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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 '앙상블 왕고' 신재희의 아름다운 도전

  • [데일리안] 입력 2020.04.10 11:25
  • 수정 2020.04.10 11:33
  •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더블캐스팅' 도전, 두려웠지만 용기 얻고 싶었다"

"마이클리 멘토 심사평 가장 기억에 남아"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 신재희ⓒ 신재희

신재희는 올해로 앙상블 배우 경력만 11년차에 달할 만큼 베테랑 뮤지컬 배우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인물은 아니지만, '깨알 연기'로 관객들의 칭찬을 받을 땐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신재희는 2014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초연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집사였던 룽게 역의 얼터(대역을 뜻하는 영어 Alternate의 약어)로 공연한 것 이외에는 모든 공연을 앙상블 배역으로 참여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레베카(2013·2014·2016)', '보니앤클라이드(2013)', '엘리자벳(2015)', ,모차르트!(2016), '팬텀(2017)', '벤허(2017)', '지킬앤하이드(2019)', '스위니토드(2020)' 등이 있다.


최근에는 tvN '더블캐스팅'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뮤지컬 '미녀와 야수' 중 'IF I CAN`T LOVE HER'를 부른 신재희는 베이스 바리톤의 묵직한 저음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 '더블캐스팅'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근 '스위니 토드'를 공연할 때 데뷔 후 처음으로 앙상블 배우들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소위 '앙상블 왕고'가 되었어요. 그동안 형이나 누나가 있었을 땐 못 느꼈던 무게감이랑 외로움이 있더라고요. 더욱이 새삼 나이가 적지 않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러다 보니 '더블캐스팅' 오디션 공고가 떴을 때 지원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다만 '지금 내가 지원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지 않나' 또, '잘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앞섰죠. 이번 '더블캐스팅' 지원을 통해 그런 자신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너 열심히 그리고 충분히 지금까지 잘 해왔고 또 지금도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 무대에서 연기할 때와 방송에서 연기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요. 또 이지나, 조광화 같은 분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큰 부담이었을 것 같아요.


무대와 가장 큰 차이는 관객들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관객들께서 같이 호흡해 주시고 그 안에서 받는 에너지가 사실 크거든요. 방송에서의 연기가 처음이기도 했고 관객들이 주는 에너지가 없다 보니 방송이 조금 더 낯설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더블캐스팅' 무대에 선다는 것이 늘 긴장되었던 것 같아요.


다만 제가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가면 늘 연출가분들은 계시니까 이지나, 조광화 연출가 앞이라서 특별히 부담이 되진 않았어요. 오히려 배우 선배님들 앞에서 노래를 한다는 것이 큰 긴장으로 다가왔습니다. 왜냐면 앙상블은 파트가 적어 제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선배님들은 잘 알지 못했을 것 같았어요. 형, 누나들 앞에서 노래 한 곡을 다 부르고, 제 실력을 보여준다는 것이 많이 긴장됐던 것 같습니다.


- 아쉽게도 3라운드 12인에는 들지 못했는데, 아쉬운 점은 없나요?


아쉬운 게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제가 주크박스 미션에서 떨어졌는데 마지막 무대가 사실 너무 아쉬웠어요. '더블캐스팅' 하면서 너무 좋은 경험을 하게 됐는데 그 마무리를 아쉽게 끝내서 그게 마음에 남아요. '졌(지만)잘싸(웠어)'가 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서요. 하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자면 제 연약한 부분에 도전해보고 또 실패한 경험을 얻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그 실패를 거울삼아 잘 딛고 일어서서 보다 나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더블캐스팅'에서 나온 심사평 중 가장 아팠거나 가장 좋았던 평이 있나요.


멘토분들의 모든 심사평이 저에겐 귀한 양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예선 때 'IF I CAN`T LOVE HER'을 부르고 나서 마이클리 멘토님께서 "좋은 목소리 들려줘서 고맙다. 연기로 봤을 때 좋았다"고 해주셨던 심사평이 기억납니다.


사실 전 노래 잘하는 배우보단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요. 노래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보다 연기가 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연기에 대한 갈급함이 늘 있었거든요. 그런데 마이클리 멘토님께서 해주신 심사평이 꼭 "그래 재희야 너의 갈급함을 알고 있어. 그러니 앞으로 더 힘내"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마라톤에서 목마를 때 지쳐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힘내서 달려나갈 수 있는 그 생수 한 모금을 건네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잘했어 보단 앞으로 잘해야 해. 그리고 더 잘할 수 있어"라고 응원해주시는 것 같았던 마이클리 멘토님의 그 심사평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심사평처럼 앞으로 더 잘 해야겠지요.


- 뮤지컬 배우가 TV에 출연하는 건 흔치 않은데, 출연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세요. 부모님이 주위 친척, 친구들께 자랑도 하시고요. 아마 제 영상의 조회수 반 이상은 저희 부모님이 보신 걸 거예요. 또한 연락이나 왕래가 없었던 옛 친구들과 연락이 닿기도 했고요. 방송의 힘을 새삼 느꼈습니다.


-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나요? 만약 뮤지컬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전 체육활동을 좋아했는데 좀 엉뚱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는 프로레슬링 선수나 이종격투기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었어요. 하지만 당연히 부모님께서 반대하셨고 철 들고 나서(?) 다른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군 전역 후 입시를 통해 뮤지컬전공으로 진학하게 되면서 뒤늦게 뮤지컬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뮤지컬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운동에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 신재희ⓒ 신재희

- 앙상블만 11년차라고 들었습니다. 앙상블 배우란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합창과 군무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아닐까요? 그리고 아무래도 무대 위에서 조명이나 그 외적인 것들이 주조연이 돋보이기 마련인데요. 그럼에도 몇몇 관객들께서 '그 장면에서 깨알연기 하고 계시는 것 잘 보고 있어요'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내가 조명도 적은 곳에서, 무대도 중앙이 아닌 곳에서 연기하고 있지만 그런 내 모습을 봐 주시는 분들이 계시구나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들고, 조금도 설렁설렁할 수 없는 것 같아요.


- 공연은 무엇보다 관객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공연을 본 관객들의 평가도 신경이 쓰이나요.


스포츠 경기는 때론 무관 중 경기를 치르기도 하는데요. 공연의 완성은 관객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어요. 그만큼 관객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관객분들의 평가에 신경 쓰기 전에 관객분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더 준비해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아요.


- 무대에 오를 기회가 있는 것 자체로도 좋지만, 앙상블 배우로서 힘든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주조연에 비해 페이나 처우 등은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주조연이 더 좋다는 거지 앙상블이 마냥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더 발전하고 보다 나은 모습으로 무대에 서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 외적인 욕심을 좀 내려놓고 보면, 앙상블 배우의 포지션도 굉장히 감사한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이 취소되거나 페이가 미지급되는 부분은 다른 이야기겠지요.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가 매우 어렵습니다. 배우로서 느끼는 현장의 어려움,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연은 사람들을 모아야 하는 거잖아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상반된 방향이지요. 때문에 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중단되고 미뤄지고 있어요. 오디션도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저 또한 차기작이 아직 없습니다.


공연계 현장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저희만 겪고 있는 어려움이 아니니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미워하거나 혐오하기보단 사랑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모두가 이 시기를 잘 견뎌내고 이겨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지나가는 시간들이 조금이나마 덜 힘들고 덜 아프고 그 와중에도 행복과 감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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