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무리한 쇼핑?...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조달 '뻘뻘'

    [데일리안] 입력 2020.03.09 06:00
    수정 2020.03.08 22:44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유증 성공했지만...추가 인수자금 조달에 시장 의구심 여전

아시아나항공 부채 비율 1400%...산은 협상관건은 코로나19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조달 과정에 난기류가 감지됐다..사진은 아시아나항공 새해 첫 화물기 OZ987편.Ⓒ아시아나항공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조달 과정에 난기류가 감지됐다..사진은 아시아나항공 새해 첫 화물기 OZ987편.Ⓒ아시아나항공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진행한 유상증자에 성공했지만 인수 추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항공업황 불황의 골이 깊어져 추가 인수자금 조달에 난항이 예상되는 한편, 그룹의 재무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액의 자금을 인수작업에 쏟아 넣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구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 청약을 실시했다. 발행주식 총 수의 약 50%인 2196만9110주에 대한 총 청약률은105.47%를 기록했다. 초과 청약이 이뤄지면서 일반 공모는 진행하지 않는다.


앞서 HDC현산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4075억원의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목표액보다 낮은 3207억원으로 정해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부동산 규제 등으로 HDC현산 주가가 폭락하며 신주발행가액도 함께 낮아져서다. HDC현산 기존 주주들은 “물린 개미들이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청약한 결과”라고 토로하고 있다.


HDC현산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작년 12월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사들이는 계약을 금호산업과 체결했다. 이 중 HDC현산이 2조101억원을, 미래에셋대우가 4899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HDC현산은 이번 유상증자 자금에 회사채 공모 3000억~5000억원, 기타 차입 8000억원, 자체 보유현금 약 5000억원 등을 더해 약 2조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당초 계획보다 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들자 HDC현산은 지난달 말 1700억원 규모 사모채(10년물)를 발행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내달에는 회사채 공모를 포함해 금융권 차입을 통해 모자란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HDC현산은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을 주관사로 선정해 공모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다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HDC현산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하면서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신평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유동성 감소와 차입금 증가는 HDC현산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3분기 HDC현산의 자본은 2조1322억원, 부채 비율은 109.6% 수준이다. 사측은 인수과정에서 차입금이 약 1조1000억원 증가해도 이번 유상증자에 따라 자본금이 늘어 부채비율이 130% 수준으로 관리될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HDC현산이 인수 후 아시아나항공에 신규 투입하는 거액의 자금이 그만큼의 경영정상화를 이끌어낼 수 있냐는 부분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작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자회견자리에서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한다면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떨어트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이미 지난해 말 기준 1400%를 넘겼다.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또 신규 항공기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여건도 인수 결정 당시보다 더욱 악화됐다. 작년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손실은 3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고 지난해 매출액은 5조9538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올해도 7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매각한 제주항공과 에어부산도 각각 348억원, 5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부터 중국 노선의 79%와 동남아시아 노선의 25%를 축소하고 모든 직원이 돌아가며 무급휴직을 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재의 항공업황은 역사상 최악의 업황”이라고 판단했다.


또 HDC현산의 주택 사업이 부동산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실까지 떠안게 되는 것은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유상증자 결정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 “부동산 개발업체로서의 역량 발휘를 위한 자본 확충이 더뎌질 수 있고, 신용등급 및 기존 사업 영향 최소화를 위한 유상증자 결정은 결국 주주가치에 대한 회사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HDC그룹의 사세 확장이 HDC현산 주주들에게까지 긍정적이려면 피인수기업의 가치 제고가 필수적이지만 이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사장 및 임원 면담을 돌연 중단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철회설이 나돌았다. HDC현산은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으며 인수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수 리스크가 커지면서 부담을 느낀 HDC현산이 산업은행과 추가 자금지원 등을 놓고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산은은 이미 1조6000억원의 금융 지원을 한 상태다.


과거 한화그룹의 사례도 HDC현산의 인수 포기설에 힘을 실었다. 한화그룹은 2008~200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노조 반발과 업황 정체로 과감하게 발을 뺐다. 이후 조선업은 긴 불황에 시달린 뒤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업황의 불안정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한화는 ‘승자의 저주’를 피한 셈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이 예상보다도 커진 것은 맞지만, 업계에선 HDC현산이 인수를 결정했을 때부터 다소 성급한 ‘충동 구매’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그러나 인수를 포기하기엔 HDC현산이 여러 차례 강행 의지를 내비쳤고, 정부가 주도한 딜인 데다 계약금 등이 걸려있어 후폭풍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인수에 대해 자본시장 평가가 냉혹했던 만큼, 대기업으로서의 자존심도 걸린 문제”라고 했다. HDC현산 입장에선 산은과의 협상이 잘 해결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변수는 코로나19다. 현재 주가 급락으로 큰 피해를 본 HDC현산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사태는 무모했던 항공사 인수를 철회할 수 있는 마지막 명분이자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HDC현산은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로 인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도 있다. 사측도 이러한 부분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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