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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보따리 '6조5000억원', 하나금융 '양날의 검'


입력 2020.04.08 05:00 수정 2020.09.15 16:1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1년 만에 현금성 자산 1조2500억 확대…KB·우리금융 제쳐

풍부한 유동성 바탕으로 M&A 시동…자산 수익률은 과제로

국내 4대 금융그룹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확보한 현금성 자산이 1년 만에 1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6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하나금융은 단숨에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을 제치고 국내 4대 금융그룹들 가운데 두 번째 가는 현금 부자로 올라섰다. 하나금융이 이 같은 실탄을 바탕으로 사업을 더 확장하며 몸집을 불려 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자칫 타이밍을 놓칠 경우 지나친 현금 보유가 독이 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들이 갖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총 27조6051억원으로 전년 말(26조8270억원) 대비 2.9%(7781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이 경쟁사들에 비해 2조원 이상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신한금융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조5792억원으로 같은 기간(8조1796억원) 대비 4.9%(3996억원) 늘며 유일하게 8조원 대를 기록했다.


이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하나금융의 약진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나금융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다른 금융그룹들보다 상당히 적은 편이었지만, 1년 만에 이를 빠르게 늘리며 신한금융 다음 자리를 꿰찬 모습이다.


하나금융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조2567억원에서 6조5096억원으로 23.8%(1조2529억원) 급증했다. 그 사이 우리금융은 6조7479억원에서 6조3926억원으로, KB금융은 6조6428억원에서 6조1237억원으로 각각 5.3%(3553억원)와 7.8%(5191억원)씩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줄며 하나금융을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하나금융이 현금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우선 앞으로 이어질 인수합병(M&A) 경쟁에 대한 대비로 해석된다.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그룹의 비(非)은행 부문 이익 비중을 30%까지 확대한다는 전략목표를 세우고, M&A를 적극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연초부터 M&A를 성사시키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2월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 하나금융의 더케이손보 인수는 2012년 외환은행 이후 8년 만의 M&A다. 하나금융의 더케이손해보험 인수 대상 지분은 70%로 매매대금은 약 770억원이다.


아울러 하나금융이 기존 사업 확장에도 상당한 현금을 투입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은 이번 더케이손보 M&A를 통해 은행부터 증권, 생명·손해보험, 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핵심 금융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하지만 은행과 증권을 제외하고 생보사와 손보사, 자산운용사는 아직 각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소형사들이다. 제대로 된 사업 역량을 갖추기 위해 하나금융이 돈을 풀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계속되는 이유다.


문제는 투자 측면에서 많은 자산을 현금으로 들고 있는 현실이 마냥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란 점이다. 현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 만큼 투자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자산이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서다. 이는 자산운용 수익률에 마이너스 요소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이자 마진을 대체할 투자 수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란 점은 금융그룹들의 어깨를 한층 무겁게 하는 대목이다. 한은은 지난 7월 1.75%에서 1.50%로,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지난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사태가 겹쳐지면서 기준금리는 사상 최초로 0%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커지자 지난 달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내린 0.75%로 운용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더케이손보를 품에 안게 되면서 주요 비은행 금융사 라인을 구축했다"며 "하지만 신한생명을 갖고 있던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또 다시 사들인 것처럼 언제든 좋은 매물만 있다면 추가 M&A 가능성은 열려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을 현금의 형태로 쌓아두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투자 수익률에는 악영향이 커질 것"이라며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로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상황에서 과도한 현금 자산 확대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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