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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2020] 정우택, 승부수 던졌다…청주4구 '바람개비 효과' 일어날까


입력 2020.03.27 06:00 수정 2020.03.27 00:13        데일리안 청주(충북) =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26일 후보등록 직후 사무소서 '랜선 출마선언'

흥덕구로 즉석 삼행시 지으며 출마 명분 강조

"흥덕 온건 운명…더 크게 흥덕 발전시킬 것"

정우택 미래통합당 청주흥덕 후보가 26일 청주 흥덕구 봉명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랜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청주(충북)=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정우택 미래통합당 청주흥덕 후보가 26일 청주 흥덕구 봉명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랜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청주(충북)=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4·15 총선을 19일 남겨두고 후보등록이 시작된 가운데, '충북의 맹주' 정우택 미래통합당 청주흥덕 후보의 승부수가 주목된다. '바람개비'로 비유되는 청주 4석의 석권 여부가 '흥덕발 바람'에 달린 관계로, 어려울수록 강해지는 정우택 후보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발동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우택 통합당 청주흥덕 후보는 26일 오전 흥덕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요 후보 중 가장 먼저 후보등록을 마친 뒤, 봉명동 선거사무소로 돌아와 곧바로 '랜선 출마선언'을 결행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선거사무소에서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생중계 방식으로 출마선언을 한 것이다.


이날 출마선언에서 정 후보는 "기회는 불균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나라가 문재인정부 4년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정우택이 선봉에서 무능과 폭정에 맞서 싸우겠다"고 자처했다.


아울러 "충북을 대한민국 정치의 주류로 우뚝 세우겠다"며 "자유가 강물처럼 넘쳐흐르고 정의가 들에 핀 봄꽃처럼 흐드러지고, 풍요가 가을들판처럼 황금빛으로 충만한 대한민국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랜선 출마선언'은 출마선언문을 일방향 낭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SNS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올라오는 댓글에 즉답하는 '쌍방향 소통'이 이뤄졌다. '랜선 친구'들과의 즉문즉답에서 국무위원과 당대표권한대행·원내대표·최고위원을 지낸 4선 중진의원의 노련미가 돋보였다는 지적이다.


이날 질문과 답변에서 정우택 후보는 지역민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청주흥덕에 온 이유를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정우택 후보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도지사 시절에 흥덕이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하이닉스 증설과 옥산산단 유치를 통해 좋은 기업들을 끌어들였다"면서도 "이번에 와서 보니 흥덕의 경제 시계바늘이 2010년에 멈췄더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랜선 친구'의 요청에 따라 즉석에서 '흥덕구'로 삼행시를 지었다. 정 후보는 "흥덕구에 온 것은 나의 운명이다. 덕크게(더크게) 흥덕을 발전시키겠다. 구민 여러분께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외쳤다.


이처럼 청주흥덕으로 '차출'된 이유를 중점적으로 설명한 것은, 정 후보의 험지 차출이 뜻밖의 프레임에 걸리면서 초반 고전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MBN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3~25일 사흘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청주흥덕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9.0%, 정우택 미래통합당 후보는 32.3%로 도 후보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 상당·흥덕·청원·서원 4개 지역구는 '바람개비'에 비유된다. 한 지역구에서 바람이 불면 다른 지역구에도 영향을 미쳐 함께 판세가 움직인다는 의미다. '맹주' 정우택 후보가 차출된 '험지' 흥덕에서 초반 열세를 보이면서 그 여파는 인접 지역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흥덕 차출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초반 고전 야기
'승부사 기질' 발동…피하지 않고 정면돌파 시도
시민들 최대 화두…진정성 받아들여질지 관건
정우택 미래통합당 청주흥덕 후보가 26일 청주 흥덕구 봉명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랜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청주(충북)=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정우택 미래통합당 청주흥덕 후보가 26일 청주 흥덕구 봉명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랜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청주(충북)=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청주KBS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1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청주4구 중 유일한 통합당 현역 지역구인 청주상당에서는 정정순 민주당 후보 33.8%, 윤갑근 통합당 후보 29.3%로 오차범위내 접전 양상이었다. 21~22일 진행된 같은 매체·기관의 청주청원 설문에서는 변재일 민주당 후보 42.2%, 김수민 통합당 후보 27.4%였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우택 후보는 승부수를 띄웠다. 자신의 지역구에 매몰되는 대신, 오히려 충북도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떠맡았다. 흥덕 '차출' 논란에 대해서는 왜 지금 청주흥덕에 '큰 정치인' 정우택 후보가 필요한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돌파에 나섰다. 흥덕의 '바람'이 청주 4석과 충북 8석을 움직이는 '바로미터'가 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면으로 부딪혀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충북 지역 정가 관계자는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정면으로 부딪혀가는 게 정우택 후보의 기질"이라며 "선거를 며칠 남겨두지 않고 갑자기 '친문 핵심을 잡으라'는 험지 차출로부터 촉발된 정치적 위기가 정 후보의 '승부사 기질'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정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새누리당이 풍비박산이 나고 모두가 당을 떠나기 위해 가지고 있던 직책도 던질 때, 원내대표에 출마해 선출된 뒤 당대표권한대행으로 당을 이끌며 대선 후보를 내고 당을 추스렀다. 지난 2018년말 원내대표 경선 때에는 이른바 '잔류파' 의원들이 '복당파'의 스크럼 앞에서 체념하고 있을 때, '잔류파'의 구심점이 돼서 당내 경선 승리를 지휘하기도 했다.


정 후보 자신도 당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내 선거만 여덟 번을 치러 세 번을 떨어졌다. 그런 정치역정을 통해 어느 다른 정치인보다도 위기로부터 내공의 힘이 나오게 됐다"며 "남들이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거나 포기할 때, 나는 더욱 강하게 부딪혀가는 내공이 그동안 정치를 하면서 쌓였던 것"이라고 스스로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지금의 청주흥덕 선거 국면은 다른 누구와의 대결이라기보다도 정 후보의 진정성이 지역구민들로부터 받아들여지느냐 여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취재진과 만난 청주시민들은 선거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없다" "(다른 사람들도 선거) 이야기를 안한다"면서도 정 후보의 청주흥덕 험지 차출 화두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였다.


오창읍에서 우암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만난 김모 씨는 "상당구 터줏대감이 흥덕구로 가버리는 바람에 흥덕구 예비후보가 난리가 난 것이 아니냐"라며 "정우택이 도지사도 하고 장관도 하고 국회의원도 했으니 웬만하면 후배에게 양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오근장역에서 오창읍으로 이동할 때 만난 또다른 김모 씨는 "'저쪽에 있다가 왜 이리로 오느냐, 후배를 못 나오게 막았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이야기할 게 아니라 정책으로다가 대결을 해야 한다"며 "왜 그것을 따지고 있느냐"라고 반박했다. 김 씨는 "KTX오송역 역세권이 바뀐 게 하나도 없으니 정우택은 '내가 오송역을 발전시키겠다'고 나온 것"이라며 "정우택은 명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당구 금천동에서 롯데시네마 청주용암점으로 이동하면서 만난 남모 씨는 "청주에 정우택 씨밖에 더 있느냐. 원내대표하고 도지사도 했었다"며 "청주로 봐서 제일 큰 인물이니 도종환과 붙으라고 상당구에서 흥덕구로 보낸 것 아니냐"라고 바라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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