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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2020] '제2의 김대업? 드루킹?'…'윤석열 vs 조국' 되살아나나


입력 2020.04.04 04:00 수정 2020.04.04 04:49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복역 중에 검찰 수사 협조한 걸로 전문가 행세

김대업과 '제보자' 지모 씨의 행세는 '판박이'

언론 활용해 터뜨렸으나 오히려 역풍 불 수도

2002년 대선 정국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김대업 씨가 대선 결과가 결정된 뒤인 2003년 1월 서울지방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김 씨는 대법원에서 명예훼손과 무고 등의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 1년10월을 선고받았으나, 2004년 가석방됐다(자료사진). ⓒ연합뉴스 2002년 대선 정국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김대업 씨가 대선 결과가 결정된 뒤인 2003년 1월 서울지방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김 씨는 대법원에서 명예훼손과 무고 등의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 1년10월을 선고받았으나, 2004년 가석방됐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제2의 '김대업 사건'인가, 제2의 '드루킹 사건'인가.


한 종합편성채널 법조기자의 취재를 다룬 지상파 방송의 보도가 친문(친문재인) 핵심 세력과 결탁해 펼쳐진 '작전'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에 직면하면서, 역풍이 총선 판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코로나 사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윤석열 vs 조국'이 선거판의 핵심 쟁점으로 재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대리인을 칭해 종편 법조기자를 접촉한 뒤 이를 지상파 방송에 제보한 인사는 친문 성향의 지모 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 씨는 횡령과 사기 전과로 복역 중일 때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며 주장하며,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금융전문가로 행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성향인 지 씨는 '조국 사태' 때 교통방송 뉴스공장, MBC PD수첩, KBS라디오 등 친여권 성향의 매체에 출연해 현 정권을 비호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난해왔다.


종편 법조기자를 접촉한 지 씨는 해당 기자가 모 검사장과 나눴다는 대화의 녹취를 듣고, 목소리의 주인공이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모 검사장이라고 근거없이 판단해 지상파 방송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상파 방송이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하자, 지 씨는 가명을 사용한 페이스북 계정으로 마치 제3자인양 이를 홍보하기도 했다.


지 씨는 친여권 성향 인터넷매체에도 검찰을 공격하는 내용의 제보를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여권 성향 인터넷매체는 수감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자칭 '제보자X'의 제보를 바탕으로 검찰을 공격하는 연속 기사를 지난해 12회까지 연재했다. 이 '제보자X'가 바로 지 씨로 점쳐지고 있다.


이 인터넷매체는 선거철이 시작된 지난달 30일 '총선후보 검증'이라는 제목 아래 연속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검찰 출신 미래통합당 윤모 후보와 유모 후보를 공격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 흐름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이 사건이 지난 2002년 대선을 뒤흔들었던 '김대업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회자된다.


김대업 씨는 군병원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던 일개 부사관이었으나, 수감자 신분으로 검찰 병역비리 수사를 몇 차례 보조하면서 마치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병역비리 전문가인양 행세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검찰수사관 자격을 사칭하기까지 했다.


김 씨는 대선을 앞두고 친여권 성향의 주간지와 인터넷매체를 통해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장남의 병역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있었으며, 그 직후 병적기록표가 위·변조됐다는 주장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모 전 국군수도병원 원사와의 녹취록이 등장했으나, 검찰 수사 결과 오히려 녹취록이 위조된 것으로 판명됐다.


수감자 신분일 때 민간인 보조요원으로 검찰 수사를 잠시 거든 것이 전부인데, 전문가인양 행세하면서 선거판을 뒤흔들만한 폭로를 친여권 성향의 매체를 통해 내보내는 모습이 판박이라는 분석이다.


김 씨의 악행은 대선이 끝나고나서야 법원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분명해졌지만, 지 씨 사건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흐름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추 장관의 재조사 지시가 '제2의 드루킹 사태'에 불을 당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애초 지상파 방송의 보도가 나오자 친문 핵심 세력은 이를 검언유착(檢言癒着)이라고 프레임을 짜맞추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대대적인 공세를 전개했다. 대검찰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에 구두로 보고했으나, 추미애 장관은 보고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감찰관실을 통해 공문으로 재조사를 지시했다.


