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코로나19 임상 승인 아우성에 '대답 없는 너'

    [데일리안] 입력 2020.04.08 07:00
    수정 2020.04.08 10:39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세계 각국서 기존 약물로 코로나19 치료 임상시험 활발

우리나라는 약물재창출 임상 소식 없어

국내에서는 SK케미칼(기관지천식 치료제 알베스코), 신풍제약(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 GC녹십자(혈장치료제), 부광약품(레보비르) 등이 약물 재창출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자료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국내에서는 SK케미칼(기관지천식 치료제 알베스코), 신풍제약(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 GC녹십자(혈장치료제), 부광약품(레보비르) 등이 약물 재창출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자료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포도 덩굴에 달린 포도를 따려고 여러 번 시도했으나 결국 따지 못한 여우가 ‘저건 신포도일 거야’라고 중얼거린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다.


코로나19 치료제라는 열매를 따기 위해 전 세계 각국이 발 벗고 나섰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치료 효과가 명백히 확인된 약물은 없는 상황인지라 퍼스트 치료제가 어느 나라 어느 제약사에서 먼저 나올지도 대형 화두다.


새로운 약을 개발해 효과와 안전성까지 입증하는 데에는 보통 10년에서 15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하루빨리 치료제가 필요한 현 시점에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이미 판매 중이거나 개발이 완료된 약에서 코로나19 치료 효능을 찾는 신약 재창출 방식이 가장 지름길로 평가받고 있다.


약물재창출은 약물독성검사에서 안전성이 입증됐고, 임상 승인에 필요한 독성자료도 가지고 있어 곧바로 임상 2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길리어드사가 에볼라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렘데시비르는 급성 폐렴이 진행되고 있던 미국의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에 약물 투여 후 하루 만에 증세가 급격히 호전되고, 며칠 후 최종 완치되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현재 렘데시비르는 경증에서 중증까지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세계 각지에서 대규모 임상3상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신종플루 치료제 파비피라비르(제품명 아비간), C형 간염치료제 리바비린 등의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케미칼(기관지천식 치료제 알베스코), 신풍제약(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 GC녹십자(혈장치료제), 부광약품(레보비르) 등이 약물 재창출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부광약품은 지난달 레보비르가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이 확인돼 특허 출원을 마쳤다고 밝혔으며, in vitro(시험관내 시험)에서 칼레트라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었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의 주성분 중 하나가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로 관심받고 있는 '클로로퀸'과 화학구조가 유사해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고, 명문제약도 마찬가지로 기존 췌장염 치료에 사용되던 약제인 '모스타트 메실산염'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침투를 저지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식약처의 임상 승인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치료목적 사용 승인만 총 10건이다. 이는 생명이 위급하거나 다른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임상시험용 제품을 허가 전에 사용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승인과는 별개의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이 과감하게 규제를 철폐하고, 신속하게 임상 허가를 내주는 사이 우리나라 기업들은 좋은 치료제 후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단 하나도 임상 승인이 나지 않았다. 답답한 노릇이다.


2009년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플루는 빠르게 개발된 백신 및 치료제 덕분에 종식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치료제와 백신을 다국적 기업에 의존해야 했던 우리나라는 해외 다국적 제약사에 협조를 부탁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선 식약처의 임상 승인 등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포도를 따지 못한 채 저건 신포도일거야 하며 아쉬워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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