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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생산·공급·소비위축 삼중고…산업계 전방위적인 '패닉'


입력 2020.03.18 05:00 수정 2020.03.18 08:0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조인영 기자

감염 확산에 따른 생산 차질

국경폐쇄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소비심리 위축에 주요업황 먹구름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경기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경기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산업계가 전방위적으로 패닉에 빠졌다. 감염 확산에 따른 생산 차질부터 시작해 주요국의 국경폐쇄로 글로벌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겼고, 소비자 심리 위축으로 업황에도 먹구름이 가득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전 산업군에 걸쳐 코로나19 사태 후폭풍으로 고심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감염 확산,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 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발 입국금지조치 등 주요 사안이 터질 때마다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하고 업황 침체는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업황 반등을 기대하던 업종은 계속해서 암흑기를 보내게 됐고, 호황을 구가하던 업종은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로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형편이다.


자동차 업계는 지난달 코로나19 사태로 핵심 부품인 와이어링하니스 공급 협력사들의 중국 공장이 멈추면서 동반 생산차질을 빚은 바 있다.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국내공장 생산차질이 각각 8만대, 4만대에 이르는 등 완성차 5사가 도합 15만대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달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특근 등을 통해 생산 차질을 만회한다는 방침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수출 및 해외 생산판매 차질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자동차는 생필품이 아닌 데다 가격이 높은 소비재인 만큼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불안 요인이 발생하면 수요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발병의 진원지인 중국을 비롯, 최근 감염자 확산으로 상호 국경을 봉쇄한 미국과 유럽은 세계 1~3위 자동차 시장이다.


올해 판매목표를 전년 대비 4.8% 증가한 753만6000대로 설정한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마이너스 성장’으로의 사업계획 전면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2015년부터 이어진 판매목표 달성 실패 기록이 6년 연속으로 연장된다.


지난해 나란히 17%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올해 현지 전략모델과 SUV 등 신차 출시를 바탕으로 간만에 회복세를 노렸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어려워졌다. 지난 2017년 ‘사드 보복’ 사태 이후 계속된 중국 현지 생산능력 구조조정을 올해까지 이어가야 할 형편이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의 감소폭을 완화해줬던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도 올해는 주력 모델들이 풀체인지(완전변경)되는 신차 슈퍼사이클에 기대 판매량과 수익성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당장 현지 공장에 넘쳐나는 재고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는 다양한 신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갈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이들 시장이 침체된다면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 본사를 둔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같은 형편이다. 이들은 각각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의 판매 네트워크를 이용해 국내 생산 차량을 수출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시장이 부진에 빠진다면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와 르노삼성 XM3 수출이 차질을 빚는다면 한국GM 부평공장과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일감도 보장할 수 없다. 쌍용자동차도 그동안 부진했던 수출을 만회하기 위해 유럽시장 공략에 전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큰 악재를 맞았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전 라인이 ‘클린룸’으로 직원들이 방진복, 방진모, 마스크, 이중 장갑 등을 착용하고 보호장치를 통해 바이러스 전파를 통제하는 만큼 그동안 생산차질 우려에서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일단 가동을 멈추면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 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실제, 삼성전자는 과거 단 2분여 간의 반도체 공장 정전으로 수백액원의 손실을 본 사례가 있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만큼 업황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소비심리 침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초 반도체 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현재로서는 과거 2년간 가격 하락세의 기저효과와 공급차질에 대한 불안심리에 따른 수요업체의 재고확보 움직임 등으로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병으로 번지면서 미래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요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은 반도체 업황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마트폰과 PC 등 완제품 구매 수요 감소로 자연스레 제품 생산은 줄게 될 수밖에 없고 미리 확보한 반도체 재고 소진으로 하반기 반도체 수요는 줄어드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반도체 업계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업황 회복 기대감 속에서 수요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수요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19확산으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반도체 업계도 향후 부정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현대중공업

철강, 조선, 정유, 석유화학 등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으로 불리는 업종들도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 체감 단계로 접어들었다.


철강업계는 글로벌 완성차들의 셧다운(일시적인 가동중단)으로 인한 판매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수요 부진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면 철강업계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강판 수요처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국내 완성차 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을 대상으로 차강판 판로를 넓혀왔다. 그러나 폭스바겐, 포드, FCA 등 유수의 자동차브랜드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잇달아 가동을 중단하거나 검토하고 있어 판매 감소가 우려된다.


현대제철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자체 생산하는 자동차강판 대부분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어서다. 캡티브 마켓(전속시장)인 현대·기아차의 부진이 장기화될수록 현대제철의 수익성 악화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는 선사 및 오일메이저들의 발주 연기 또는 취소로 수익성 개선이 더뎌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은 올해 대형 프로젝트를 손꼽아 기다려 왔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일감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산유국간 증산 경쟁으로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가뜩이나 저조한 해양플랜트 수주가 막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황 악화로 수 년간 구조조정을 단행해온 조선사들은 수주 절벽에 직면하게 될 경우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가시권에 있는 LNG 프로젝트는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이 발주하는 40척, 미국 에너지업체인 아나다코(Anadarko)의 모잠비크(Mozambique) LNG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16척, 러시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LNG쇄빙선 20척 등이 있다.


업계는 조선·해운 시장이 불안해진데다 시황도 떨어지고 있어 프로젝트가 연기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쏠려있는 만큼 발주처들이 프로젝트에 속도를 낼 이유가 없다는 진단이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유가 변동과 수요산업 침체 정도에 따라 경중(輕重)이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의 경우 유가 하락은 원유공급 측면에서는 호재일 수 있으나 수요산업이 침체된다면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국경 봉쇄와 소비심리 위축은 항공유 및 경유·휘발유 등 자동차 연료유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주요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가동률을 낮추면 산업용 연료유 수요 역시 축소된다.


거시경제 불안 요인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플라스틱·화학섬유·합성고무 등 다양한 분야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화학 원료를 제조하는 석유화학 업계 역시 불황에 늪에 빠질 우려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팬데믹이나 각국 정부의 국경봉쇄, 주식폭락 등의 상황은 과거 ‘세계대공황’이 언상될 정도로 우려스런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어느정도 효력을 발휘할 것인지 지켜봐야겠지만 업종 불문하고 전 산업계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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