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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벼랑 끝' 공연계, 정부 대책에 시큰둥한 이유


입력 2020.03.29 07:13 수정 2020.03.29 07:14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코로나19 이후에 초점 맞춘 정부 대책

생계 위협 호소하는 공연계 "실효성 없어"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공연장 매표소에 코로나19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뉴시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공연장 매표소에 코로나19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뉴시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다."


공연 관계자들이 전하는 현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참담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타격을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생각한 이는 없었다. 그만큼 '생계 위협'을 호소하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28일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월(1~27일) 매출액은 78억 1996만 원, 예매 건수는 14만 7829건에 불과했다. 최악의 불황이라던 2월(매출 210억 69만 원, 예약 건수 52만 4318건)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1월 매출액이 406억 2224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1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보름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나서자. 공연 자체를 지속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4월 6일로 예정된 초·중·고 개학 이후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지만, 최근 분위기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상황이 나아지기만 기다리던 뮤지컬 '맘마미아!', '로빈', '마마돈크라이', 연극 '렛미인' 등이 끝내 개막 취소나 연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같은 어려움에도 손에 잡히는 정부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난 19일 내놓은 대책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만 초점이 맞춰지자 공연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체부는 이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예매처별로 1인당 8000원 상당의 '공연관람료 할인권'을 300만 명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경영난에 빠진 소극장과 공연단체에 대한 지원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당장 코로나19 때문에 공연 자체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공연 관계자는 "이런 대책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긴 하다"면서도 "당장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의 문화예술인들이 당장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연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액이 얼마인지 파악하고, 가장 시급하게 지원해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우선순위부터 정해야 한다.


하지만 공연 관계자는 "문체부에 계속해서 공연계의 요구사항을 보내고 있지만, 대책 마련을 위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문체부는 조속히 공연단체와 전문가를 포함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귀를 기울여야만 효과적인 대책도 만들어낼 수 있다. 공연 관계자들은 "현장 예술인 및 단체의 피해에 따른 생활·운영자금 지원 등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장기 대책만을 내세우며 벼랑 끝에 내몰린 예술인들을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책임 회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리뷰점수: ★★★☆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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