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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 백마강 벨트⑤] '대덕, 다섯 번째 전투'…박영순 vs 정용기


입력 2020.03.13 10:30 수정 2020.03.24 11:25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2006년 대덕구청장 선거 이래 다섯번째 맞대결

'여섯번째 대결' 서울 서대문갑만큼이나 이색적

지난 네 차례의 대결에서는 정용기가 모두 승리

대전 대덕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박영순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자료사진). ⓒ뉴시스 대전 대덕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박영순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자료사진). ⓒ뉴시스

14년의 세월, 다섯 번의 만남…대전 대덕에서 박영순 전 대전광역시 정무부시장과 정용기 미래통합당 의원 사이에서 다섯 번째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대전 대덕에서의 경선 결과, 박영순 전 부시장이 후보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박 전 부시장은 앞서 △2006년 대덕구청장 선거 △2010년 대덕구청장 선거 △2014년 대전 대덕 국회의원 보궐선거 △2016년 총선에서도 정용기 의원과 대결했던 적이 있다. 이번에 맞붙으면 다섯 번째 대결이다.


같은 대진으로 십수 년간 다섯 번을 대결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봐도 희귀한 사례다. 견줄 수 있는 사례는 서울 서대문갑에서 20년간 여섯 번째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과 이성헌 통합당 전 의원 정도다.


다만 서울 서대문갑에서는 그간의 다섯 번 대결에서 우상호 의원이 3승, 이성헌 전 의원이 2승으로 '시소 게임'을 펼치고 있지만, 대전 대덕에서는 박영순 전 부시장이 네 번을 내리 패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2006년 대덕구청장 선거에서는 정용기 한나라당 후보가 38.7%를 득표해 22.3%에 그친 박영순 열우당 후보를 눌렀다. 2010년 대덕구청장 선거에서도 정 후보가 33.8%를 득표해 29.5%에 머무른 박 후보를 누르고 구청장 재선에 성공했다.


2014년 대전 대덕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정용기 새누리당 후보가 57.4%를 얻어 42.6%에 그친 박영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국회에 등원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정 후보가 45.5%를 득표해 33.6%의 박 후보를 눌러 재선 고지에 올랐다.


올해는 박영순 전 부시장이 정용기 의원과 다섯 번째 재대결 기회를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험난했다.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종래 전 대덕구의장과 최동식 전 청와대 행정관은 '박영순 필패론'을 주장하며 당내 경선을 앞두고 후보단일화를 시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7~18일 '대덕희망플랜2020'의 의뢰로 한길리서치에 의해 실제로 박종래·최동식 예비후보 간의 후보단일화 여론조사가 실시되기까지 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박종래 예비후보 26.8%, 최동식 예비후보 27.6%였지만, 이후 민주당 중앙당에서 대전 대덕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함에 따라 단일화 작업은 잠정 중단됐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마땅한 '전략공천 카드'를 찾지 못한 민주당은 이 지역을 다시 3자 경선으로 되돌렸고, 박영순 전 부시장이 경선 승리를 거머쥐며 정용기 의원과의 다섯 번째 재대결을 위한 본선 무대에 오르게 됐다. 경선에 앞서 민주당 대전시당은 대덕 예비후보 전원을 불러모아 경선 결과 승복을 서약하게 함으로써 외견상의 내홍은 일단 잦아든 모습이다.


'86운동권' 박영순 대 '민자당 공채 1기' 정용기
박 "文이 김정은보다 못하다는 의원 이기겠다"
정 "대덕의 메갈로폴리스 비전을 완성시킬 것"


대전 대덕에서 3선에 도전하는 정용기 미래통합당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대전 대덕에서 3선에 도전하는 정용기 미래통합당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영순 전 부시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1964년생이다. 대신고와 충남대 영문과를 나왔으며, 충남대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함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부의장을 역임한 이른바 '86운동권' 멤버다. 충남대 후배인 허태정 대전광역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대전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어렵게 얻은 본선 기회인만큼 박 전 부시장은 이번만큼은 반드시 정 의원을 꺾는다는 각오로 선거전에 임하고 있다.


박 전 부시장은 지난해 12월 23일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가진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 의원을 겨냥해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보다 못하다며 막말하는 국회의원"이라고 지칭하며 "이번엔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전 부시장은 "촛불로 세운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중요한 전환점에 와있다"며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15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박 전 부시장은 문재인 대통령, 허태정 대전시장, 박정현 대덕구청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대덕을 제2의 대덕밸리로 재창조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타이틀 방어전'에 나서는 정용기 통합당 의원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1962년생이다. 대전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충청의 맹주'이자 산업화 세력을 대표하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와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YS) 등이 하나로 뭉친 '역사적 화해' 3당 합당을 계기로 출범한 민주자유당의 공채 1기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총선에 첫 출마했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에 불과 13.8%를 득표하며 김원웅 열우당 후보(50.8%)에 완패한 정 의원은 와신상담 끝에 200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커터칼 테러와 이른바 '대전은요?' 바람을 타고 대덕구청장 선거에서 첫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대전 구청장 5명 중 4명이 날아가는 '민주당 바람' 속에서도 홀로 대덕구청장을 지켜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2014년 대전 대덕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중앙정치인으로 변신한 정용기 의원은 2016년 재선 고지에 오른 뒤, 그해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친박(친박근혜)도 비박도 아닌, 친국민계라는 구호로 출마한 정 의원은 비록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석패했지만 인지도를 제고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후 2018년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선출돼 정치적 체급을 부쩍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선 고지 등정을 노리는 정용기 의원은 지난 10일 출마선언에서 "우리는 지난 3년을 통해 현 정권의 실체를 알게 됐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은 '그들만의 특권과 반칙'을 누리기 위한 선전용 구호임을 알게 됐다"고 일갈했다. '조국 사태'의 주역 조국 전 법무장관을 비롯한 '86운동권'을 싸잡아 질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정용기는 자랑스런 대덕구를 대전·청주·세종이라는 메갈로폴리스의 중심도시로 만들어내겠다는 비전과 방안을 갖고 있다"며 "그리고 이미 하나씩 이뤄내고 있다. 반드시 완성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전 대덕의 지역 현안 놓고 치열한 공방전 전망
대형마트·영화관 부재…인구유출 우려 심해져
최대 현안 충청권 광역철도 추진 정치력이 관건


오는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대덕 후보로 선출된 박영순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과 미래통합당 대전 대덕 후보로 단수추천된 정용기 의원은 2006년 이래 지난 네 차례의 대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데일리안 오는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대덕 후보로 선출된 박영순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과 미래통합당 대전 대덕 후보로 단수추천된 정용기 의원은 2006년 이래 지난 네 차례의 대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데일리안

다섯 번째로 맞붙는 박영순 전 부시장과 정용기 의원은 대전 대덕의 다양한 지역 현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 대덕은 교육환경, 이른바 '학군'이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지역 내에 대형마트 등 쇼핑시설과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있다. 박영순 전 부시장도 출마선언문에서 "대전에서 유일하게 영화관 하나 없는 자치구"라고 이 점을 꼬집었다.


이는 주거환경으로 직결된다. 대덕은 산단이 있어 직주(직장 근처 주거)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세종 등에 주거를 잡고 대덕으로는 출퇴근만 하는 사례가 늘면서 인구가 유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교통 문제 또한 대덕의 오랜 지역 현안이다. 대전 도시철도 문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충청권 광역철도가 대덕의 교통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묘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이 추진될 경우 신탄진~덕암~회덕에 이어 오정에 환승역이 들어섬으로써 대덕을 종단으로 관통하는 광역철도망이 구축될 전망이다. 이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치력이 요구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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