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당선] 통합당, 불교계와의 관계 정상화 신호탄 쐈다

    [데일리안] 입력 2020.05.09 04:00
    수정 2020.05.09 03:4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정각회 명예회장 주호영 선출, 관계 복원 계기

'황교안 체제'에서 소원했던 상황 종식 '기대감'

대중정당이 특정종교와 '긴장' 자체가 비정상

"정상적인 상태서 2022년 선거 치를 첫걸음"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총회에서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뒤, 통합당 당명이 씌여진 핑크 머플러를 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총회에서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뒤, 통합당 당명이 씌여진 핑크 머플러를 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미래통합당의 새 원내대표·정책위의장으로 주호영·이종배 의원이 선출되면서, 오랫동안 불교계와 긴장 관계에 놓여있던 통합당에 그간의 소원했던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주호영 통합당 의원은 8일 오후 당선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주 의원은 어린 시절 고향인 경북 울진 동림사를 통해 입교한 뒤, 종립학교인 능인고등학교를 다니며 불심을 깊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표적인 불자 정치인으로 활약하며 국회 불자 의원 모임인 정각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했다. 정각회장을 물려준 뒤에도 재임 시절의 큰 공덕을 인정받아 명예회장으로 추대됐을 정도다.


통합당은 지난해 2·27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선출된 직후부터 불교계와 긴장 관계에 놓였다. 공당 대표의 취임 관례인 종교지도자 예방 과정에서 황 대표는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를 방문했을 때 대웅전에 참배하지 않으려다 거듭된 요청에 발걸음을 옮겼으며, 원행 총무원장큰스님의 합장에 답례하지 않고 악수를 청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후 5월 12일 부처님 오신 날에는 민생대장정 중인 것을 이유로 조계사 대신 경북 영천의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다. 은해사도 조계종 25본사 중 하나로 신라 때 창건됐으며 국보 영산전이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지만 상징성 측면에서는 총본산 조계사와 비교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제1야당 대표가 조계사 대신 지방에 있는 사찰에서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날 조계사 봉축 법요식에는 황 대표를 제외한 여야 4당의 대표가 모두 참석해 대조를 이뤘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이날 부처님 오신 날은 일요일과 겹쳤다. 조계사 봉축 법요식은 오전에 치러진 반면, 은해사에서는 오후에 열렸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당시 비보도를 전제로 "황교안 대표는 주일예배 때문에 오전에 하는 봉축 법요식에는 참석할 수 없어, 오후에 법요식을 하는 사찰을 수소문한 끝에 은해사에 간 것"이라며 "실제로 오후에 하는 사찰이 없었다면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에 참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우여곡절 끝에 참석한 봉축 법요식에서도 황 대표는 합장 반배를 하지 않고 관불 의식 참여를 거부해 또다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불교계와 보수 정당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아온 주호영 통합당 의원은 이 과정에서 동분서주했다. 황교안 대표의 조계사 예방 때는 아무런 당직이 없던 주 의원이 이례적으로 황 대표를 수행했다.


한선교 당시 사무총장이 함께 갔어야 했지만, 공교롭게도 한 총장도 예전 국정감사 때 종단의 원로인 자승 큰스님을 법명 '자승'으로만 지칭하며 증인을 공박했던 적이 있어 도저히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당의 요청으로 주 의원이 급히 투입돼 황 대표를 수행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합당과 불교계 사이의 긴장 수위는 높아져만 갔다. 황 대표의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 합장·반배·관불 의식 거부 사태가 벌어졌을 때, 주 의원은 당시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씁쓸한 어조로 "노 코멘트"라고 답했었다.


종교정당을 표방하는 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을 지향하는 제1야당이 특정 종교와 긴장 관계에 놓인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황 대표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불교계와의 관계 개선을 건의했다.


하지만 황 대표 본인에게 의지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당시 핵심 당직자들의 정례 비공개 회의에 배석하던 통합당 의원은 "황 대표가 역대 장로 출신 대통령 두 명보다 자신을 향한 기독교계의 신망이 더욱 두텁다며 '100만 표 얻으려다 500만 표 잃을 수 있다'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해가 바뀐 뒤에도 설 선물 육포 배송 논란 등으로 통합당과 불교계 사이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황교안 대표는 서울 종로 출마를 결정하고 당장의 총선 당락이 급해지자 겨우 관계 봉합 행보에 나섰다. 지난 1월말 종단 원로 자승 큰스님이 동안거를 하던 경기 하남 상월선원을 주 의원 등과 함께 찾은 것이다. 이 때에는 황 대표도 비로소 법당 앞에서 합장 반배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호영 의원이 이날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 토론회를 하던 도중 "표가 있다고 생각되는 조직은 당 차원에서 챙겨야 하는데, 우리 당은 선거 때만 찾아간다. 한 해에 한두 번 간담회라도 하며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데, 먹튀적 성격을 보였다"라며 "선거 때만 '도와달라'고 하고 끝나면 찾지도 않는데, 이런 것 하나하나를 빈 틈 없이 챙겨야 한다"고 토로한 것은 씁쓸했던 이러한 모습을 돌이켜보며 나온 말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황교안 체제'로 치러진 4·15 총선에서 통합당이 참패를 겪고 당의 수습과 재건을 모색하는 시점에 불교계와의 가교 역할을 해온 주호영 의원의 원내사령탑 선출은 불교계와의 긴장을 종식하고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위의장으로 동반 선출된 이종배 의원도 역시 불자로 정각회원이다.


10년 단위로 시행되는 인구총조사에서 불교 신도는 가장 최근인 2015년 조사 기준으로 762만 명이었다. 통합당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선출로 통합당과 불교계가 그간의 소원함을 끝내고 관계를 복원할 수 있게 됐다"며 "통합당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는 첫걸음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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