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자발적 배상 앞장 선 우리銀…은행권 확산은 '글쎄'

    [데일리안] 입력 2020.02.05 06:00
    수정 2020.02.05 06:10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금감원 권고 받아 42억 배상키로…소비자 신뢰회복 성격 강해

주요 시중은행·외국계은행 등 결론 못내…수용 결정 또 미뤄지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의 배상 여부를 두고 은행권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데일리안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의 배상 여부를 두고 은행권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데일리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키코(KIKO)’로 손실을 본 중소기업에 대해 우리은행이 첫 자발적 배상을 결정한 가운데 업계 확산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조치는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로 인한 이미지 실추를 만회하는 성격이 강하고, 여타 시중은행들이 동참에 유보적인 입장이어서 낙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권고한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락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우리은행은 최근 이사회 의결을 통해 분조위가 키코 분쟁조정 금액으로 제시한 42억원의 배상을 결정했다. 피해 기업 2곳에 해당 금액을 조속히 배상한다는 게획이다.


과거 은행들은 국내 중소기업에 고위험 외환파생상품인 키코를 팔았다가 불완전판매 논쟁에 휩싸였다.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관련 상품이 큰 손실을 내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은 사례다. 키코 상품은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다. 당시 환율 급변동에 따라 많은 기업이 손실을 입었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키코는 불공정 계약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당국 차원서 재조사가 진행돼 지난해 금감원이 은행권에 자율적으로 배상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해 12월 키코 피해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KDB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한국씨티은행 6억원이다.


이번 배상안의 경우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불과해 은행마다 수용 여부를 고심해왔다. 사건의 소멸시효가 지난 상황에서 무리하게 배상했다간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것도 리스크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또한 이사회를 통해 배상 논의를 이어가려 했지만, 추가 검토 필요에 의견을 모았다. 한국씨티은행도 수용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본사의 의견을 받고, 내부적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뒤 관련 안건을 논의해야 하지만 결정이 쉽지 않다.


은행권 최초로 배상을 결정한 우리은행의 경우 해외 연계 금리 DLF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로 소비자 신뢰 회복 차원서 배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권고안만 받고, 추가 자율 조정을 위한 은행협의체 참여는 미룬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감원이 제시한 분쟁 조정 권고안에는 4개 기업에 대한 배상안만 있다. 이 외 147개 피해 기업에 대해선 은행이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자율 조정(합의 권고)에 나서면 된다.


하나은행의 경우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키코 피해 기업과 자율 조정을 위한 은행권협의체에 들어갔다. 그러나 실질적인 배상 수용에는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 다시 추가로 열릴 이사회서 관련 안건을 재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키코 은행들은 오는 7일까지 금감원 분조위에 조정안 수용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달 8일로 정한 1차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 결정 시한을 이달 7일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현재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금감원에 수용 시한 연장을 요청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받아들일 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추가 연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한 연장과 배상 결정을 통보한 은행은 없고, 7일께 의견서가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용을 강제하기 어렵지만 더 기다릴 의사가 있고, 추가 검토를 위한 의견이 합당할 경우 시한 연장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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