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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다발 속에는 흉기가 숨겨져 있다

  • [데일리안] 입력 2020.02.17 09:00
  • 수정 2020.02.17 10:37
  • 데스크 (desk@dailian.co.kr)

“문재인을 위해 깔아놓은 주단 길”

칼럼 불만스럽다고 고발하는가

기본권을 선거법으로 규제하다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9세기의 지성인이며 가톨릭신자이며 또 자유주의자인 액튼(Acton)경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이 전형적인 자유주의적 표현은, 모든 사람은 약간은 악을 갖고 있기 때문에 권력을 어떤 인간에게 줄 때는 언제나 권력이 남용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독교적 기본사상의 과격한 표현입니다.”(정치학강좌, C.J.프리드릭, 서정갑 역)


액튼 경의 명제 혹은 경구는 너무 많이 인용되어 오히려 가볍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치사의 경험으로 말하자면 그건 언제나 새로운 깨달음이다. 부패는 권력의 이면이다. 어두운 면이라는 뜻이라기보다는 동전의 앞뒷면이라 할 때의 그 이면이라는 의미라고 해야 하겠다. 이 같은 (정치적)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뭔가? 그게 바로 ‘정치’다. ‘불가피성’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 전제가 성립된다면 부패의 ‘불가피성’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을 위해 깔아놓은 주단 길”


그래서 권력의 부패를 용인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천만에! 어떤 정치인이든, 어떤 정치집단, 정치세력이든 그들이 내미는 장미다발에 유혹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장미다발을 내밀지만 그 속에는 흉기를 감추고 있다. 장미가 시들면 그 흉기가 드러난다. 백이면 백이 다 그렇다고 보면 된다. 그게 정치권력의 속성이다.


국민의 많은 수가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이 만들어낸 ‘촛불혁명’의 전설을 신봉하고 있다. 참여 연인원 1700만 명이라는 주최 측 주장이 언론에 의해 정설이 되고 문 대통령의 확인을 거쳐 역사가 됐다. 전설에서 역사로!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의 야당들은 정적을 무너뜨릴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고 여겨 집회에 비집고 들었다. 그리고 그럴듯한 말 몇 마디로 충동질 한 연고권을 내세워 잽싸게 그 결실을 낚아챘다. 그 다른 표현은 이렇다.


“촛불의 여망을 선거에 담는 순간 모든 것은 문재인 후보를 위해 깔아놓은 주단 길에 다름없었다.”(임미리 교수의 경향신문 칼럼 ‘민주당만 빼고’)


주단 길을 걸어 옥좌에 오른 문 대통령과 그 동아리 멤버들은 자신들의 등장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했다. “대중집회에 편승했다가 졸지에 정권을 차지한 세력이 아니다. 우리의 집권은 필연이다!” 그 욕심으로 ‘촛불혁명’의 얼개를 급조했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본다). 득표율 41%라는 사실이 목에 걸리긴 했겠지만 자꾸 우겨대면 허위도 진실이 된다고 믿었을 것이다. 이들 그룹의 특징적 행태 아니던가.


어차피 정치인은 천사가 될 수 없다. 촛불혁명이든 무슨 혁명이든 아무리 치장을 해봐야 정치집단의 속성을 다 털어내고 속속들이 선한 영혼들로 채워진 세력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치공식이다. 정치는 권력을 필요로 하고 권력은 부패의 다른 한 면임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쟁이거나 사기꾼이랄 수밖에 없다.


칼럼 불만스럽다고 고발하는가


문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하기 이전에는 ‘나라’가 없었던 듯이 ‘나라다운 나라’를 약속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건설을 자신의 과업으로 제시했다. 기실 그 자체가 권력자의 자기과시였다. ‘대통령의 힘’으로 불가능한 게 뭐 있겠느냐는 오만이 이미 그 때 자신의 마음에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권력은 금방 초지를 잊어버리고 폭력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권력 내부에서는 절제의 기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듯이 보였다.


적폐청산이라는 작업의 과정, 공수처 설치법 등 4개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인사권 남‧오용, 조국 구하기, 유재수 봐주기, 송철호 당선시키기 등은 집권세력의 권력 과신에서 비롯됐다. 일단 가속도가 붙자 민주적 제어력은 사라져 버렸다. 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이념운동 경험은 많았지만 정치적 수완을 익힐 기회는 별로 갖지 못한 그룹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랜 정치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신 집권세력에 주눅 들고 말았다. 아니면 ‘혁명’콤플렉스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과거 보수정당을 가리켜 ‘정권의 전위부대’ ‘권력자의 하수인’ ‘통치세력의 충견’으로 매도하던 사람들이 어느새 정권의 돌격대로 변신해 있었다. 이들은 공수처 설치,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보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거기에 동참했던 문희상 국회의장의 경우, 공로를 치하받기는커녕 오히려 팽 당하는 안타까운(?) 처지가 되긴 했지만).


이제 칼끝을 감출 때가 됐다. 다시 장미다발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민주당은 청와대‧정부와 한 몸이 되어 ‘표가 된다면 무슨 짓이든 다 한다’는 기세로 선거전에 나서고 있다. 교만이 뚝뚝 듣던 표정이 살가워졌고, 목소리도 나긋나긋해졌다. 이런 술책이 안 먹혀들었던 적이 없다고 확신하는 것일까?


그런데 본색을 끝까지 숨기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느닷없이 신문칼럼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내며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려대 임미리 연구교수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민주당만 빼고’ 제하의 칼럼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임 교수와 해당 신문 편집국장은 자칫 검찰에 불려갈 뻔했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서둘러 고발을 취소한 것인데, 그러면서도 사과는 없다. 오히려 임 교수가 전에 안철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이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자기들이 괜히 고발한 게 아니라는 뜻일 터이다.


기본권을 선거법으로 규제하다니


하다하다 신문칼럼에 까지 시비를 걸고 나오는 이 집단이 함께 민주를 실천하고 더불어 민주를 누리자는 그 정당 맞는가. 이래서야 어디 글이라도 한 줄 마음 놓고 쓸 수 있겠는가. 세월이 아주 뒤집어져 과거 어느 시점에 툭 내던져진 느낌이다. 선거를 핑계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 하다니! 도대체 어느 머리에서 그런 발상이 나온 것인지 황당하고 해괴하다.


개인의 칼럼은 ‘선거운동’이 아니다. 정당 간 후보 간의 경쟁과정에서 저질러지는 불법적 행동을 규제하는 것이 공직선거법 제254의 규정이다. 국민으로서 의견을 밝히는 것을 선거법에 엮어 넣어 고발까지 하는 이 못된 버릇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것인가.


경향신문에 대해서는 선거법 제8조, 언론기관의 공정보도 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는 모양인데, 임 교수의 편향성 있는 칼럼을 왜 실었느냐는 시비 같다. 그런데 그 논지로 봐서, 사설로도 쓸 수 있는 내용이다(20년 가까이 신문 사설을 썼고, 30여년 칼럼을 써온 경험자의 견해로는 그렇다). 정당의 정치행태에 대한 논평을 왜 게재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민주당은 고발을 취하했지만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지난 12일 이 칼럼에 대해 공직선거법 제8조 위반으로 판단,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 위원회가 언제부터 선관위나 검찰의 역할과 권한까지 행하기로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인간도처에 그물이요 올무다.


선거법은 선거에 뛰어든 정당과 후보 및 관계자들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게 옳다. 언론사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시민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까지 선거법으로 규제할 생각은 이제부터라도 접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이며, 우리가 민주국민일 수 있는 제1의 조건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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