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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장 임원 인사권 제한된다…지배구조 '메스'


입력 2020.03.23 06:00 수정 2020.03.22 20:1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銀 임원 선임 시 '지주와 사전 합의' 의무 조항 추가

행장 직접 선임권 '제동'…그룹 회장 권한 강화 행보

우리은행장의 임원 인사권을 둘러싼 내부 지배구조가 변경됐다.ⓒ우리금융그룹 우리은행장의 임원 인사권을 둘러싼 내부 지배구조가 변경됐다.ⓒ우리금융그룹

우리은행장의 임원 인사권을 둘러싼 내부 지배구조가 변경됐다. 이전까지는 행장이 핵심 경영진을 전적으로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반드시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의 동의를 얻도록 못 박았다. 금융당국의 중징계에도 불구하고 연임 강행에 나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은 임원의 선임 절차와 관련된 지배구조 내부규범 조항을 다수 개정했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은 은행 경영의 컨트롤타워인 이사회의 운영에 있어 지켜야 할 구체적인 원칙과 절차를 정해둔 규정으로,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 제정·변경할 수 있다.


개정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지점은 은행장 바로 밑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수뇌부의 인사권에 대한 부분이다. 종전까지는 부행장이나 상무급 인사를 결정할 때 은행장의 판단만으로 선임이 가능토록 돼 있었지만, 이제는 그 전에 지주사와 사전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처럼 행장의 임원 자율 선임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내부규범 변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준법감시인을 비롯해 전략기획·재무관리·리스크관리 등 은행 주요 업무의 집행 책임자를 임명할 때도 반드시 지주사와 우선 합의해야 한다는 문구가 더해졌다. 해당 임원들 역시 과거에는 행장 추천 후보군 안에서 최종 인사를 낙점하는 방식으로 선임돼 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은행장의 임원 인사를 지주사가 미리 검토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만약 행장이 선택한 임원이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지주사가 나서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새로 마련한 셈이다.


미묘한 대목은 개정 시점이다. 이 같은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은 지난 달 초 권광석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가 차기 우리은행에 내정되기 불과 며칠 전인 올해 1월 마지막 주에 이뤄졌다. 이번 달 말 주주총회 이후로 예정된 권 내정자의 공식 임기 시작 직전이다.


반대로 지주 입장에서는 은행장뿐 아니라 그 아래 핵심 경영진의 인사권까지 틀어쥐게 되면서 지배구조 장악력이 훨씬 커지게 됐다. 실제로 이를 근거로 우리금융은 지난 달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우리은행의 부문장 제도가 폐지되고, 대신 지주사 부사장이 2명에서 6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러면서 우리은행 임원진도 물갈이가 진행됐다. 기존 3년 차 임원 중 김정기 부문장과 이원덕 부행장이 지주로 영전하는 사이 정채봉·하태중·이종인 부행장은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그리고 상무 11명 중 10명이 부행장보로 영전되며 자리를 메꾼 모습이다.


특히 이런 조치가 그룹의 수장인 손 회장이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한층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달 초 손 회장을 상대로 한 문책경고 중징계를 최종 확정 통보했다. 과거 우리은행이 판매했던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에서 대규모 투자자 손실 사태가 불거지자,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우리금융이 앞서 손 회장의 연임을 결정해 둔 상태였다는 점이다. 이에 손 회장은 금융당국의 중징계에 대한 징계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해당 징계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오는 25일로 예고된 우리금융 주총 전에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이사로 재선임 돼 연임이 가능해진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지난 21일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손 회장은 연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지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우리은행 지배구조 개편이 결국 향후 그룹 회장의 입지를 다지는 포석 차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지주사의 지나친 권한 강화란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그룹 수장의 의지에 따라 행장의 보폭을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을 넘어 은행 임원진의 인사권까지 금융지주가 공식 개입하는 조항을 명문화하는 것은 결국 그룹 회장으로의 권력 집중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라 하더라도 독립 법인으로서의 자율성은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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