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장면' 셋…나경원, 지난 1년과 새로운 비상

    [데일리안] 입력 2019.12.08 02:00
    수정 2019.12.08 07:30
    정도원 기자

"김정은 수석대변인", '사이다' 교섭단체연설

'웰빙정당' 꼬리표 뗀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

정권과 결연히 맞서 장관 끌어낸 '조국 사태'

"김정은 수석대변인", '사이다' 교섭단체연설
'웰빙정당' 꼬리표 뗀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
정권과 결연히 맞서 장관 끌어낸 '조국 사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대표가 오는 9일 선출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마지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원내부대표 및 의원들의 격려 속에 지난 1년 임기를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에서의 한국당의 지난 1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오랜 수세와 위축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국민의 이목을 끌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폭주하는 집권세력과 1대1로 당당히 맞서기 시작한 시기로 평가된다.

첫 번째 결정적 장면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나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임시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블룸버그통신 보도를 인용한 직격탄을 날렸다. 대한민국호(號)가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걱정스런 눈길로 굳게 닫힌 선장실 문만 바라보던 중도·보수 국민들의 우려를 시원하게 대변한 '사이다'와 같은 연설이었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의원은 "교섭단체대표연설이 그렇게까지 화제가 된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며 "보수정치권에서 갖는 의미도 각별했다"고 회상했다.

지난 2015년 4월 유승민 의원의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보수대분열의 단초이자 신호탄이 됐다면, 올해 2월 나 원내대표의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연설은 여러 이유로 흩어졌던 보수 지지층의 공통의 관심사인 외교·안보 이슈를 통해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국당 관계자는 "대의민주주의에서 정치는 국민을 대변하는 게 본령이며, 대중정치인은 국민의 대변인"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연설은) 한국당이 지지층의 우려를 본격적으로 대변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분열이 아닌 통합으로, 더욱 더 국민 속으로
나경원의 선도투쟁에 한국당 후원 문의 급증
탄핵에서 비로소 벗어나 중앙당후원회 재창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3월 12일 교섭단체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 "헌정농단", "좌파 포로 정권" 등의 발언을 하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나가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3월 12일 교섭단체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 "헌정농단", "좌파 포로 정권" 등의 발언을 하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나가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두 번째 결정적 장면은 지난 4월말 선거제 개악·공수처 악법 저지를 위한 패스트트랙 투쟁 과정에서 나왔다.

제1야당의 거듭된 경고에도 집권여당이 '게임의 룰'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사정기관을 권력의 수중에 넣으려는 시도에 나서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사령탑에서 야전사령관으로 변모해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다.

교섭단체대표연설이 한국당이 언어로 지지층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라면,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은 한국당이 행동으로 지지층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랫동안 따라다니던 '웰빙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야성(野性)을 가진 '진짜배기 야당'으로 거듭난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의 와중에 '나다르크''철의 여인' 등 다양한 애칭을 얻었다. 새벽녘까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국회본청을 누비며 밤새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의 현장을 지휘한 나 원내대표는 불과 40여 분을 자고서도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해 주위의 경탄을 샀다.

이러한 나 원내대표의 모습은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을 전후해 한국당을 향한 국민의 후원 문의가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새누리당에서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은 중앙당후원회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던 정당이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스스로 '셰임 정당'임을 자인하던 꼴"이었다며 "나 원내대표의 헌신적인 투쟁이 비로소 중앙당후원회 재창설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 결정적인 장면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이른바 '조국 사태'였다.

한국당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 시절, 흠결·하자 있는 장관이 너무나 많았으나, 무도한 정권은 막무가내식 임명 강행을 이어갔다"며 "그 스스로 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하는 장관이 일을 더 잘하더라'는 후안무치한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앞서 교섭단체대표연설,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이 국민의 이목을 모으고 국민과 함께 하기 시작한 단계였다면, '조국 사태'에서 나 원내대표는 과감히 국민 속으로 들어갔다. 잇따른 장외집회에서 나 원내대표는 호소력 있는 연설로 정권과 결연히 맞서 승리를 쟁취해냈다.

