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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긴급비용도 결국 세금인데…재난 앞에서도 편 가르는 정부


입력 2020.03.31 07:00 수정 2020.03.30 17:58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검토 않았다’던 정부 20일 만에 여당안 수용, 소득하위 70% 지원 결정

재정·재원 지원 및 지속성 여부 등 논란 남아, 일부 홀대론·차별도 제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국민들에게 직접 긴급생활비를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긴급하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정부 입장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해묵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공방으로 이슈화되면서 갑론을박 정치적인 이슈로 확전됐다.


그러는 사이 소위 잠룡으로 분류되는 여당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명분으로 대상과 금액을 제각각 달리하며 긴급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앞 다퉈 발표하면서 시민들의 찬반으로 이어졌으며 형평성과 ‘사는 곳 따라 다른’ 차별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재정의 주체인 세금을 내고 혜택을 누려야 할 국민들은 정작 보이지 않았다.


사회적 협의를 주창해오던 문재인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비는 힘든 국민들에게는 희망고문이 됐고 반드시 지급해야 할 당연한 국가 책무처럼 여겨지는 양상으로 커졌다.


우선 급하니 풀자는 지자체와 상황을 봐가면서 대책을 마련한다는 정부와 시기 또는 방법을 달리 주장하는 여야 정치권이 맞물려 경쟁적으로 비상시국을 정쟁인 먹잇감으로 풀어낸 탓이다.


정부는 당초 이달 초 기획재정부의 재정투입 난색에 청와대 발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단 선을 그었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선별 지급을 한다면 기준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하고, 시간과 행정적 비용을 아끼기 위해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한다면 50조원 이상 어마한 재정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단 추가경정예산으로 급한불을 꺼보겠다는 심산이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효율성을 말하기 전에 민생의 어려운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경예산 11조7000억원을 비롯한 총 31조원 규모의 경제활력 제고 대책을 내놓았으니 상황 전개에 따라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재난기본소득의) 검토에 들어갔다고 알려지는 것은 취지와 다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20여일 만인 30일 당정협의를 거친 비상경제회의에서 최종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뒤늦은 결론을 내렸다.


이는 여당이 주장한 안을 수용한 것으로 월 소득 712만원 이하 약 1400만 가구 지원에 9조원 1000억원의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어려운 국민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방역의 주체로서 일상 활동을 희생하며 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 준 데 대해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가 진정되는 시기에 맞춰 소비 진작으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의 표현대로 미증유의 일이 연달아 빚어지고 급기야 정부 수립 후 첫 긴급재난지원금까지 집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말 그대로 긴급한 재정지원이라면 중앙정부에서 총괄 조정을 발 빠르게 단행해 불필요한 논란은 줄이고 우선적인 기준과 절차를 정하는 역할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명 ‘코로나 페이’로 불리는 자금의 재원마련과 ‘코로나19’ 위기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철저한 계획 수립이 먼저라는 주장, 재난이 지속되면 차후 재정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의 문제제기가 다시 거론된다.


막대한 국민 세금이 쓰이는 만큼 국민들 대다수가 이해할 수준과 진정성이 느껴질 때 지원에 대한 실효성도 담보될 것이다.


특히 이번 재원 마련에 정부는 예산의 지출구조 조정을 통해 대부분 충당하기로 함에 따라 올해 본예산을 편성 받은 사업 중 집행부진 항목과 농어촌 사업비를 삭감하는 방안을 고려중으로, 文 정부 들어 ‘농어촌 홀대’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상황 속에서 농어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다시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마스크 대란’부터 전문가들의 해외유입 차단 방역 요구 등도 정부가 타이밍을 놓치면서 불안한 심리가 자극돼 사회적인 논란과 그에 따른 비용이 더 투입됐다는 따가운 질책도 새겨야 할 부분이다.


국가가 정권의 유불리보다는 국민 안전과 방역에 대한 우선순위를 가려 위기 속에서도 신뢰성 있는 국정운영과 효율적인 경제철학을 보여줄 때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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