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준 없는 일방적 보상”...두 번 우는 키움증권 피해자


입력 2020.04.08 05:00 수정 2020.04.08 06:01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명확한 기준 없이 보상액 일방적 제시...피해자들 불만 거세져

“무성의한 공지에 주먹구구식 대응”...개미가 키운 증권사 명암

키움증권 사옥 전경ⓒ키움증권 키움증권 사옥 전경ⓒ키움증권

키움증권이 전산장애에 따른 보상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 고객들은 회사가 일정한 기준 없이 보상액을 제시하며 그 규모도 피해액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합의가 아닌,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 주식시장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은 최근 ‘동학개미운동’ 수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고금리 장사를 이어가며 회사를 성장시켰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개인들의 비중이 높은 증권사다. 키움증권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기간별 7.5%에서 9.5%로 국내 10대 증권사 중 가장 높다. 그러나 정작 회사 핵심 동력인 개인 고객들의 피해를 축소시키고 신규 고객 확보에만 급급하다는 불만이 거세졌다.


8일 키움증권 전산장애 피해자들에 따르면 최근 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오류 발생에 따라 사측이 손해배상에 나섰지만 합의 과정을 둘러싼 이들의 불만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이 시작된 지난달, 키움증권은 네 차례 이상 먹통 현상을 일으켰다. 특히 27일 금요일 오후에는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주문 체결 내용이 실시간 확인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장애가 심각해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정상화 됐는데 단순 조회 지연이라고 계속해서 축소 공지를 했고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A씨의 경우, 시스템 오류로 원치 않는 매도 거래가 발생해 손실이 확정됐다. 피해액은 기회 비용을 제외하고도 계좌에 손실액으로 찍힌 것만 1000만원 단위다. 당시 A씨는 설명 한마디 없던 사측 대응으로 키움증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진 만큼, 사고 뒤에도 매도 후 매수 등 정상 거래를 진행하지 않았다.


A씨는 “회사에선 이러한 경우는 피해 보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장애 시점의 매수·매도 금액과 시스템 정상화 이후 첫 거래일의 시초가와의 차액이 사측이 가친 피해보상 기준의 전부라고 느껴졌고, 고객의 피해 사실에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A씨는 “회사는 시스템의 심각한 오류에 대해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이후의 거래를 잣대 삼아 보상액을 산정하거나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를 구제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사측은 A씨가 여러 불편을 겪은 것을 감안해 피해액 보상 대신 상품권 30만원을 제시했다. A씨는 “입막음용 위로금을 제시하면서 이것을 받던지, 아니면 다른 채널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라는 일방적인 통보만 받았다”며 “키움의 과실로 인해 피해를 본 것도 억울하지만 이런 식으로 고객을 기만하는 행태가 황당했다”고 말했다. A씨는 소송 등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또 피해 금액과는 별개로 정신적 피해 보상금인 상품권을 함께 보내는 경우에도, 명확한 기준 없이 지급액을 제시해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피해자 B씨는 “당시 비교적 빠른 대응으로 피해 입증이 가능했던 운 좋은 투자자들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고객 게시판에 수차례 글을 쓰고 전화 상담 시 피해 내용을 강하게 어필해야만 회사가 얘기를 들어줬다”면서 “그나마도 정확한 내부 기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품권도 사람마다 3만원, 5만원 등 지급액을 각각 다르게 불러 투자자들 사이 불만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사측과의 신경전에서 한발 물러선 피해자들의 경우, 다른 피해자들이 받은 보상에 비해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특히 투자자들은 개미의 힘으로 큰 증권사가 타 증권사들보다도 개인 고객들에게 이기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피해자 C씨는 “사측에서 ‘보상해주겠다. 다만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들어가 있으면 보상처리기간이 길어지니, 우선 금감원 민원부터 취소하면 오늘 내일 안으로 입금처리 하겠다’는 말을 했다”면서 “그러나 민원을 취소했음에도 약속한 날짜 안으로 입금이 되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류가 발생했으니 반대매매 유예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다른 증권사는 유예가 가능했던 반면, 키움은 가차 없이 반대매매에 들어가는 증권사”라고 했다.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가 사태를 확산시켰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피해자 D씨는 “회사가 장애 후 처리 방법을 알려줘야 투자자들이 이후 액션을 취하는데, 일절 안내를 하지 않아 증시가 급등락하는 상황에서 대처를 못했다”면서 “당일 손해보상에 대한 공지보다 이러한 기본적인 공지조차 없었다는 것이 더 화가 났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오류로 인한 1차 피해에 이어 주먹구구식의 일처리로 인한 2차 피해까지 입었다는 주장이다.


피해 입증이 어려운 데다 일련의 과정에 지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측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개인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당초 키움증권이 사태에 대해 정상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만큼, 보상 건을 모르고 넘어가는 피해자들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감독당국 역시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증권사 전산 장애와 관련된 금융민원이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피해구제에 대한 시정 조치는 뒷전이란 지적이다.


피해자 A씨는 “금감원 관계자도 증권사들이 가진 내부 피해 규정이 엉성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 눈높이 이하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했다”면서 “금감원 또한 증권사 내부 상황이 어떤지 잘 알고 있는데도 피해보상 기준 마련을 강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