나경원, 민심의 바다 속으로 강물져 가다
특유의 민주적·수평적 리더십 단연 돋보여
"인간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된 소통 강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25일 저녁 국회 본청 의안과를 몸싸움 끝에 사수한 뒤 두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25일 저녁 국회 본청 의안과를 몸싸움 끝에 사수한 뒤 두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처럼 민심의 바다 속으로 강물져갈 수 있었던 결정적 장면의 이면에는, 동료 의원·당직자·보좌진 등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나 원내대표 특유의 민주적·수평적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선거제 개악·공수처 악법 저지 패스트트랙 투쟁 국면에서 한국당은 의원·당직자·보좌진 등이 10여 일 동안 땀범벅이 되며 '원팀'으로 거듭났다. 수직적 상명하복 체계가 아닌, 나 원내대표 특유의 수평적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한국당의 다소 경직된 위계질서 문화에서 수평적 토론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강승규 원내대표비서실장과도 자주 소리를 높여가며 토론을 벌인 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나 원내대표의 '소통'의 특징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된 편안한 소통"이라며 "실무진의 의견도 항상 귀기울여 경청한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어떤 당직 의원과도 이토록 편안하게 대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나 원내대표를 모시는 것이 (몸이) 힘들지언정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다고들 한다"고 부연했다.

끈끈한 동지애가 형성되는 것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겉보기로는 쉽게 짚어낼 수 없는 나 원내대표의 '강철체력'이다. 실제로 나 원내대표는 임기 1년 내내 '살인적 스케쥴'을 소화했다. 보통의 부지런함과 성실성으로는 감당해낼 수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나 원내대표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꼭 가야하는 행사나 동료 의원들의 요청이 있었던 일정에는 가급적 짬을 내서 꼭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수도권 지역 재선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진심으로 바랐다"며 "나 원내대표라면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든 지원유세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총선 때는 자기 선거 챙기기에도 바쁜데, 평소 나 원내대표가 동료 의원들을 잘 챙기면서 두터운 신뢰를 쌓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믿음이다.

한국당 의원은 "현 정권이 나 원내대표는 정말 '눈에 가시'처럼 미워했다. 기울어진 시민단체가 억지 고발을 하고 여당이 이를 받아 논평을 내는 등 네거티브 공세를 집중시켰다"며 "역으로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얼마나 잘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원내대표 발걸음 멈춘데서 새 가능성 움튼다
5선 고지 등정 이후 당권·대권도전 '촉각'
정권탈환에 핵심적 역할 수행할 가능성 다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0·3 개천절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0·3 개천절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나 원내대표도 원내대표로서 공과(功過)가 없을 수 없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을 끝내기 위해 범여권 여러 정당들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논의를 검토해보겠다고 써준 합의문은 두고두고 나 원내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당 의원은 "제1야당 원내대표가 제2야당 대표의 단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정치 이전에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합의에 임했던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라며 "최근 제1야당 대표의 단식 국면 때 다른 정당들의 태도처럼 조롱과 무시로 일관했으면 그럴 일이 없었겠지만, 그것은 '나경원의 정치'가 아니다"라고 바라봤다.

원내대표의 발걸음을 멈추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향후 정치적 미래와 관련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당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5선 고지에 등정하면 차기 당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당 초선 의원은 "국민의 여망인 정권탈환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여러 명의 대권주자를 양성해 이들 사이에서 치열하면서도 공정한 경쟁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이 중임을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은 나 원내대표 뿐"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 직후에는 한국당 당헌 제71조 2항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는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될 대표가 대권주자 간의 경선을 관리해야 하는데, 특정 대권주자가 심어놓은 당대표로는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다.

특정 대권주자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독자적인 역량과 인지도로 전당대회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인물이 당대표가 돼야 하는데, 이런 정도의 인물은 나 원내대표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나 원내대표 스스로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정치적 보폭을 넓히는 길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원내대표로서 나경원의 발걸음이 멈춘 곳에서, 더 큰 새로운 가능성들이 꽃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라며 "당분간 나 원내대표가 차분히 머리를 식히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민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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