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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연봉'으로 정 맞을라…코로나 위기에 숨죽인 은행권


입력 2020.04.09 06:00 수정 2020.04.08 14:3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지난해 평균연봉 9600만원, 경기침체속 '연봉잔치' 여론에 촉각

업계 "코로나19 사태 겹쳐 '배민처럼' 타깃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

서울 금융가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서울 금융가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주요 시중은행 임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한다는 내용의 사업보고서가 공개되자 은행권이 숨죽이고 있다. '역대급' 순이익 신기록을 세운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대비되면서 자칫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들은 지난해 다른 국내 기업들이 수출 감소와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데도 40조원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바탕으로 호황을 누렸다.


이에 손쉬운 '이자 장사'로 큰 이익을 내고 고액연봉을 받는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씨티·SC제일은행 임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전자 평균연봉(1억800만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이 40조7000억원으로 2년 연속 40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2015년 31조8000억원, 2016년, 34조원, 2017년 37조3000억원으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벌어 연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더욱이 경기악화로 은행창구 문턱이 높아진 중소상공인 입장에선 '대출금리를 내릴 때는 찔끔‧천천히, 예금금리는 초고속으로 내린다'는 불만섞인 인식이 적지 않다. 단순히 은행권의 보수가 많은 것만을 두고 '배가 아파' 문제 삼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요즘처럼 다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작년도 호황에 따른 연봉이 공표돼 난감하다"면서 "은행은 그대로인데, 마치 수수료를 올려 논란이 된 '배달의 민족처럼' 타깃이 될까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원 고액연봉이라고 표현한 기사의 댓글들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고도 했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앉아서 이자놀이하는데 연봉이 1억인가", "제목을 '예대마진 도둑질로 억대연봉 챙겨'로 바꿔라", "방만한 인력운영에 타직종과 형평성에 어긋난다. 땀흘린 만큼만 받아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이에 은행권에선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금융지원에 나서는 상황이 은행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100조원의 지원책 가운데 민간 금융권에 주어진 부담은 은행의 몫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초저금리 대출상품을 내놓고,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하는 등 경쟁적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장들은 "은행이 고객들에게 든든한 우산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위기극복에 적극적인 동참을 일제히 약속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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