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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로 금리 장기화 선언…셈법 복잡해진 한국경제

    [데일리안] 입력 2020.09.21 15:54
    수정 2020.09.21 16:49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미 연준, 2023년까지 제로 금리 시사

"유동성이 부동산‧주식 가격 부추길뿐"

"기업환경 막아 저금리에도 돈 안 돌아"

연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후 내놓은 성명에서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 의견을 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의장. ⓒ뉴시스연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후 내놓은 성명에서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 의견을 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의장. ⓒ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023년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되면 실물경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반면 한쪽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이 계속되는 한 저금리로 침체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달콤한 함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내놓은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현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투표권이 없는 FOMC 위원들을 포함해 위원 17명은 내년까지 현 금리 유지를 예상했고, 16명은 2022년까지, 13명은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 의견을 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노동시장 조건이 FOMC의 최대고용 평가와 부합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물가가 2%까지 오르면서 일정기간 2%를 완만하게 넘어서는 궤도에 도달할 때까지 현 금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연준 위원 만장 일치로 평균물가안정목표제(AIT) 도입을 명시했다. AIT는 경기회복 과정에서 물가가 목표치인 2%를 넘어서더라도 이를 일정기간 허용해주는 제도다. 물가 안정보다 코로나로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고용을 이전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제로금리를 선언하면서 실물경기를 살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자연스레 모이고 있다. 원·달러 간 금리역전 가능성이 줄어들어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안정적으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높으면 달러화 자금 유출 우려는 덜게 되고 달러화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커진다.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실물경제를 일으키는 마중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코로나 팬데믹에선 유동성이 부동산‧주식 가격만 부추겨

기업 투자 환경 막아놔 유동성 투입돼도 돈이 돌지 않아


하지만 경제 전문가 집단에서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미국 제로금리가 한국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망한다.


먼저 한은이 연준을 따라 금리 인하를 쉽게 단행하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크다. 연준 제로 금리 단행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지는 생겼지만 현재 시중은행들이 외화유동성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 위험성이 다분하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악영향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은행들 외화 유동성 부담은 계속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면 한국 실물경제 회복으로 이어지느냐가 쟁점이 됐다. 사진은 서울의 한 빌딩가. ⓒ뉴시스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면 한국 실물경제 회복으로 이어지느냐가 쟁점이 됐다. 사진은 서울의 한 빌딩가. ⓒ뉴시스

만약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실물경제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할 변수가 곳곳에 놓였다. 이미 국내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상당히 올랐고 가계부채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리 인하 시 금융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가 크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가격, 주식 가격 등 자산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지만 통화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이미 부동산이 급격하게 올랐고 가계부채가 상당하기 때문에 한은이 금융불안 요소들 적절히 감안해 통화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저금리 기조 속에서 유동성 힘만으로 주가가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더 올라갔는데 경제가 회복됐다고 체감하는 국민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며 "이미 실물경기 부문과 금융 부문의 괴리가 시작된 상황에서 유동성만으로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 지적대로 시중엔 이미 막대한 유동성이 풀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시중 통화량(M2)은 3018조6000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M2가 이처럼 커진 것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50%로 내리고, 한은과 정부가 코로나19 상태에 따른 경기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시중에 자금 공급을 늘린 결과다.


시중에 상당한 돈이 풀렸지만 소비·투자 등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나타내는 통화유통속도(명목 국내총생산을 M2로 나눈 값)는 올 2분기 0.63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8년 4분기 0.71, 2019년 4분기 0.68로 해마다 낮아지는 가운데 올 들어선 코로나19 사태로 그 하락폭이 커졌다.


시중에 유동성이 유입됐지만 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는 건 정부가 기업 투자 환경을 조성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 원장은 "시중통화량(M2)이 3000조원 이상 풀렸는데도 경기 회복이 안 되는 본질적인 이유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아서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줘야 낮은 금리와 유동성을 활용해 경제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자금들이 부동산과 증시에 흘러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 원장은 이어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는 기업 활동 규제 법안만 200개가 넘는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한결같이 반기업 정책만 내놓고 있어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기업 투자가 살아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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