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與, 일주일 만에 '페이퍼' 특위 25개 남발…총선 앞두고 '명함 장사'


입력 2020.03.20 05:50 수정 2020.03.20 06:38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일주일 만에 비상설 특위 25개 무더기 설치

위원장은 지역구 후보자들, 추후 더 늘 듯

사무국이나 위원 없는 명목상 특위

실효성 없어 선거운동용 ‘명함 장사’ 지적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가 회의장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가 회의장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 지도부가 비상설특위를 무더기로 설치하고 지역구 후보자들을 위원장으로 앉히고 있다. 하지만 사무국이 존재하거나 ‘위원’들이 활동하는 정식 기구가 아닌 이름과 위원장만 존재하는 사실상 ‘페이퍼’ 특위에 가깝다. 총선을 앞두고 생색내기용 ‘명함장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11일부터 18일 사이 세 차례에 걸쳐 비상설특위 설치 및 위원장 선임을 의결했다. 일주일 동안 만들어진 특위만 총 25개에 달한다. 위원장들은 모두 이번 총선 지역구에 출마하는 후보였으며, 특위 이름은 지역공약이나 이슈와 관련된 내용에서 발췌했다.


예를 들어 대전 대덕구에 출마한 박영순 후보는 ‘대전공공기관유치 특별위원회’ 위원장,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한 소방관 출신 오영환 후보는 ‘재난특별위원회’ 위원장, 서울 관악갑 유기홍 후보는 ‘낙성벤처벨리조성특위’ 위원장, 서울 양천을 이용선 후보 ‘공항인접도시발전특위’ 위원장,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곽상언 후보 ‘충북지역발전특위’ 위원장 등에 각각 선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비상설특위로 명목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질적인 형체는 갖추고 있지 않다. 위원이나 사무국이 없을뿐더러 당으로부터의 지원도 딱히 없다.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들의 명함에만 잠깐 존재하는 페이퍼 특위로 남을 공산이 큰 대목이다. 민주당도 비상설 특위를 의결하며 그 취지나 배경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장 관계자들도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한 후보자의 캠프 관계자는 “그런 게 있었느냐”며 “우리 후보가 위원장을 맡았는지도 기자님께 처음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후보가 내는 공약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큰 의의를 두고 있진 않다”고 했다.


민주당도 ‘선거용 특위’라는 점을 크게 부인하진 않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총선에 나가는 후보 본인이나 지역 관련해 비상설 특위를 만드는 정도로 알고 있다”며 “상설특위는 위원을 선정하고 일도 하는데, 비상설 같은 경우는 없기도 하고 정형화 돼 있진 않다. (위원장들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다만 “형식적이거나 명함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정당 일이라는 게 꼭 정부기관처럼 설치하고 위원을 선정한 다음 성과 보고서를 내야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회의원이 되면 지역공약과 관련된 정책을 만들거나 역할을 하라는 의미에서 (특위를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