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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임대료’ 된 배달앱 수수료…외식업계 “우리가 키운 배민에 배신”


입력 2020.04.03 06:00 수정 2020.04.02 16:18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정액제에서 매출 연동 정률제로 수수료 부담 ‘껑충’

배달앱 시장 99% 독점, 배달 의존도 높아지지만 대안 없어 불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앞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로 주문한 배달음식으로 받고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앞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로 주문한 배달음식으로 받고 있다.ⓒ뉴시스

배달앱 수수료를 놓고 외식업계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외식업계의 배달 비중이 늘면서 잠시나마 숨통이 트였지만, 그만큼 배달앱 수수료가 불어나면서 다시금 수익성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서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업계 1위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의 합병 발표로 사실상 시장의 99%를 외국계 한 회사가 차지하게 됐다. 합병으로 수수료 인상이 없을 것이란 언급이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우회로를 통해 이미 인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이달 1일부터 수수료 중심의 새 요금체계 ‘오픈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픈서비스는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 체계다.


그간 월 8만8000원의 정액제 요금제에서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지불하는 정률제 방식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회사 측은 요금체계 변경으로 그간 문제가 됐던 이른바 ‘깃발꽂기’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자금력이 있는 음식점주들은 자신의 상호가 있는 지역 인근에 여러 개의 울트라콜을 등록해 배민 앱 화면을 중복 노출로 차지하고, 인근 지역의 주문까지도 독차지해왔다.


일부 지역에선 월 1000만원 이상 광고비를 내고 깃발을 200개 이상 꽂는 업체가 등장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소상공인들은 배민 앱 화면에서 노출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주문 증가 효과도 누릴 수 없었다.


이번 개편으로 수수료 기반의 오픈서비스 영역이 확대 노출되고, 울트라콜은 3개 이내로 제한된다.


또 건당 수수료율은 5.8%로 푸드 딜리버리와 이커머스를 통틀어 전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근까지 울트라콜 상단에 3개의 가게가 노출되던 오픈리스트에 6.8%의 수수료를 적용했지만 이를 1%p 낮췄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

하지만 외식업계에서는 환영보다는 우려의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요금 개편으로 깃발꽂기 문제는 해소될 수 있지만 매출 연동 방식이 수수료 부담을 더 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수수료율 5.8%에 부가세 10%를 포함하면 배달 매출액의 6.38%를 배민 측에 지급해야 하는데 매출이 증가할수록 수수료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3대 치킨 프랜차이즈 중 한 곳인 BHC의 지난해 가맹점 연평균 매출은 4억6000만원으로 월 평균 기준으로는 3800만원 정도다. BHC 가맹점주가 한 달에 10건의 울트라콜을 이용할 경우 기존에는 수수료로 월 88만원, 연간 1056만원을 냈다면, 요금체계 변경 이후에는 월 242만원, 연간 2900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기존 대비 3배 가까이 수수료가 증가하는 것이다.


물론 매출액이 크지 않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는 오히려 희소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장사가 잘돼 매출액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부담이 커지기는 마찬가지다.


배민 측은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입점 업주의 52.8%가 배민에 내야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지만, 전체 수수료 면에서는 오히려 더 증가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식 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배민의 변경된 요금체계로 수수료 부담이 적어지려면 오히려 장사가 안 돼야 가능한 얘기”라며 “입점업주들과 상생하겠다는 배민의 방침과 이번 요금체계는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이 키워준 배민이 이제는 우리를 배신하려고 한다”며 “인수합병 발표 당시에도 앞으로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이미 인상이 진행 중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배달앱 수수료가 제2의 임대료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내비치고 있다. 장사가 잘 되는 상가의 경우 권리금이 높아지는 것처럼 배달 매출이 늘수록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인건비와 원부재료비, 임대료에 이어 배달앱 수수료 비중이 4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문제는 이 같은 불만에도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배민과 요기요의 합병이 승인되면 배민, 요기요, 배달통 등 국내 배달앱 시장의 99%를 한 회사가 차지하게 된다. 배달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외식업계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배달 시장 의존도가 더 높아지면서 배달 비중이 매장 매출액을 넘어서는 매장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업계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와 불만이 커지면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문제제기를 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2일 오후 4시 기준 1만4500여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청원자는 “인수합병으로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4월부터 시행하는 '오픈서비스'라는 새로운 정책으로 현재와 동일수준의 노출을 유지하려면 광고비 사용료는 급격하게 올라가게 된다”며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모든 배달어플이 한 몸이 됐다. 자유시장경제의 자율경쟁을 통한 합리적 시장가 형성이 완전 배제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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