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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백스테이지] 칼 융과 헤세의 역사적 만남과 '데미안'

    [데일리안] 입력 2020.04.10 18:25
    수정 2020.04.10 18:30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 그린 작품

인간 내면의 양면성, 깊이 있는 통찰

뮤지컬 뮤지컬 '데미안' 공연 사진. ⓒ (주)모티브히어로

"너는 왜 크로머에게 고통받고 있어? 그건 네가 크로머를 찾아갔기 때문이야. 모든 건 너의 선택으로부터 시작한 거잖아."


뮤지컬 '데미안' 속 싱클레어는 쏟아지는 질문에 혼란스럽다.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유난히 고통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자신도 미처 몰랐던 '진실'을 마주한 순간, 비로소 그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헤르만 헤세(1877-1962)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데미안'은 인간 내면의 양면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사람들이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다.


오랜 시간 사랑받는 작품인 만큼, 작품의 배경을 두고도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배경을 알고 나면 이 작품이 무엇을 담으려 한 작품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이 작품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9년이다. 그만큼 전쟁의 영향은 이 작품 곳곳에 새겨져 있다.


실제로 그의 인생도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아버지 요하네스 허세가 1916년 세상을 떠났고, 아들 마르틴은 정신질환 증세에 시달렸으며, 아내는 신경쇠약 증세와 발작 증세로 병원 신세를 지는 등 가정의 불행이 그를 괴롭혔다.


헤세 역시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는데, 이때 그를 치료한 이가 바로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칼 구스타브 융 박사(1875-1961) 박사의 제자 요제프 베른하르트 랑 박사였다.


랑 박사의 소개로 1917년 융을 처음 만난 헤세는 그에게서 엄청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헤세는 융을 만난 지 닷새 후 꿈속에서 '데미안'의 등장인물을 만났다는 일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헤세는 융 박사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혀온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세계 문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데미안'을 집필할 수 있었다.


이대웅 연출 또한 "헤세가 융과의 만남을 통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을 만큼, 뮤지컬 '데미안'에서 융 박사의 영향은 매우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융과 교류한 헤세는 융의 심리학을 '데미안' 속에서 전개했다. 무엇보다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기에 그만큼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메시지는 융과의 소통 과정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통과 혼란으로 가득한 헤세의 삶이었지만 작품 속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그야말로 한 편의 시와 같다. 뮤지컬 '데미안'은 카인과 아벨의 대화, 나비의 의지, 에바 부인과의 대화, 싱클레어가 참여한 전투의 묘사 등 원작 소설의 독자가 상상해봤을지도 모를 장면을 무대로 구현해냈다.


"오랫동안 걷다 보니 어두워졌다. 살면서 만나온 수많은 얼굴들이 별처럼 떠올랐다. 누군가의 눈빛, 누군가의 미소, 누군가의 한숨. 그 별들이 혜성처럼 날아간다."


뮤지컬 '데미안'은 사람들이 평소 잊고 지냈던 기억들을 들춰낸다. 그것을 통해 우리가 외면했던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지, 우리가 찾아야 할 자아는 어떤 모습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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