그런데 직후 해당 보도의 제보자 지 씨가 과거 복역 중에 검찰 수사를 도왔다고 주장하며 검찰 내부 사정에 밝다고 자칭하는 인사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 씨가 녹취만 듣고 목소리의 주인공이 어느 검사장인지 판단할 능력이 되지 않고, 실제로 그렇게 판단한 근거도 달리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지 씨에 의해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지목되고 지상파 방송에서도 보도된 '윤석열 최측근' 한모 검사장은 일관해서 그러한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성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검찰과 언론이 유착한 검언유착 의혹이 아니라, 친여권 성향의 지상파 방송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작전'의 일환으로 펼쳐진 친문 성향 제보자의 제보를 근거없이 내보낸 권언유착(權言癒着) 의혹이 되는 셈이다.


추미애의 재조사 지시도 되레 자승자박될 수도
댓글조작 고발했다가 드루킹 '굴비두름' 엮이듯
'윤석열 찍어내기 작전' 드러나면 풍향 바뀐다


포털을 통해 여론조작 활동을 펼친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본명 김동원·49)이 대선 이듬해인 2018년 6월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포털을 통해 여론조작 활동을 펼친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본명 김동원·49)이 대선 이듬해인 2018년 6월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추미애 장관은 과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하던 시절에도 사안의 성격을 180도 뒤집어놓은 경험이 있다.


추 장관은 민주당 대표였던 2018년 1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말도 안되는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고 준비된 듯한 댓글조작단이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악의적인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허위사실 유포와 부당한 인신공격 행위 등에 대해 철저히 추적해 단호히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민주당은 실제로 네이버 기사 댓글 조작을 위해 매크로가 사용되는 정황이 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 조치했다. 이 결과 '드루킹' 김동원 씨 등 3명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적발돼 구속됐다.


추 장관의 고발 조치는 보수 세력을 공격하겠다는 의도였는데, 되레 대선의 정당성마저 뒤흔들어놓은 '드루킹 대선 불법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서막을 열어젖힌 것이다.


대검찰청은 종편 뿐만 아니라 지 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보도를 한 지상파 방송에도 재조사를 위해 녹음 파일과 촬영물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해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놓은 상황이다. 추 장관의 재조사 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일이니만큼 향후 '드루킹 사태'와 같은 흐름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도 없게 됐다는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사태의 흐름과 관련해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인천 부평에서 후보 지원을 하던 중 "집권당이 뭐가 할 일이 없어 조국 살리기를 이슈로 삼느냐"라며 "정말 이 사람들이 죄를 많이 저질렀구나 싶다. 수사를 피하고자 검찰을 장악하는 것, 그것만이 이 정부가 유일하게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이날 동행기자단이 먼저 철수한 뒤에 나왔기 때문에, 따로 문자메시지로 출입기자단에 발송됐다. 이렇게 따로 알릴 정도라면, 정치권과 민심의 풍향에 누구보다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촉각이 무언가를 감지했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도 페이스북에서 "20초 들은 통화 목소리로 내가 기억하는 그 검사장이라며 검언유착을 단정짓는 것은 유튜버 의혹 제기 수준"이라며 "그 검사장이 녹음 파일 목소리의 당사자라는 제보자의 말을 뒷받침할 어떤 다른 추가적 근거도 보도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사건은)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톤 다운'을 했다.


이번 사건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있던 '윤석열 대 조국' 쟁점을 끄집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의 '톤 다운'은 이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우택 미래통합당 충북 청주흥덕 후보는 앞서 지난 설 연휴에 데일리안과 가진 민심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은) '조국 대 윤석열'의 싸움"이라며 "조국 좋아하는 사람은 (기호) 1번이고, 윤석열 좋아하는 사람은 (기호) 2번"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통합당 충남 공주부여청양 후보도 당시 "큰 프레임이 감지되더라. '조국이냐, 윤석열이냐'의 프레임"이라며 "조국이 옳다는 사람들은 1번, 윤석열이 옳다고 생각하면 2번을 찍지 않겠느냐. 그런 프레임이 형성되는 게 오랜 정치경험을 통해 피부로 감지된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총선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측됐던 '윤석열 대 조국'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시선 밖으로 잠시 벗어났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 재점화하면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진석 통합당 후보는 지난 2일 충남 부여 동부농협사거리에서 퇴근 인사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불공정의 상징이며 불법·편법·탈법의 상징인 조국이라는 사람을 국민들이 그토록 비판했는데, 이 정권은 기어이 국민을 무시하고 (조국 전 장관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국민무시정권"이라며 "(이 쟁점에 대해) 국민들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국 253개 지역구 후보에게 내려보낸 총선 전략 홍보유세 매뉴얼에서 만약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서 말할 일이 생기면 "찬성·반대의 입장을 말하거나 해석해 설명하지 않아야" 하며 "질문을 전환해 답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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