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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의 어쩌다] '파격' 뒤에 숨은 '선정성‘ 논란

    [데일리안] 입력 2020.06.28 07:08
    수정 2020.06.28 07:09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편의점 샛별이’ 여고생 성적대상화

방송사 자체 심의 철저하게 거쳐야

'편의점 샛별이' 화면 캡처

"편의점에서 담배 세 갑만 사다 주시면 안 돼요? 잘생긴 오빠 그러지 말고요. 딱 한 번만요."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속 한 장면이다. 여고생 샛별(김유정 분)이 편의점 점장 최대현(지창욱 분)에게 한 말이다. 이내 샛별은 대현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며 이렇게 말한다. "이건 나 걱정해준 값. 담배 끊으라고 해준 사람 오빠가 처음이에요. 오빠, 조심하세요. 제가 오빠 어떻게 할지 몰라요."


'편의점 샛별이'가 첫 방송부터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성인 웹툰을 원작으로 한 터라 방송 전부터 우려가 있었지만, 제작진은 "가족 드라마"를 표방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뚜껑을 열어 본 드라마는 여고생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까지 이 드라마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접수된 민원은 6000건에 달한다. 시청자들은 방심위 게시판을 통해 '편의점 샛별이'의 폐지 및 방영 중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방송 프로그램의 선정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채널과 장르,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표현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표현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자극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방송한 JTBC '부부의 세계'는 여성이 괴한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범죄자 시점으로 연출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방심위로부터 '권고' 결정을 받았다.


엠넷 '굿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도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방심위는 남녀 간의 성행위나 성기를 유추할 수 있는 노래 가사와 선정적인 안무 등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했다는 이유를 들어 법정제재인 '주의' 의견으로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방심위는 "공적 매체인 방송은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외설적인 내용 등을 과도하게 부각해 방송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며, 특히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이를 재방송하는 경우 편집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콘텐츠 전문 채널W '보면 열받는 TV'의 경우는 더 심하다. 최근 'n번방 사건'으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불법촬영 범죄'가 떠오르는 내용을 포함해 출연 여성들이 외설적인 대화를 하거나, 벌칙으로 붓과 솔로 여성의 몸을 문지르는 등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방심의는 '의견진술'을 청취한 후 심의하기로 했다.


방송사가 '파격'이라는 이름으로 표현 수위가 센 내용을 방송하면 시청자들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떻길래 파격적일까"라는 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화제성을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자의 눈높이는 높아질 대로 높아졌고, 시대와 맞지 않거나 의도가 불분명한 파격적인 이야기나 연출은 오히려 질타를 받는다.


영화 개봉 전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관람 등급을 정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 예능 등 방송 프로그램은 방송사 내부 심의를 거친다. 방심위 제재는 그야말로 '사후 제재'인 탓에 방송사 내부적으로 보다 철저한 심의 과정을 구축해 제작진, 방송사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다양하고 신선한 콘텐츠는 방송사, 시청자 모두가 반길 일이지만, 콘텐츠 자체가 지켜야 할 선은 있다. 이제 '파격'으로 승부할 때는 지났다. 휘황찬란하고 자극적인 껍데기보다 속이 꽉 찬 알맹이 있는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선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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