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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문재인 수호' 총선 프레임은 옳지 못하다

    [데일리안] 입력 2020.03.24 08:00
    수정 2020.03.24 10:37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총선, 정책·비전 대결 아닌 '대통령 마케팅' 양상

'문빠표' 독식 위해 與 내에서의 갈등 눈살 찌푸려

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지언어학을 창시한 유명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선거의 승패는 '프레임(fram)' 활용 여부에 달렸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프레임은 '사물과 세상을 이해하는 체계', 즉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으로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승기를 잡는다는 선거 전략으로, 한국 정치에도 유효한 개념이다.


가령, 문재인 정부의 패러다임인 '적폐 청산'이 그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시위는 문재인 정부 존립의 근간이 됐고, 당시 보수 세력은 '적폐' 프레임에 갇혔다. 이후 '적폐'란 단어는 사안과 상관없이 보수 세력을 떠올리게 하는 프레임이 됐다.


결국 성공한 프레임은 대중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선거에서 정책이나 비전이 아닌 정치 성향에 따라 사고 작용이 가능토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레이코프가 프레임을 '슬로건'이 아닌 '생각'이라고 규정한 이유다.


오늘로써 꼭 22일 남은 4·15 총선에서도 프레임이 형성됐다. '문재인 수호' 프레임은 '진실한 친문(親문재인)'을 가르는 하나의 시험지가 됐다. 청와대 참모 출신 후보, 대선에서 현 정부 창출에 어느 정도 '일조'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서"라며 자신의 출마 당위성을 포장했다.


겉으론 개혁과 새 정치를 언급하며 인물론을 펴는 것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확고한 정책 비전, 철학 등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 프레임을 주창하는 이들 중 일부는 도덕성 문제, 비리 연루 등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해있다. 오직 '대통령의 호위무사는 자신'이라는 점이 총선 출마의 이유이자, 유일한 무기다. 이는 결국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기대 '문빠(문재인 열성지지층)'의 표를 얻겠다는 심산이다.


의식보다는 무의식, 이성보다는 감성이 프레임에 빠지기 쉽다. 문재인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문재인 수호'라는 강력한 프레임 앞에서 같은 진영 내의 다른 호소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조국 수호' 프레임도 이와 같은 목적일 터다.


'문재인 수호'를 외치지 않는 이들은 마치 '틀린 사람'으로 간주되고 있다. 여권 내에서 노선이 나뉘며 갈등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여권 성향 정당의 핵심 인사는 "누가 문재인과 함께 끝까지 갈 것인가"라고 했다. 선거에서 프레임이 미치는 영향을 잘 알기에 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프레임만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정책이 아닌, 자질이 아닌, '대통령'에 기대는 프레임은 당장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더라도 오랜 시간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총선은 대통령을 위한 선거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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