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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MB의 녹색금융과 문재인의 신재생에너지

    [데일리안] 입력 2019.10.01 07:00
    수정 2019.10.01 10:02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정권 바뀔 때마다 간판 바꿔 달며 추진하는 정책금융에 기업 멍들어

태양광 발전소 모습ⓒ픽사베이-1;;태양광 발전소 모습ⓒ픽사베이-1;;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정부에서 녹색금융을 추진한다기에 은행장님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고, 저도 3만원의 보험료를 내며 자전거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그때 전 자전거도 없었는데 말이죠."


'녹색금융'을 기억하고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시의 상황을 이처럼 떠올렸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창조금융' 정책의 일환으로 금융권에 녹색금융 도입을 촉구했다.


당시 금융권은 녹색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각 업권별로 녹색금융협의체를 만들고, 대형 은행에서는 은행장 산하 협의체로 녹색금융단까지 조성했다. 일부 은행장은 업무용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등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했다.


녹색금융이란 친환경이나 신재생에너지 생산과 보급 등에 관여하는 기업에 대출을 공급해주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 이용을 생활화하고, 그에 따라 일어날 신체 사고를 대비해 자전거보험에 가입하는 식의 환경보호 상품도 포함된다.


녹색금융은 취지대로라면 좋은 상품이지만, 그 시절을 보낸 은행원에게 유익한 기억은 아니다. 녹색기업이라는 분류 자체가 생소한 상황에서 관련 기업에 대한 평가가 불확실해 은행권에서는 리스크 우려가 컸다. 정부 압박에 마지 못해 여신을 확대한 측면이 있고, 결국 정권이 바뀐 후에 녹색금융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그렇게 금융권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녹색금융이 2019년 다시 자취를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탈원전·신재생 에너지 전환'과 함께 말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금융사들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부합하고자 태양광 기업 등에 지원하는 각종 친환경 상품을 내놓고 있다.


녹색금융 활성화 때 '신녹색기업대출'을 출시하며 공격 영업에 나섰던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대폭 줄었던 친환경 여신 규모가 다시금 확대되고 있다. 이 은행의 전체 녹색금융 연도별 취급 실적은 2015년 2234억원에서 2016년 1610억원, 2017년 1219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말 3108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이 같은 행보는 전세계적으로 태양광 산업의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살펴볼 때 이례적인 행보다. 현재 태양광 산업은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 과잉 문제가 지속돼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물론 이는 태양광 건설에 필요한 중간재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리스크이긴 하다. 그러나 아직 친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존재하고, 해당 기업에 대한 평가 체계 또한 완전하지 않다는 점에서 은행권이 대출을 늘리는 것에는 더 깊은 속내가 있는 것 같다. 실상은 정권 코드 맞추기라는 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간판을 바꿔 달며 추진하는 정책금융에 멍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은행권의 친환경 금융지원에 성숙함이 필요해 보인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최초 투자 이후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지만 미래가 보이는 사업이지 않은가.


혹자는 이렇게 반증할 수 있겠다. 이명박의 녹색금융은 실패했지만 문재인의 신재생에너지는 성공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2022년에 다시 한번 묻겠다. 그때의 신재생에너지는 잘 되고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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