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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울고 웃는 한전…표류하는 전기료 개편안


입력 2020.03.30 05:00 수정 2020.03.29 20:22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전기요금 개편 기대하던 한전…코로나 사태로 제동 걸리나

유가하락에 전력구입비 감소…천수답식 경영 땐 만성 적자

전라남도 나주 소재 한국전력공사 전경ⓒ한국전력공사 전라남도 나주 소재 한국전력공사 전경ⓒ한국전력공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인상 추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돼 전력구입비 연동제 시행에 희망을 품게 된 형국이다.


3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해 연결 기준 1조2765억원의 영업 적자를 내면서 전년(2080억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2017년 4조9530억원의 이익을 달성한 이래 2년 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전은 정부의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이대로라면 만년 적자를 낼 것으로 판단해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대던 상황이다.


한전은 올해 중에 전기요금 인상안이나 전력구입비 연동제 등이 담긴 개편안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만나 개편안 제안에 신중을 기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대 보험료와 전기요금 등 공과금 유예 또는 면제에 대해서도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으로선 국가 비상사태에 전기요금 유예와 면제 방안부터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이대로 가면 만성 적자 늪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전 가동률은 미세먼지 억제 대책에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탄소배출권 구입비 문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할당제(RPS) 관련 비용 등이 늘어나면서 수익성 회복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RPS가 매년 1%p씩 상승하는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유상 할당량이 내년부터 기존 3%에서 10% 상향 조정된다"며 "배출권 가격 또한 급등하고 있어 한전의 비용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인 점은 적자 폭을 키웠던 발전단가가 최근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감산 합의 실패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때 아닌 수혜를 입게 됐다. 한전의 올해 1~2월 전력구입비는 4조43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력구입비가 크게 줄어든 배경은 유가 하락 때문이다. 유가가 폭락하면서 전력판매가격(SMP)이 하락했고, 결국 한전의 비용 감소로 이어졌다. 비용 감소는 사실상 원자력과 석탄 발전 부문에서 이어졌고,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여전히 비용 부담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사태 이전 올해 1월 전력통계속보를 살펴보면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줄어든 바 있다. 다만 전력거래소에서 통하는 전력구입비는 줄어든 반면, 전력구매계약(PPA) 부문은 증가했다.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전력거래소(KPX)에서 사들이는 것과 민간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전력 구매계약을 통해 구입하는 PPA로 나눠진다. PPA는 쉽게 의미하면 태양광 사업자가 쓰고 남은 전기를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올해 1월 전력구입금액에서 전력거래소에서 사들인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한 4조603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PPA는 37.4% 증가한 1577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전력거래소를 통한 구입 단가는 kWh당 98.19원으로 11.8% 감소했지만, PPA는 195.61원으로 40.9% 증가했다.


특히 PPA에서 신재생에너지 부분 단가는 kWh당 213.8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9%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수력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소수력은 46.6% 줄었지만, 바이오·폐기물은 116.2%, 풍력·연료전지는 115.9%, 태양광은 83.9%로 각각 올랐다.


결론적으론 전력시장의 평균 구입단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전력을 구입하고 있다는 뜻인데 신재생에너지가 아닌 부문에서는 오히려 단가가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가스나 경유 등을 연료료 발전하는 복합화력은 7.7%, 구역전기 소계는 28.4%씩 각각 감소했다


한전은 발전원별에 따라 원자력, 유·무연탄, 유류, 액화천연가스(LNG), 수력, 신재생 등을 통해 전력을 생산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80%를 원자력과 석탄으로 발전한다면 나머지는 전량 수입인 LNG 등으로 메우고, PPA로 이를 대체 하는 식이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면서 일각에서는 도시가스 등에 적용되는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석탄과 LNG 등의 원료 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도 인상하는 제도다.


유가 하락에 따라 한전은 발전단가가 내려가는 수혜를 입게 됐지만, 다시금 유가가 오르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는 '천수답(天水畓)’식 경영이라 적자 탈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년 말 유가가 폭락해 전력구입비 연동제를 실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나 한전은 전기요금 체계개편을 단행하지 않았고, 올해가 전력구입비 연동제를 시행할 적기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온실가스 배출권과 RPS 구입비용 등 환경비용이 2024년까지 매년 7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전은 관련 비용 전부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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