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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거리와 타이밍의 예술, 톰슨의 아웃파이팅


입력 2020.03.22 21:03 수정 2020.03.23 09:18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타격가들마저 농락하는 아웃파이팅

파이터 황혼기, 빛나는 훈장 달 수 있을까

UFC 웰터급 스티븐 톰슨(오른쪽). ⓒ 뉴시스 UFC 웰터급 스티븐 톰슨(오른쪽). ⓒ 뉴시스

‘원더보이' 스티븐 톰슨(37·미국)은 그래플러가 득세하는 UFC 웰터급에서 경쟁력 있는 몇 안 되는 실력파 스트라이커다.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지만, 그와 대적할 수 있는 타격가는 여전히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웰터급에서 아웃파이팅 마스터를 언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톰슨이다.


훤칠한 키와 쇼토칸 가라데, 아메리칸 킥복싱 등을 활용한 다양한 타격 기술은 어떤 상대에게도 큰 부담을 준다. 스탠딩에서 포인트 싸움이 오래 이어질 경우, 톰슨의 늪에 빠지기 일쑤다. 톰슨에 한 번 흐름을 내주면 뒤집거나 되찾아오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톰슨의 아웃파이팅은 거리와 타이밍에서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쉬지 않고 전후좌우 움직이면서도 타격한다. 일반적인 펀치와 킥공격은 물론 옆차기, 앞차기, 스피닝킥, 뒷차기, 엑스킥, 브라질리언킥 등 타격 패턴이 매우 다양하다. 수시로 스탠스를 바꿔 빈틈을 노리기 매우 어려운 유형이다.


타격가들마저 농락하는 아웃파이팅


타격에 자신 있는 대다수 장신 스트라이커가 그렇듯, 톰슨 역시 거리를 두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즐긴다. 펀치와 킥으로 포인트를 쌓고 데미지를 안긴다. 초조해진 상대가 들어오는 순간 들어가는 벼락같은 카운터가 일품이다.


톰슨은 타격 전후 동작이 매우 뛰어나다. 짧은 펀치 후 상대가 반격하려는 찰나 달라붙듯 붙거나 셋업동작을 끊는가 하면, 가까워지면 밀어내며 카운터를 노린다. 클린치 싸움을 즐기는 유형은 유효 적절하게 활용한다. 원거리 파이팅만 의식하면 이 같은 톰슨 플레이에 가랑비에 옷 젖듯 말려들고 만다.


타격을 하면서도 톰슨의 스텝은 멈추지 않는다. 정타를 맞추고 사이드로 돌거나 사각으로 빠지면 상대는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어느 정도 거리를 잡으면 근거리에서 밀고 당기고 돌아 나오는 톰슨의 잔 동작에 리듬을 뺏기고 만다.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서 다양한 킥으로 끊어 차고 밀어 차며 리듬을 깬다. 가드를 굳히고 거리를 엿보자니 끊임없이 이어지는 타격이 신경 쓰이고, 적극적으로 쫓아다니면 어느새 신기루에 빠져 길 잃은 꼴이 되고 만다. 톰슨의 이 같은 패턴에 흐름을 잃고 멘탈 붕괴가 온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톰슨은 예술의 경지에 오른 회피 동작과 부지런한 타격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아웃파이터다. 그럼에도 화끈한 넉아웃 승리도 종종 만들어낸다. 입식 무대에서부터 위력을 떨친 킥 파괴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제대로 들어가는 톰슨의 킥 파워는 가드를 해도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위력적이다. 한때 놀라운 맷집을 자랑했던 전 챔피언 조니 핸드릭스가 킥 거리를 허용한 이후 화력을 견디지 못하고 1라운드에 무너졌을 정도다.


비록 챔피언은 되지 못했지만 톰슨은 상당수 빅네임들을 잡아냈다. 핸드릭스를 비롯해 미들급 전 챔피언(당시 웰터급) 로버트 휘태커 역시 톰슨에게 1라운드를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한때 기세등등했던 페트릭 코테, 제이크 엘렌버거는 물론 차기 챔피언 후보로 꼽히던 로리 맥도날드까지 톰슨의 벽을 넘지 못했다. 특유의 싸움꾼 타격스타일로 BMF 챔피언에 오른 호르헤 마스비달도 톰슨과의 맞대결에서는 스탠딩 대결서 시종일관 끌려 다닌 끝에 완패했다.



파이터 황혼기, 빛나는 훈장 달 수 있을까


톰슨은 정통파 스트라이커와는 거리가 조금 있다. 현대 타격기에서 기본 중 기본으로 꼽히는 로우킥이 의외로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혀 못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발차기 수준을 감안했을 때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약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앤더슨 실바, 이스라엘 아데산야, 앤서니 페티스 등 스트라이커형 파이터들은 상대가 하체방어에 약점이 있으면 로우킥으로 집중 공략할 정도의 역량이 있다. 반면 톰슨에게서는 그러한 로우킥 퍼포먼스를 찾아보기 드물다.


특유의 스텝을 바탕으로 한 거리조절과 회피능력으로 웰터급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거듭난 부분은 충분히 박수 받을만하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며 세계최고 종합격투기무대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격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톰슨은 챔피언 벨트는 두르지 못했다. 상성이 좋지 않았던 전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와의 2번의 타이틀전서 1무 1패로 고배를 들었다. 신장이 작은 레슬러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톰슨의 우세를 예상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상성과 전략 싸움에서 졌다.


우들리 VS 톰슨 ⓒ 뉴시스 우들리 VS 톰슨 ⓒ 뉴시스

우들리는 레슬링 외 타격에서도 강력한 한 방을 갖췄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흑인 특유의 탄력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무시무시한 단발 파괴력을 자랑한다. 맷집과 근성을 바탕으로 무수한 진흙탕 타격전을 승리로 이끈 전 챔피언 로비 라울러가 한 방에 무너졌을 정도다.


톰슨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는데 이를 잘 알고 있는 우들리는 극단적인 받아치기로 일관하며 톰슨의 리듬을 깨트렸다. 대부분 아웃파이터들이 그러하듯 톰슨 역시 상대가 적극적으로 들어올 때 리듬이 살아난다. 영리한 우들리는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지든 말든 톰슨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톰슨은 초조해졌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스트라이커 톰슨 입장에서 우들리는 단순히 한 방만 가진 상대가 아니었다. 억센 힘을 앞세운 레슬링 능력도 있어 두 가지 모두 경계해야했다. 실제로 톰슨은 우들리에게 카운터 태클을 허용한 후 그라운드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우들리는 작지만 한방을 갖춘 힘 좋은 레슬러라는 점에서는 헨드릭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꼼꼼한 전략과 수행능력에서 톰슨을 무력화했다. 서로의 장단점이 충돌한 가운데 작은 부분에서 승패가 갈린 매치업이다.


스트라이커에게 순발력, 동체시력, 반사신경 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1983년생 톰슨에게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톰슨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어 UFC 최고 흥행스타 코너 맥그리거에도 도발한다. 기량이 아직 살아있을 때,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노장 톰슨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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