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추천 인사 전원 이사 선임...3자연합 '0'
올 들어 양측 지분 40% 돌파...대전 본격화
코로나19 대한항공 영향 확대시 변수 가능성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한판 승부가 펼쳐진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가 조원태 회장의 완승으로 귀결됐지만 싸움은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의 3자주주연합이 올 들어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며 조 회장과 지분격차를 없앤 상황으로 2라운드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27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과 3자연합측은 올 들어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양측 모두 지분율을 40% 이상으로 끌어 올린 상태로 경영권 분쟁의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조 회장이 확보한 지분은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22.45%)을 포함, 델타항공(14.9%),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3.8%), 카카오(1%), GS칼텍스·한일시멘트(0.7%) 등을 더해 약 42.85%에 달한다.
3자연합도 올 들어 KCGI와 반도건설을 중심으로 꾸준히 지분을 늘려 40%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KCGI 산하 유한회사 헬레나홀딩스와 반도건설의 자회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이 각각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42.13%로 끌어올린 상태다.
양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확보한 지분이 각각 33.45%와 31.9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 모두 올 들어서 약 10% 안팎의 추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격차는 오히려 더 줄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가 조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로 보고 있다. 이번 주총이 1라운드 몸풀기였다면 2라운드부터 양측의 대전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조원태 완승에도 한치 앞 안보이는 승부 예고
27일 개최된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 된 것을 비롯, 회사측이 추천한 인사들이 모두 이사진을 선임돼 한 명의 이사도 배출하지 못한 3자연합과의 승부에서 완승을 거뒀다.
조 회장 외에 하은용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가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이상 사외이사) 등도 모두 이사진에 합류했다.
반면 3자연합은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상 사내이사), 함철호 스카이웍스 대표이사(기타 비상무이사),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전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이상 사외이사) 등 추천인사 전원이 선임에 실패했다.
3자연합은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자투표 도입(48.19%)은 물론, 이사 자격 제한(47.40%) 등 총 10개의 안건이 모두 부결되는 등 주주제안으로 제안한 안건 중 단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말그대로 참패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주총이 끝이 아닌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미 양측이 올 들어서도 계속 지분을 매입한 것은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방증으로 지분 대결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3자연합이 이번 주총에서 추가 우호지분으로 기여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소액주주모임 등을 더하면 확보한 지분은 이미 45%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이번에 조원태 회장측을 지지하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국민연금(2.9%)이 계속 지지를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3자연합이 어느정도 지분 확보가 이뤄졌다고 판단되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해 연내에 다시 한 번 표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시주총이 아니더라도 양측의 대결구도가 지속되면 내년 정기주총에서 또 한번 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이었다는 점에서 1월 말 구성된 3자 주주연합으로서는 원래부터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며 “양측 모두 장기전에 대비하면서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온 만큼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코로나19, 한진 경영권 분쟁 변수되나
일각에서는 하나의 주체만 이탈하더라도 붕괴될 수 있는 3자연합의 구성상 경영권 분쟁이 조기에 마무리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나 반도건설 등의 이탈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인데 둘 다 조원태 회장과 감정적 앙금이 커진 터라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현재 진행형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진칼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항공사라는 점에서 현재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3자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경우, 비판적 여론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고 한진그룹이 큰 타격을 받게 되면 현 경영진의 책임으로 화살이 돌아올 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한진칼 주총에서도 주주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대한항공과 관련된 질문을 상당히 많이 해 직결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적인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항공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선 상황”이라며 “향후 한진그룹이 흔들리게 되면 이번 주총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현 경영진에 지지를 보냈던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을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