문점선언 2주년‧취임 3주년을 맞아 지속적으로 남북 협력 의지를 밝힌 상황이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전통 우방국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대북 제재에 대한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자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에게 각각 구두 친서와 축하 전문을 보낸 건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전선…경제‧보건‧군사 분야 등으로 확대
'포스트 코로나', 신냉전 구도로 이어질 가능성 있어
"국제정세 한겨울인데 우리는 반팔 입겠다는 형국"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대화를 촉진하겠다는 정부 구상이 북한 외면으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중 관계가 정부 운신 폭을 더욱 제약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1차 무역합의를 통해 화해무드를 조성했던 양국은 코로나19 여파로 재균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합의 상 중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미국은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무역합의 자체를 파기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양국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책임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우한 연구소 유래설'을 주장하자 중국은 "우한은 바이러스의 첫 피해자"라고 맞받았다.


지난달 말에는 영유권 분쟁지인 남중국해에서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미국이 이틀 연속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자 중국은 "국제사회가 팬데믹과 치열하게 싸우는 분위기에 상충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중 전선이 전방위로 확대됨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가 신냉전 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제는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될 경우 미중이 각국을 상대로 '줄 세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정부로선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평가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미중 갈등은 하나의 증상에 불과하다"며 "지속적으로 미중관계가 악화돼온 상황에서 양국이 동맹국 줄 세우기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전 전 원장은 "국제 질서가 힘 대 힘으로 맞붙는 약육강식의 시대로 회귀했다"며 우리 정부가 미중 양국으로부터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남북 협력 구상에 대해선 "국제 정세가 지금 한겨울인데 우리만 반팔 입겠다는 형국"이라며 "선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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