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총선2020 경제공약] 법인세 인하 VS 기업 규제 강화…각당 총선공약 살펴보니


입력 2020.04.02 05:00 수정 2020.04.01 22:1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민주당-정의당, 기업 규제하고 돈 걷어 정부가 통제하는 '큰 정부' 지향

통합당-국민의당, 규제 풀고 기업에 경제 주도권 주는 '작은 정부' 지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3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4.15 총선 정책공약집 '더 나은 미래'를 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3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4.15 총선 정책공약집 '더 나은 미래'를 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는 4·15 총선을 앞두고 각각 ‘정부주도 경제체제’와 ‘기업 자율성 확대’라는 해법을 내놨다.


진보 진영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공정경제’를 앞세워 대기업과 총수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정부 주도로 신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면서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겠다는 ‘큰 정부’를 지양하는 반면, 보수 진영을 이끄는 미래통합당은 법인세 인하, 상속증여세제의 합리적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자율적 성장을 유도하는 ‘작은 정부’를 구상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도 성향인 국민의당은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 등 실용 노선을 걷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민주당, '소주성·경제민주화' 뺐지만…기업 옥죄기 여전


여당인 민주당의 총선공약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 ‘소득주도성장’은 사라진 대신 ‘혁신성장’이 부각됐다.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같은 노골적인 반 기업적 표현도 넣지 않았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소비자와 중소기업,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대기업과 총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기존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지배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정책이 많이 눈에 띈다. 다중대표소송제와 대표소송제도 개선,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 등 그동안 법제화가 추진되며 재계에서 우려를 표했던 사안들이 모두 공약에 들어가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로, 모회사 주주들의 자회사에 대한 지나친 경영 간섭을 야기함으로써 독립적인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 제도 도입시 자회사 이사의 책임부담 증가로 자회사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으며, 단기수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 모회사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의 경영 개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예외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일본에서도 매우 엄격한 소제기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전속고발제 폐지는 공정거래위원회만 보유했던 공정거래법 위반 고발권을 누구가 가질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으로, 기업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감시를 늘리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허위 고발 남발로 기업이 수시로 법정 공방에 시달리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공정위와 검찰이 기업을 이중조사하거나, 양 기관간 판단에 차이가 생겨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집단소송제는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을 경우 일부 피해자가 소송에서 이기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라도 동일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는 소비자 권익을 강화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반작용으로 기업들은 심각한 불확실성에 시달려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기업들이 소송 남발로 기업활동 위축은 물론, 파산 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 다우코닝이 1992년 실리콘 유방보형물 유해성 문제로 집단소송을 당해 패소하면서 42억5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의 합의금을 물어낸 뒤 1995년 파산한 사례는 집단소송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재계 '노동유연성 제고 요청'에…민주당 '고용 경직성 강화' 공약 화답


민주당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해 달라는 재계의 요청과는 정반대로 고용 경직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정리해고는 기업 유지가 어려운 경우로 한정하고, 희망퇴직을 강요할 경우 근로자 대표 동의를 법제화하는 내용이다.


앞서 경총은 지난달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를 통해 “과도한 고용 경직성, 파견 및 기간제 등 인력 활용 규제,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근로시간 제한 등 낡은 노동법・제도가 국가 및 기업 경쟁력 제고의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해고 요건 완화, 파견 및 기간제 규제 완화, 당사자의 자율적 의사를 존중하는 제도 변화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제 보완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건의한 바 있다.


경총은 국제수준에 맞는 경영책임의 적정성 확보와 형벌 개선이 필요하다며 경영인의 경제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기준을 완화해줄 것도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재벌 대주주 일가의 횡령과 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공약으로 넣었다.


민주당은 신산업 육성과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대해서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2030년까지 1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 6만7000여곳에 스마트공장을 보급하고, 2022년까지 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빅3’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250개사를 발굴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2024년까지 대중소 상생협력기금 1조원을 추가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음으로써 중소기업 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기업에 부담시키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정의당은 전속 하도급 거래 강요 금지,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독과점 기업에 대한 기업분할 명령제 도입 등 기업 규제를 극도로 강화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와관련, 정부가 민간기업을 강제로 분할하게 하는 것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나 가능했던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과 연동한 ‘최고임금제 도입’도 공약으로 내놨다. 최고임금을 초과한 임금에 대해서는 부담금과 과징금을 부과해 최저임금자 등 지원 사업에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그동안 노동계와 진보 시민단체 등이 주장해온 제도다.


미래통합당, "법인세 낮추고, 경제는 기업 자율에"


미래통합당은 기업 경영의 자유를 확대하는 데 경제공약의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게 최근 경영난이 가중된 경영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법인세 인하다.


손경석 경총 회장은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에 참석해 “정부는 기업의 기를 살려 경제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상징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법인세 인하를 요청한 바 있다.


이후 경총은 경영계 건의를 통해 “주요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로 인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수준인 22%로 인하하고, 법인세 최저한세제를 폐지할 것을 건의했다.


‘상속증여세제의 합리적 개선’도 통합당이 내놓은 대표적 경제공약 중 하나다. 재계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저해한다며 상속세율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우리나라는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 기업인들이 기업을 물려주기보다 매각 여부를 고민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이 50%로 높을 뿐만 아니라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도 추가돼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은 OECD 36개국 중 최고 수준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25%로 인하하고, 상속세 공제요건 완화 및 연부연납 거치기간 연장도 이뤄져야 한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통합당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일괄적 근로시간 단축이 우리 경제를 침체로 이끌었다며 이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최저임금제도 개편, 유연근로제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그동안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등으로 급격히 인상됐으며, 이는 자영업자 몰락, 저소득 근로자 실직 등 막대한 부작용을 불러왔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같은 부작용을 감안해 2.87%로 줄었으나 앞으로 기업들의 수용 능력을 감안한 최저임금 반영을 위해 근본적인 최저임금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당, 소주성 폐기·네거티브규제 시스템 도입 등


실용·중도정치를 앞세운 국민의당의 경우 경제공약에 있어서는 현 정부 및 여당과 대척점에 섰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를 앞세우면서 최저임금을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까지 동결하고 업종·숙련도·지역별 특성에 맞게 다원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규제 비용 총량제, 네거티브규제 시스템 도입 등 재계에서 ‘혁신성장 환경 조성’ 차원에서 요구해온 정책들도 공약에 포함시켰다.


법에 금지한 것을 제외한 부분을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규제 시스템 도입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내세운 공약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네거티브규제 시스템 도입을 공약으로 내놨지만 현재 국내 기업 규제는 대부분 그 반대 개념인 포지티브 규제(법이나 정책이 허용하는 것 외에는 모두 불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