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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외인 양날개...‘달리는 말’ 바이오주 옥석가려라


입력 2020.04.03 05:00 수정 2020.04.03 05:27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KRX헬스케어지수 10거래일 만에 36%↑ 코스피 상승 폭 2배

“기본체력 없이 상승한 테마주 주의...체질개선 기업 주목”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항체 치료제 개발 1단계를 완료한 데에 이어 2단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고 밝혔다.ⓒ셀트리온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항체 치료제 개발 1단계를 완료한 데에 이어 2단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고 밝혔다.ⓒ셀트리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제약·바이오 업종 주가의 ‘키 포인트’로 떠올랐다. 진단시약, 치료제와 백신주 등이 전통 제약·바이오주를 치고 나가면서 기존 바이오 업체들도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일부 대형주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가운데 외국인들은 이들 바이오주를 집중 순매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마보다는 기본 체력 확인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제약·바이오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지수는 지난 19일 대비 35.5% 오른 2964.60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 폭(18.3%)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지수 급등 중심에는 진단키트·백신주 등 코로나19 관련 종목들이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의 한국산 진단키트 요청도 쇄도하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잇따르면서 관련주들이 부각됐다. 진단키트주 중에서도 코스닥 돌풍의 주역으로 떠오른 곳은 씨젠이다. 씨젠은 당국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5개 기업 중 유일한 상장사다. 연초 41위에 불과했던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는 최근 3~4위까지 올라섰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이 지난달 셀트리온 등 대형 바이오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며 투자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외국인의 지난달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는 셀트리온, 한진칼, 넷마블 펄어비스, 에이치엘비 등이 있다. 셀트리온(4208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623억원)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칼(1393억원)을 제치고 외국인 순매수 1·2위를 차지했다.


특히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그룹 상장사는 지난 1일 6000억 규모 블록딜 소식이 전해지며 이날 급락이 우려됐지만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셀트리온은 전일 대비 3000원(1.52%) 내린 19만5000원에 장을 마쳤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600원(2.03%) 오른 8만600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제약은 3200원(4.89%) 오른 6만8700원으로 마감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100% 자회사인 아이온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보유 중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257만주, 221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기관 투자자에게 매각하기 위한 수요 예측을 진행했다. 이 물량이 풀리며 오전 주가가 크게 떨어진 뒤 오후 들어 낙폭이 줄었다. 이날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항체 치료제 개발 1단계를 완료한 데 이어 2단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고 밝혔다.


최근 셀트리온 등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연이어 진단키트, 치료제 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힌 셀트리온과 신라젠 주가는 이달 들어 15~20%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책과제 사업에서 우선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히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 SK케미칼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성 주가 부양을 위해 코로나19 이슈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주의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코로나’ 키워드만으로 주가 급등이 이어져 기업 본질 가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와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밸류에이션 없이 기업가치를 판단해야하는 바이오는 수급적으로도 유리하다”면서도 “다만 기본체력 없이 상승한 테마주는 향후 이슈가 잠잠해지면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치료제, 백신 개발 착수 소식만으로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 짓기에는 아직 섣부르다”고 말했다.


또 실제 공급 계약·개발 단계 수준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는 오랜 기간을 통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2003년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다음달 열리는 바이오 벤처기업 관련 해외 학회에서의 데이터 발표 혹은 기술 수출도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5월 온라인 연례 학회를 열 예정이다. 허 연구원은 “중순 암학회 개최가 지나고 단기적으로 학회 모멘텀은 부재하지만 8월 이후 미뤄진 학회 포함 다수의 학회들이 개최돼 파트너쉽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오히려 체질이 개선된 제약·바이오 섹터 내 기업들을 주목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많은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제약·바이오 섹터 내 기업들의 경우 실제 매출 및 이익감소로 연결된 기업들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부 종목의 경우 코로나 관련 뉴스로 인해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점은 실적악화 등과 같은 펀더멘탈 손상은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며 씨젠과 같은 기업들의 경우 오히려 실적개선과 미국시장 진출 등 기업 역량이 한단계 점프업했다”고 짚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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